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에서 설빙초를 복용하고 후각과 미각을 잃은 탁구는 경합과 제빵사로의 그의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고비에 부딪치게 된다. 사실 첫사랑인 신유경을 구마준에게 빼앗기고, 후각과 미각을 잃은 상황에서 좌절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김탁구는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답게 오히려 위기를 배우는 기회로 삼는다. 그는 후각과 미각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습관에서 벗어나 시각과 촉각으로 반죽을 하고 빵을 다시 보게 된다. 즉, 위기가 오히려 그를 한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미순이었다! <제빵왕 김탁구>에는 두 명의 미순이가 등장한다. 한명은 김탁구의 어머니인 김미순으로, 그녀는 아들을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주인공이 태어나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밑거름을 주었다.
두 번째 미순은 팔봉빵집의 손녀로, 제빵에 있어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솜씨를 이어받아 ‘천재’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데 두 번째 미순은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씀씀이가 매우 넉넉한 사람이다.
그녀는 어느센가 자신을 ‘옥떨매’라고 김탁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동안 스스로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숨길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정작 본인을 빼놓고 주변사람들은 알게 되어버렸다.
그러나 착하디착한 미순은 구마준이 들고 있던 설빙초를 감기약으로 오인해 김탁구에게 먹이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그 잔인한 사실을 구마준과 김탁구가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엄청난 죄의식에 시달리게 된다.
후각과 미각을 잃고 자신이 구운 빵냄새와 맛을 느끼지 못해 좌절하는 김탁구 앞에 그녀는 등장한다. 그리고선 김탁구가 바닥에 버린 빵을 주어서 먹으면서 ‘평’을 해준다.
그러면서 그녀는 김탁구의 ‘후각이 되고 미각이 되겠다’라고 제안을 하게 된다. 물론 이 제안은 한시적인 것이며, 김탁구에 생긴 사고에 대해 미순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의미에선 ‘김탁구의 인생의 일부분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아직 순수해서(?) 서로 이 제안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지만, 이는 두 사람이 서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훗날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계기를 부여한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이번 프로포즈신은 양미순역의 이영아를 돋보이게 하는 장면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미순은 <제빵왕 김탁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니다. 게다가 김탁구의 첫사랑인 신유경이 복수를 위해 구마준과 손을 잡은 상황에서, 양미순의 이런 제안은 상처로 가득한 김탁구의 마음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양미순이란 캐릭터가 김탁구와 한층 가까워지게 되는 것을 훌륭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더불어 이영아의 훌륭한 연기는 자칫 복수를 위해 악녀로 거듭난 신유경역의 유진만 돋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멋진 설정과 연기를 통해 지고지순한 미순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극중 상황과 캐릭터 설정과 주인공과의 연인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프로포즈 장면은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이고, 더 나아가 이영아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여겨진다. 그만큼 장면도,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다고 판단된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양미순역의 이영아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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