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논하다!

천하삼분지계는 제갈공명의 창작이 아니었다?

朱雀 2011. 2.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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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위키백과

 

“...장군이 패업을 성취하시려거든 하늘의 때를 얻은 조조에게 북쪽 땅을 양보하고, 지리의 이점을 차지한 손권에게 남쪽 땅을 양보하고, 장군은 인심을 얻어 먼저 형주를 차지하여 집을 삼은 뒤에 서천 일대를 차지하고 기반을 삼아서, 마치 솔발처럼 대립한 이후에, 중원을 쳐야할 것입니다.”

 

위 대목은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부분일 것이다. 바로 자신을 세 번이나 찾아온 유비를 위해 제갈공명이 천하삼분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삼국지>를 보면서 나관중의 절묘한 솜씨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특히나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는 대목은 탁월하기 그지 없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만나기 전에 그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실망을 하고, 결국 어렵게 만난 제갈공명이 천하삼분지계라는 웅대한 계획을 설명함으로써, 강렬한 존재감을 독자들에게 남기며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데 최근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를 읽다가, 비슷한 대목을 보게 된다. 바로 용저를 잃은 항우가 유세객을 보내 한신을 설득하고자 하는 장면에서다. ‘유계(유방)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니 제나라를 기반으로 독립하라는 식이었다. 그때 한신은 자신이 휘하에 있던 괴통에게 의견을 묻는다.

 

 

 “..저는 한나라와 초나라를 이롭게 하고 두 임금을 존속시켜 천하를 셋으로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족하까지 세 세력이 솥발처럼 웅거하면 어느 편에서도 먼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사기> 회음후열전


 

 

괴통은 한신에게 제나라를 기반으로 해서 세력을 모아, 나중에 천하를 통일할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 말하는 것이 솥발을 들어 천하삼분지계를 말한다. 이는 <사기>에서 전하는 이야기인 만큼, 실제로 괴통이 한신에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천하삼분지계는 창작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유방과 항우가 다툴 때이면 무려 4백년 전의 일이므로, 제갈공명이 괴통의 아이디어를 빌려왔거나 늦게 생각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혹은 나관중이 <사기>에서 따올 수도 있다(.

 

어찌됐든 천하삼분지계가 흔히 말하듯 제갈공명의 신묘한 지혜가 아니라, 이미 다른 이의 머릿속에서 창작되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천하삼분지계가 아니라 그 후의 이야기다!

 

<초한지>는 잘 알려진 대로,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고조 유방이 천하를 놓고 싸운 이야기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유방은 장량-소하-한신의 도움으로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 결국 한신은 괴통의 말을 듣지 않고, 고릉 전투에서 패한 이후 절대열세에 놓여있던 유방을 도와 항우를 괴멸시킨다.

 

그러나 댓가는 무엇이었던가? 고조는 군사적 능력이 뛰어난 한신을 두려워해서 결국 병을 핑계로 불러들여 죽이고 말았다. 반면 유비는 제갈공명의 의견을 받아들여 촉나라를 세우고, 위나라-오나라와 함께 한동안 천하를 삼분하게 된다.

 

한신은 한미한 출신으로 제나라 왕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요새로 치면 맨손으로 시작해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는 산을 뽑아서 던진다는 말도 안 되는 무력을 갖춘 항우를 상대로, 제대로 군사훈련도 해본 적이 없는 농민군으로 결국 멸망까지 몰아넣은 말도 안되는 지략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지휘관이었다!

 

젊은 시절, 그를 우습게 알던 동네 건달들이 다리 사이로 기어가라는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해도 스스럼없이 길 정도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최후가 좋지 못했던 것은 주변에 있던 사람의 충고를 무시한 덕분이다.

 

유방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지략에서 장량에 미치지 못하고, 내정에서 소하에 미치지 못하고, 군사를 씀에 있어서 한신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그러나 그들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천하통일을 이뤄냈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에게 너무나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고사가 아닐까 싶다.

 

참고: <삼국지> <한나라 이야기>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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