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그들은 왜 대학입시를 거부하는가?

朱雀 2011. 11.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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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PD수첩>에는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지난 11월 10일 수능일, 일군의 무리가 청계천에서 ‘대학입시거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서울대 자퇴생인 유윤종은 입시경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기에 서울대에 가서도 결국 자퇴하고 말았고, 19살 장준성군은 ‘1등급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을 이젠 거부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이들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공부는 할 수 있을 때 해야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현재 고2~고3 수험생의 경우 ‘대학 안가는 것에 대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대학교육의 현주소는 어떤가? <PD수첩>에서 소개되었지만,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학교의 경우, 취업률을 문제삼아 인기없는 과를 엄청나게 축소했다고 한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까지 했고, 어렵게 재판을 통해 학교에 돌아온 노영수 씨는 학교에 떠도는 농담으론 ‘경영를 빼놓고는 다 폐지할 것 같다’라는 씁쓸한 이야기를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교수는 오늘날 대학에 대해 “사실 사립 학원으로 대치한다고 해도 졸업장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비싼 것도 비싼 거지만 아카데미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것은 기능적으로 죽었다”라고 진단했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의 현주소는 졸업하고 나면 4천만원에 빚에 전인교육이 아니라 스펙쌓기에 급급한 저급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늘날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인기학과들은 과감히 폐지하고 있고, 그 와중에서 인문학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얼마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업에 대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성이 아닌 직관으로 사태를 파악했고, 명상을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했다. 물론 그가 이성과 과학을 완전히 멀리한 것은 아니지만, 서구유럽의 미덕인 이성보다는 선과 명상 그리고 채식 등을 통해 직관과 통찰력을 기르고자 무던히 애썼다.

 

그 결과 애플은 현재 전세계 최고의 IT기업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만들어서 애플을 부채의 허덕임에서 구해냈고, 아이폰을 만들어서 ‘스마트폰’이란 개념을 시장에 널리 퍼트렸다. 아이패드는 실패한 태블릿PC를 부활시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앱스토어란 혁명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양산해냈다. 이런 것들은 합리적인 이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직관과 통찰력을 통해 21세기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끊임없이 물으면서 찾아낸 것이다.

 

하여 오늘날 한국의 기업경영자들은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이 유행이 되어 아침마다 모여서 강의를 듣는 게 유행이 되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직관력과 통찰력은 하루 아침에 얻은 것이 아니다! 그는 대학시절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만 들으면서 1년을 보냈다. 그 절대다수는 인문학 관련 강의였다. 괴짜였던 스티브 잡스의 이런 고집스러움은 학교가 청강을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는 인도로 여행을 떠나 구루를 만나 생활하면서 배웠고, 대학 졸업장 없이 아타리를 비롯한 회사에 취직해서 배우고, 결국엔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 II란 걸출한 제품을 들고 창업해서 1980년대 백만장자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스티브 잡스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는가? 단언컨대 절대 불가능하다! 늘 강조하는 바이지만, 만약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실제 대한민국에 태어났다고 해도,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손가락질 받고 쫓겨났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사과오덕후’로 그의 인생이 쫑났을 것이다.

 

한국에선 대학청강 생활은 고사하고 길거리에 쫓겨났을 것이고, 대학졸업장이 없어서 대기업에 취직 못했을 것이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아 창업을 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태어난 배경 따위는 무시한 채, ‘우리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왜 안나오는가?’라고 묻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이지만, 그가 그렇게 큰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또한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청년이 대학을 나오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란 쉽지 않다. 주변의 편견어린 시선들이 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대학이 그에게 영화를 만들고, 가정을 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그 역시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남모르는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었을 것이다.

 

대학을 거부한 학생들은 힘든 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대학이란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그런 대열에서 이탈한 이들에겐 철저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인교육이 아닌 그저 스펙쌓기에 불과한 대학은 그 자체로 우리사회에 커다란 해악이 되어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잡스의 예도 있지만, 21세기는 창의성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세상이며, 그것은 스펙쌓기에 불과한 대학교육에선 절대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잡스와 비스꾸리한 인물이라도 나오기 위해선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가르치고 자유롭게 학생들이 배우면서 토론하고, 시시때때로 여행 등을 떠나 세상을 만나고, 자신의 원대한 구상을 창업 등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아낌없는 사회적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그런 준비가 되어있는가?

 

대한민국은 자원빈국으로 오직 뛰어난 인재들만을 배출시켜야만 수출로 먹고 살수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인재양성을 해야할 대학이 그저 취직의 수단으로 강등된 상황에서 희망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하여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꼭 취업이나 창업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문이 없다면, 그것을 과연 대학이라 부를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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