TV를 말하다

신민아와 이승기의 연기, 문제없다!

朱雀 2010. 8.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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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2회까지 본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신민아의 연기에 대해 ‘발연기’라고 지적하거나, 이승기의 연기에 대해 ‘버라이어티적’이라고 말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렇게 보는 이들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너무 정극으로 생각하는 탓이 아닐까 싶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신민아가 맡고 있는 구미호 역할은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5백년전 너무 예쁜 탓에 남자들을 홀려서 그림에 너무 억울하게 오래 갇힌 탓에, 항상 욕구불만(?)인 인물(?)로 귀엽고 착하고 장난끼가 심한 캐릭터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바로 ‘만화적 상상력’으로 똘똘 뭉쳐진 캐릭터라는 말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화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왜 이리 CG가 부자연스러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 생각엔 이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가 싶다. 오늘날 국내 특수효과기술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실감난 연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일부러 어설픈 티를 팍팍 냈다고 본다. 왜냐고? 보는 시청자들이 만화적으로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화에선 이야기 초입 단계인 탓에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리고 1화만 놓고 보면 이승기-신민아는 물론이요,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도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2화로 넘어가자 1화에 깔아놓은 설정 등이 빛을 발하면서 엄청난 웃음을 주었다. 예를 들어보자! 2화에서 차대웅(이승기)는 구미호(신민아)에게 벗어나기 위해 체육관에서 도망치는 상상신을 두 번이나 연출한다. 상상속의 그는 멋지게 담을 타고 와이어줄을 통해 멀리 도망가지만, 현실에서 그는 제대로 벽에도 올라가지 못해 끙끙맬 따름이다.

 

게다가 자신의 위쪽 공간에서 이승기가 줄에 매달려 끙끙대자, 겁을 주기 위해 ‘너 그럼 내가 올라가서 잡아 먹어 버린다’라고 하거나, 차대웅의 할아버지 차풍(변희봉)이 전화해서 낯선 여자 목소리에 놀라 ‘손자 어딨냐?’라고 묻자, ‘내 위에 있는데..’라고 말해 오해를 사게끔 상황을 몰고 간다. -이런 오해는 순정만화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그뿐인가? 차대웅은 구미호를 오해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술을 먹이고,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친구가 되자며 <아기공룡 둘리>의 유치한 ‘호이호이’ 동작을 하고, 신민아는 이를 똑같이 따라하는 모습은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뿐인가? 삼시세끼 소고기만 찾고, 소고기를 안사주겠다고  반항하자(화가 나서) 눈에서 파란 불이 일어나고, 차대웅에게 떨어지는 화분을 발로 차서 부셔버리는 그녀의 돌발 행동등은 우리에게 커다란 웃음을 끊임없이 안겨준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스타일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정극과 조금 거리가 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오히려 시트콤의 과장된 표현방식과 많이 닮아있다. 애초에 5백년 동안 그림에 갇혀 있던 구미호가 풀려내 현대의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자체가 바로 여성 순정 만화에서 좀더 쉽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물론 이승기가 ‘강호동’의 이름까지 들먹이는 부분이나 신민아가 몸매가 부각되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나오는 부분 등은 너무 기존의 이미지를 안고 가려는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이 가긴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런 장치들은 모두 비틀려서 철저히 웃음을 주기 위한 소재로 활용될 뿐이다.

 

즉, 쉽게 말해서 이승기가 오버스런 행동을 하고, 신민아 역시 하얀색 원피스를 나풀거리면서 남성을 홀리는 구미호의 형상등을 하는 모든 것은 드라마적 연출이 아니라, 만화적 연출에 가깝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이해한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이제 겨우 2화밖에 되질 않았고, 요즘처럼 진지하고 정극 스타일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지극히 만화스런 연출과 등장인물의 행동들은 ‘어색하거나 튀어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방향은 기존의 정극과 다르며, 홍자매와 연출가들은 그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아마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감상한다면,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웃음을 주고자 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인 이승기와 신민아는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보기엔 홍자매는 이승기와 신민아의 기존 캐릭터성을 가져오고 여기에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첨가해내 것 같다. 아마 몇화만 더 느긋하게 지켜본다면, 기다림이 절대 아깝지 않은 모습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1화를 보고 조금 실망했다가 2화를 보면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대해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2화에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자신의 매력을 어느 정도 드러내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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