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카 2’는 픽사의 실패작인가?

朱雀 2011. 8. 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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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빼놓곤 픽사의 작품을 거의 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쿵푸팬더> 시리즈로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는 드림웍스와 달리 아무래도 픽사의 작품들은 한국인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E>처럼 감동코드가 철철 넘치다 못해 폭포수가 흐르는 작품도, 생쥐요리사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라따뚜이>도 국내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인크레더블>처럼 한국인의 구미에 잘 맞는 작품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개인적으로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 속편을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라면 <인크레더블>이다. 도대체 이 괴짜 초능력 가족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픽사가 25주년 기념작으로 고른 작품이 하필 <2>였다! 물론 이해는 간다. 제작자 존 라세티가 자동차와 66번 도로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편 <>를 그렇게 재밌게 본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늘 그렇듯 픽사의 놀라운 솜씨에 또 한번 장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2>블록버스터라는 말이 아깝지 않게, 007 시리즈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첩보물의 정석(?)을 그대로 3D로 보여준다.

 

비밀요원과 세계정복...까지는 아니지만 사악한 음모를 지닌 악의 집단. 참가하는 족족 레이스대회의 우승을 차지하는 라이트닝 맥퀸과 메이터를 비롯한 평범한 친구들(?)이 우연히 오해를 사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2>에서 가장 의외인 점은, 전편의 주인공인 라이트닝 맥퀸이 아니라 덜렁쟁이 메이터가 사실상 주인공이란 사실이다. 메이터는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에서 견인이나 하는 한물간 오래된 트럭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대책 없는 주책바가지인 메이터는 어렵게 자신을 데리고 월드 그랑프리 대회에 나간 라이트닝 맥퀸을 톡톡히 망신을 주게 될 정도로 멍청한 행동을 일쌈고 만다.

 

우연은 여기서 벌어진다. 비밀 임무를 수행중이던 핀 팩미사일과 홀리 쉬프트웰 요원이 메이터를 접선하기로 한 다른 요원으로 오해하면서 함께 악의 세력의 음모에 맞서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진 새로울 것이 없다.

 

아니 이번 <2>는 이야기 전개면에서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당연히 선은 악을 이기고, 결국 모든 음모는 분쇄되고 악당은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필자가 <2>를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그런 너무나 식상하고 당연한 재료들을 가지고 너무나 멋지게 요리해내는 픽사의 솜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즘 스파이물에선 고문과 살인 장면이 빠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양념요소가 빠지면 너무나 심심해지기 때문이다. 주인공 일행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앞두었는지, 얼마나 악의 세력이 무시무시한 악당인지 알 수 있는지 좋은 예이니 말이다.

 

<2>에선 비밀 요원이 무려 둘이나 죽는다. 그러나 그 대상이 사람이나 생물이 아니고 이기 때문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참으로 영리한 선택이 아닌가? 자동차 질주신과 액션 장면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픽사가 살짝 살짝 특허 유머코드를 쳐서 전혀 식상하지 않게끔 느껴진다.

 

<2>같이 스파이 액션 블록 버스터를 추구한 작품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신무기들은 이미 007시리즈를 비롯한 작품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었고, 주인공이 함정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는 장면 역시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날 정도로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끝까지 얼빠진 메이터를 비롯한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과연 저 상황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기대로 바꿀 만큼 픽사의 이야기솜씨는 대단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상당히 긴 113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잡아끄는 것 또한 성공했다.

 

그런데 왜 그런 <2>를 많은 이들은 실패작으로 꼽을까? 우선 다른 픽사의 작품과 달리 가볍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크레더블> 역시 슈퍼히어로물이기 때문에 기존의 대중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국내에선 미국과 달리 아직까지 많이 생소하기 때문에(DC와 마블의 작품들이 쏟아지는 요즘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는 많이 불리했다. 007 시리즈를 비롯한 액션영화를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쿵푸팬더>를 비롯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 너무나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게 된 요소라고 본다.

 

엄밀하게 따져서 <쿵푸팬더>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을 공략할 요량으로 만든 작품이라면, <2>는 냉정하게 말해서 미국 관객들에게 더욱 어필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따라서 그동안 다소 맞지 않은 유머코드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작품을 재밌게 봐온 일부 관객들조차 <2>에서 일종의 배신감과 상실감 그리고 가벼운 분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던 보석 같은 제품을 내놓던 픽사가 드디어 돈맛 때문에 지극히 상업적인 작품을 내놓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픽사는 항상 상업적인 작품을 만들어왔다. 물론 픽사는 그 위에 감동유머라는 코드를 잊지 않고 얹었지만. -픽사의 무지막지한 3D 그래픽 기술은 당연한 것이니 잠시 접어두고-

 

예전에는 픽사의 권위에 도전할만한 제작사가 없었다. 그러나 드림웍스의 약진과 디즈니의 <라푼젤>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제작사들 역시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따라서 픽사는 좀 더 심기일전해서 다른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생겨났다. 개인적으로 <2>는 그런 픽사의 실험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로튼토마토를 비롯해 국내 관객들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2>는 실패작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무지 신선할 거리가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정도의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낸 픽사의 능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그동안의 픽사에 익숙해진 입맛을 배제하고, ‘다른 곳에서 늘 보던 건데 뭘!’이란 선입견과 편견을 걷고 본다면 <2>가 상당한 수작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훌륭한 목수는 공구탓을 하지 않으며, 픽사 역시 <2>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픽사는 <인크레더블>을 비롯한 기존의 멋진 작품을 소유하고 있고, 언제든지 멋진 속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원한다면 작품내 주인공을 바꾸면서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 괴물같은 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픽사는 아마도 오리지널 작품을 내놓으며 다른 제작사들과 승부를 보려할 것이다. <2>를 보며 새삼 픽사에 기대하게 되었다.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그리고 늘 그렇듯 어떤 작품이 개봉하듯 극장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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