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왜 유비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는가?

朱雀 2011. 3.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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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 이미지출처: 위키백과


<삼국지>엔 워낙 명장면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한 장면을 살펴보자. 유비는 서서가 떠나면서 추천한 제갈공명을 만나기 위해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는다. 그는 서서를 통해 수경선생이 일찍이 추천했던 천하의 기재 와룡과 봉추중에 제갈공명이 와룡임을 알고 몹시 기뻐한다.

 

그런데 유비는 제갈공명을 무려 세 번이나 찾아간 다음에야 만나고 간신히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당시의 유비의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나 답답한 일이었다. 유표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게다가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는 그의 입장에선 더더욱 말이다.

 

제갈공명은 결과론적으론 물론 대단한 인물이지만, 이전까진 그저 한미한 선비에 불과했다. 수경선생이 높이 평가하긴 했지만, 수경선생 역시 그냥 학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찌 그의 말만 믿고 함부로 사람을 등용한단 말인가?

 

비록 가진 땅과 재산 등은 없으나, 당시 명성을 드높이던 유황숙이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고, 간신히 만난 끝에 울고불고 수 십번 절을 하며 간청하는 모습은 인자함을 넘어서 처량해 보일 지경이다.

 

다른 삼국지 판본을 보면, 이미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제갈공명을 대단치 않게 생각한 유비는 그 만남 이후 그냥 지나쳐버렸다. 허나 후에 여러 사람의 천거를 듣고서야 만났고, 그제서야 등용했다. 따라서 삼고초려는 지어냈다는 설도 있다.

 

지어냈던 아니던,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한 것은 널리 알려진 명장면이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으로 삼고초려는 행해졌을까? 우선 서서는 어머니의 거짓서신을 받고 조조에게 가면서, 제갈공명을 주왕조 8백년을 유업을 이뤄낸 강태공과 한나라 4백년을 이뤄낸 장량같은 인물이라고 추천하며 간다.

 

주문왕이 아직 서백이었던 시절, 그는 어진 인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위수강에서 곧은 낚시바늘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을 보곤 천하의 기재임을 알아보곤, 예를 다해 모셔왔다. 강태공을 모시고(?) 자신의 수레를 몰 정도로.

 

이는 주문왕의 인자함을 알리는 동시에 당시 무명의 80살의 노인이었던 강태공을 중요인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제후에 불과했으나, 이미 서백의 명성은 세상에 떨쳐있었다. 그런 사람이 기꺼이 수레를 몰 정도였다면, 아무리 80세의 파파노인이라고 해도 만만히 볼 수 없진 않은가?

 

당시의 중국인들은 고사를 비롯해서 예에 철저히 충실한 인물이었다. 그들에겐 명분이 중요했고, 따라서 예전의 고사를 흉내내는 것은 우리가 보기엔 쓸모없는 짓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입소문을 좌우하는 것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제갈공명은 비록 천하의 기재라 하나,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한미한 선비. 이런 무명씨에 대한 유비의 극진한 대접은 세상에 알려져, 아직 출사하지 않은 인재들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당시는 위--촉이 천하를 놓고 다투는 시절이었다. 춘추전국시대와 마찬가지로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받아들여 부국강병에 힘쓰던 시기였다. 게다가 조조의 위나라는 이미 가장 크고 노른자위 땅을 점령해서 인재도 넘치는 상황. 따라서 이런 퍼포먼스는 아직 왕조의 기초조차 닦지 못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요식행위였을 것이다.

 

-왜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천리마를 얻기 위해 죽은 명마의 뼈를 5백냥에 사서, 이후엔 수십마리의 천리마의 주인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는-

 

나관중의 입장에서도 이런 유비의 인자한 모습을 비열하고 잔인한 조조와 대비시켜 촉한정통론을 주장하여, 원나라에서 한족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기원전 11세기경의 주문왕에서 시작되는 이런 이야기는 비록 요식행위일지라도, 오늘날 우리에게 적잖은 생각거리를 남겨준다.

 

-신분과 출신을 넘어서 그 사람의 능력만으로 우대해주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사회 주류에 편입되는 세상. 그런 세상은 평화시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일까? 어진 인재를 얻기 위해 위정자가 머리를 굽히며 지혜를 구하는 신실한 모습은 그저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걸까? 옛날 이야기가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구현되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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