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스카치 위스키와의 환상적인 만남!

朱雀 2010. 12.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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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나는 홍대근처에 위치한 까페 ‘미스홍’에 가게 되었다. SMWS(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 한국 지부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SMWS의 시작은 어느 한 위스키 애호가들이 스페이스 사이드 지방의 한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오크통 째’ 사면서 시작되었다. 원래 술을 좋아했던 이들은 집에서 파티를 열었고, 이전까지 맛보지 못한 술맛에 흠뻑 반하고 말았단다.

 

그 이후 이들은 증류수로부터 직접 ‘통째’ 주문하게 되었고, 이 방법은 현재 전 세계 12개 지부의 약 4만 명이 함께 동참하는 방법이 되었단다. 나는 SMWS의 유래를 들으면서, 맛 좋은 위스키를 들이키며 너무나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게다가 미스홍도 단순한 까페가 아니라, ‘문화공간’이란 사실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시로 인디밴드의 공연이 이뤄지고, 한달에 한번씩 작가들의 미술품이 전시되는 이런 공간을 몰랐다는 사실에 괜히 스스로 부끄러워졌다. 하여 나는 장소로 급히 걸어갔다. 원래 예정시간보다 3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오세준 회장을 비롯한 운영진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애호가’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잔 한잔 세팅하면서 조명빛 아래에 비춰보며 흠이 없는지 찾아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준비하는 듯한 제사장이 강림한 듯, 섬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준비하는 동안 행여 방해가 될까봐 그 사이 까페 미스홍에 전시된 미술품들을 관람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목말라 죽겠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었다. ‘자유’라는 주제로 전시를 한 민소원 작가와 온난화로 인해 살 곳을 잃어가는 동물들을 생각하며 작품을 만든 강연미 작가의 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많은 의미를 간직한 듯한 작품들을 보면서 아직 내 감상 수준이 많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가는 도중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들의 사인과 영화배우 안성기의 사인을 발견하게 된 탓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액자들을 보며 막연하게 ‘예술작품이겠거니’ 하고 여겼다. 그러나 호기심에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인기 연예인의 사인이었다.

 

어떻게 된 사연인가 하고 ‘까페 미스홍’의 김일환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거요? 이곳에 공연하러 왔거나 초대받아온 연예인들 사인을 받은 거랍니다. 제대로 받았으면 몇 백개가 넘었을 텐데, 알바하는 친구들이 잘 받지를 않아서요. 그렇다고 내가 받기도 그렇고...”라며 다소 장난기스런 표정을 지었다. 놀라는 내 표정이 재미있었는지 다음 말도 이어졌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허각이 이곳에서 광고를 찍을 예정이라우.” “네에? 그 허각이요?” “웅. 그 허각”

 

아! 듣는 순간 얼마나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매력적인 웃음을 짓는 김일환 대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까페 미스홍. 처음 들어보죠?” ‘아니요’라고 하고 싶었으나,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쓴웃음을 지은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벌써 3년이 넘었는데도 별로 홍보가 되질 못했네요. 우리 까페 미스홍은 인디 밴드나 작가들에게 공연이나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전시회는 한달에 한번씩 하고 공연은 수시로 이뤄지죠. 알겠지만, 예술가들이 공연이나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별로 없어요. 특히나 무명에 가까운 예술가들은 더더욱 말이죠. 나는 그들에게 이 공간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일환 대표의 말은 내 마음마저 뜨겁게 달굴 지경이었다. “혹시 예술을 무척 좋아하시나봐요” “무척 좋아했죠. 근데 재주가 없어서, 이 까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찌르르하고 마음에 전해져왔다. 나 역시 소설을 잘 쓰거나 음악을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이들을 보며 얼마나 질투의 불꽃을 맹렬히 태웠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한두명씩 회원들이 도착했고 오세준 회장은 모임을 시작했다. 원래 SMWS는 철저한 회원제 모임이며, 게다가 유료 회원제다. 내가 이번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날이 신입회원을 늘리기 위해 게스트들을 초청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SMWS의 회원이 되면 회원증-뱃지-책자-기념 보틀 등이 들어간 ‘멤버십 키트’를 주는 데, 오늘 거기엔 시가가 더 첨가되어 있었다. 이유는 원래 시가 매니아인 박무연 총무가 국내에 ‘보헴 시가마스터’가 출시되는 것을 알고는 섭외, 신제품 소개를 겸하게 된 탓이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맛보게 되었는데, 브랜드 위스키도 40도를 넘어가는 수준에서 50도가 넘는 위스키를 먹고 있자니 목구멍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다. 한모금의 반도 안되는 양이 그 정도니, 한모금을 마시면 당장이라도 불을 내뿜는 용으로 변신할 것만 같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위스키를 마시는 내 모양새가 답답했던지 옆에 있던 ‘잭키’라는 별명의 회원이 가르쳐주었다. “위스키는 그냥 우리가 맥주나 소주 마실 때처럼 한입에 삼키면 안돼요. 아주 소량만 입에 넣고 한 10초정도만 기다려봐요. 그럼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따뜻해진답니다. 그때 넘기면 부드럽게 넘어가요.”

 

나는 그대로 따라했고,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맛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표정을 보고 그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게 싱글 몰트 위스키의 매력이에요. 지금 마신게 매켈란 인데, 각 위스키는 증류소마다의 특성 때문에 향과 맛이 달라져요. 흔히 마시는 발렌타인-윈저 같은 브랜드 위스키도 사실은 이런 싱글 몰트 위스키를 가져다가 섞어서 만드는 거에요. 그리고 보면 알겠지만 도수가 매우 높죠. 그래서 천천히 마셔야 해요. 평상시 주법대로 마시면 우리도 금방 취해요.”

 

잭키 회원은 원래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다. 한입에 털어넣는 우리의 술문화 탓이었다. 그러다가 천천히 음미하는 와인을 즐기게 되고, 어느덧 한모금도 안되는 소량의 맛을 즐기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는 잠시 실례를 구하더니 까페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나서 따라나섰다. “왜 다들 밖에서 담배를 피세요?” 어찌보면 당연한 듯한 이 질문은 사실 아까 김일환 대표가 안에서 담배를 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탓이었다.

 

“안에 여성 회원들도 있고, 무엇보다 위스키는 향으로 마시는 건데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제대로 향과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요.” 에고. 묻고 나니 너무 무식함을 티낸 것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평상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탓에 궁금해서 한가지를 더 묻고 말았다. "시가는 어떠세요?" 잭키를 비롯한 회원들은 웃으면서 친절히 답변해주었다.

"조금만 입에 물어도 향과 맛이 느껴지는 위스키처럼 깊은 맛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네요. 지금은 여럿이어서 밖에서 피지만 혼자나 몇명이서 즐길때는 위스키과 함께 즐기게 될 것 같네요. 매력있어요" 위스키와 시가를 함께 즐기는 이들은 다소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끽연을 해결할 만큼 에티켓과 위스키 그리고 시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섰다.

 

오세준 회장은 모임에 대해 “우리 모임이 시작된 것은 한 3년 정도 됩니다. 나와 잭키가 일본 위스키 관련 행사에 갔다가 우연히 SMWS 관계자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만드게 되었죠. 사실 이런 위스키 아무나 못 먹습니다. SMWS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위스키고, 모든 제품이 한정판 빈티집니다.

 

우리 한국 지부 회원이 66명 정도 되는데, 거의 대부분 나와 친합니다. 개인적 바람은 빨리 위스키에 붙는 과중한 세금이 떨어져서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되었으면 하는 거랍니다. 지금은 한병에 10만원짜리면 국내에선 3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으니, 누가 쉽게 위스키를 마시겠어요. 더더군다나 이런 싱글 몰트 위스키는 더 말할 필요 없죠.”

 

오세준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SMWS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또 하나 깨졌다. 나는 비싼 술을 좋아하는 그들이 남에게 있어 보이기 좋아하는 ‘된장’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여유롭고 천천히 마시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그저 순수하게 사랑하고 즐길 뿐이었고,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되길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저녁 8시에 시작한 행사는 모두들 왁자지껄하게 그러나 에티켓은 지키면서 계속되었다. 밤 10시가 되자 오세준 회장과 박무연 총무는 회원들을 상대로 비싼 싱글 몰트 위스키를 병째 꺼내놓고 경매행사를 시작했다. 원래는 돈 주고도 쉽게 살 수 없는 제품인 만큼 회원들의 참여열기는 뜨거웠다.

 

SMWS의 정기 모임에 간 나는 새로운 술문화를 접해서 즐거웠다. 폭탄주나 제조해서 ‘원샷’해가는 음주문화만 접하다가, 한모금도 안 되는 양을 입에 머금으며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 너무나 새롭게 전해져왔다.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아, 흡연가가 있을 때마다 괴로웠는데, 내부에서도 흡연이 허용되는 데도, 위스키의 맛과 향을 즐기고, 다른 이들을 배려해 밖에서 피우는 그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비록 전체 우리나라 국민의 0.001%도 즐기지 못하는 취미지만, 점점 이런 고급 문화가 퍼져나가서 새로운 주류와 흡연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다음 포토베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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