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춤을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

朱雀 2010. 1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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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내가 몸담고 있는 살사댄스 동호회 ‘더 살사’에서 뒷풀이가 있었다. 우린 늘 그랬듯이 한 치킨집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강사를 맡고 있는 사라샘이 우연히 꺼낸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놀랐어. 원래 그 친구 참 순진하고 예의바르고 참 착해보였거든. 근데 춤을 춰보니까 그게 아닌거야. 패턴을 할 때 여자를 자꾸만 자기쪽으로 댕기더라고.”

 

“그거야.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실수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랑은 느낌이 달랐어. 뭐랄까? 여자를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달까? 그 이후 춤추는 스타일을 보니까, 여자를 완전히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의지가 보이더라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시크릿 가든> 1화에서 현빈이 김사랑을 처음 만났던 미술관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걸음걸이 보면 성품 나오고, 미술 보는 안목 보면 교양수준 보이고, 미술관에 어울릴 사람인지, 클럽에 어울릴 사람인지. 향수 취향이 노골적인지, 우회적인지 답이 빠르니까.”

 

촌철살인의 대화를 들으면서 무척이나 웃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공감되는 이야기기도 했다. 극중 현빈은 자신이 맞선 보는 여성에 대해 깊은 사실까지 알기 위해서 일부러 미술관으로 데려간 것이었다. 물론 서로 대화를 하면서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시간이 많이 걸린다. -상대방이 얼마든지 꾸며댈 수 있으니까-

 

하여 현빈은 상대방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코자 한 것이다. 근데 이게 춤에선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필자의 경우 성격이 몹시 급한 편이다. 살사는 8박자의 음악이고, 만약 춤이 8박자를 다 쓰는 게 아니라, 먼저 쓰고 기다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성격인 탓에 춤을 배우면서 무척 많이 혼났다.

 

반면 느긋한 성격은 소유자들은 워낙 느리게(?) 추는 덕분에 반대로 원래 박자보다 느려서 상대방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좌절할까봐 염려한 탓인지, 당시 강사께선 “주작님처럼 빠른 분들은 늦출 수 있는데, 느리신 분들은 빠르게 할 수가 없어요”라고 기운을 돋아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춤을 어느 정도 추는 경지에 올라서니, 손만 잡아도 그녀의 춤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가늠이 온다. 그렇지 않더라고 몇 가지를 해보면 그녀의 취향이 대충 나온다.

 

초보 때는 음악 들으랴, 패턴 하랴, 사방에서 다가오는 다른 커플들과 부딪치지 않게 하느라고 상대방을 관찰할 시간이 없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 상대방의 얼굴과 동작 등을 관찰할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마다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여자는 패턴만 해주길 바란다. 아직 초보이거나 수동적인 여성들은 자신이 뭔가 혼자서 하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들은 아무리 많이 배워도 패턴위주의 살사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반면, 남성이 리드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런 스타일은 과감하게 손을 놔주는 것이 좋다. 그럼 신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샤인(혼자서 하는 춤동작)을 하며 즐거워한다.

 

물론 계속해서 연달아 멀티턴을 돌리거나, 어려운 패턴을 구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타입도 있으며, 쉬운 패턴을 구사하되 음악을 ‘느낄 수’ 있게 여유롭게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도 있다.

 



사진제공: 맥팬(www.macpan.co.kr)

‘살사댄스’를 추면서 감추어졌던 내면이 드러나는 것은, 춤이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사음악의 기본이 되는 콩가는 북으로, 그 두드리는 소리는 심장박동에 가깝다. 쿠바를 비롯한 남미인들이 주로 추는 살사는 ‘댄스스포츠’같은 형식보단, 본능에 충실하게 추는 것을 더욱 권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탓일까? 춤을 추면서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수줍어하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를 잘 못하던 사람이, 여기와선 말도 많아지고 활발해지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활발하던 사람이 이곳에선 춤을 잘 못춰서 소심해지는 사례도 있다.

 

결론은? 나의 경우 살사를 추다가 상대방의 취향을 알게 되면 최대한 거기에 맞추려 애쓴다. 패턴을 좋아하면 패턴 위주로, 샤인을 좋아하면 손을 놔주고, 턴을 좋아하면 최대한 턴을 많이 돌려준다.

 

살사댄스는 혼자 추는 아니라 남녀가 함께 짝을 이뤄 추는 춤이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는 춤이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을 화려하게 보이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본다. 간혹, 여자는 내버려둔 채, 자신만 돋보이도록 춤을 추는 남자들을 왕왕 볼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상대방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로 춤도 추면서 고칠 수 있다. 빠른 것은 늦추고, 느린 것은 빠르게 하면 된다.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릴 수 있듯, 춤을 추면서 성격을 좀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인격을 닦는 것과 춤실력을 높이는 것은 그런 면에서 '통'하는 것 같다- 


상대방의 스타일을 알게 된다면, 거기에 최대한 맞춰주고, 상대방이 행복해지는 것을 즐기는 마음. 내가 살사댄스를 보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 중에 하나다. 그건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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