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수사반장’을 잇는 희대의 걸작탄생인가? ‘TEN'

朱雀 2011. 11.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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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젯밤 OCN에서 120분 특별편성된 <TEN>에 대한 한줄평가를 실시하겠다. ‘걸작탄생’ 되시겠다. 뻥을 조금 보태서 미켈란젤로가 그렸다는 ‘천지창조’를 맨 처음 본 당시 교황의 심정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TEN>의 첫회를 보고 난 심정은 ‘우리도 <CSI>에 버금가는 TV시리즈물을 드디어 가졌다’라는 자부심과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에서 ‘믿기 힘든 괴물같은 완성도라니...’등의 찬사 뿐이다.

 

<TEN>의 이런 결과물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했다. <별순검>과 <신의 퀴즈> 제작진이 뭉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그렇다. 주상욱-조안-김상호의 연기조합은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의심을 넘어서는 최강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TEN>은 전체 10부중에 이제 겨우 1화를 보여줬을 뿐이다. 따라서 120분 동안 보여준 믿기 힘든 괴물같은 완성도를 지켜내지 못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별순검>과 <신의 퀴즈>을 곰곰이 되씹어 본다면, 그런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필자가 국내 수사물을 보면서 늘 안타까운 것은 영상이나 음향, 편집 그리고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아니었다.

 

바로 20% 아니 200% 부족한 시나리오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떤 시대에도 과잉영상시대에 살고 있다. TV에선 수백개의 채널이 서로 봐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 굳이 돈을 내지 않더라고 유투브에 접속하면 전 세계의 수많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런 상황은 ‘완성도’를 갖춘 영상물을 보긴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말았다. 많은 영상물을 볼 수 있는 탓에 소위 ‘영상 땟깔’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그 어느나라보다 역동적인 영화 제작진과 방송 시스템을 가진 한국은 누구보다 영상의 땟깔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했고, 그 결과 할리우드 예산의 10/1 가지고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영상을 보여준다.

 

감각적인 한국인의 편집과 테크닉은 이제 <CSI>를 비롯한 미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나리오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 결과 출연자의 멋진 연기와 죽여주는 영상빨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수준의 드라마들이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마구잡이로 양산되고 말았다.

 

필자는 그런 작품들을 철저히 외면해왔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는 아직 초창기인 탓이 있겠지만, 철저하게 ‘재미’에 주안점을 둔 간단한 게임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앵그리 버드는 새를 던져서 상대방 진영을 파괴하는 간단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대를 이끌어간 <매트릭스>가 위대한 이유는 영상빨과 홍콩영화에서 따온 무술액션신이 죽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참신하고 멋진 시나리오였기에 가능한 혁신이었다.

 

나는 <TEN>에서 그런 혁신을 본다!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서론이 너무 길었다. <TEN>의 1화를 살펴보자. 1화는 시작은 각기 세 명의 수사관이 각자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된다.

 

사건에 대한 촉이 좋아 백독사로 불리는 백도식(김상호)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 시체를 보고 용의자를 단정해서 서울로 올라오게 된다. 경찰청 지원 센터에서 일하는 남예리(조안)은 선천적으로 남이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아채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한 여인의 실종사건을 맡아서 조사하면서 한 장소로 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직 광역수사대의 에이스 형사였다가 지금은 경찰 교육원 교수인 여지훈(주상욱)은 7년전 전설적 미제 사건인 ‘유령 사건’이 다시금 벌어지자,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1화는 세 명의 각기 독특한 수사관의 장점과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백독사’로 불리는 백도식 형사는 평소에는 설렁설렁 일하고 무능력해보이지만, CCTV를 보지 않고도 용의자가 나올 시점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너무나 착해서 경찰이 맞나 싶을 정도의 남예리는 순진해보이는 나머지 무력한 모습과는 달리 실종사건에 매달려서 놀라운 결론을 도출해낸다.

 

‘괴물 잡는 괴물’로 유명한 여지훈은 이름 그대로 흉악한 살인마마저 벌벌 떨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지만, 역시 놀라운 집중력과 추리력으로 보는 이들을 빨려들게 만든다.

 

<TEN>의 1화는 마치 오래된 브랜드 위스키를 한잔 따라 마시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느끼게 한다. 처음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필름라이크한 화질은 마치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한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명확함으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여지훈의 활약상을 저도 모르게 환호하게 만든다.

 

특히 순진무구하고 자신에게 실종사건을 부탁하는 남자를 앞에 두고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는 조안의 모습은 귀여움으로 다가온다. <TEN>의 1화는 서로 각기 다른 세 사건을 맡은 세 수사관이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절정에 치닫는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가진 단서를 서로 맞추면서 한데 힘을 합치게 되고, ‘완벽범죄’와 맞닥뜨리게 된다. <TEN>의 가장 큰 미덕은 각기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활약상이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튀어나온 듯한 백상호 형사와 송곳으로 이마를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은 여지훈과 항상 웃음을 달고 다니는 남예리는 한곳에 모아 놓으면 전혀 조화를 이룰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막상 한 자리에 모인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개성을 풍기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게다가 이후 등장과 활약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각기 개성과 성격에 맞게 균등하게 배분되어 한쪽으로 시선을 몰리는 것을 막고 더욱 흥미진진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번째로 <TEN>의 가장 큰 칭찬하고 싶은 미덕은 충분히 깔린 밑밥(단서)와 다중반전에 있다! 오늘날 시청자들은 각종 할리웃 영화와 <CSI>를 비롯한 미들 많이 봐온 탓에 매우 영리하다. 따라서 그들과 지적게임을 벌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특별편성이라고 하지만, 120분 안에 모든 단서를 극중 안에 깔아놓고, 이를 다소 재조립해서 반전을 한두번도 아니고 몇 번이고 해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쉽다면 걸작은 한달 에만 몇편 이상 나올 것이다-. 게다가 다중반전은 제대로 극의 묘미를 살려내지 않으면 ‘진부하다’ ‘말도 안된다’고 시청자의 비난을 사기 딱 좋은 것들이다.

 

<TEN>은 그런 어려운 과제들을 충실히 해낸다. 그것도 너무나 놀랍고도 완벽하게! 등장인물의 대사와 화면 곳곳에 충분히 마지막 반전을 위한 단서를 충분히 깔아놓는다. <TEN>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의 뒤통수를 그야말로 번개같이 후려치는 기분 좋은 쾌감을 선사한다!

 


<세븐>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영상과 놀라운 편집, 뛰어난 출연자들의 연기
그리고 놀라운 완성도의 대본 등은 <TEN>의 기적과도 갚은 놀라운 완성도로
 집대성되었다! 만약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케이블이란 매체상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는 무서운
문화적 현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놀라운 작품이다!



마지막 미덕은 ‘한국적 수사물의 탄생’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고, K팝 열풍 등으로 우리 정서를 높여보자는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그걸 사실 작품속에서 구현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TEN>은 자칫 잔혹한 살인사건을 다루면서 ‘인간은 악한 냉혈동물에 불과하다’라는 자칫 편견에 빠지기 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한국적인 정서와 미묘한 감성을 잡아낸다.

 

덕분에 <TEN>을 보고 난 이후 시청자가 느끼는 것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범죄의 끔찍함과 추리의 쾌감과 범죄스릴러가 줄 수 있는 속도감, 충격적인 반전 그리고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 이란 말도 안되는 조합이 될 거라 확신한다.

 

최대한 <TEN>의 1화 내용을 말하지 않고자 애를 썼다. 그건 시청자가 <TEN>을 보면서 느낄 희열과 감동의 순도를 단 1%라도 줄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아서 봐보라! 감히 장담컨대 ‘걸작’이라고 외치면서 두 손가락을 치켜들고, 다음주 금요일 밤 12시를 기다리면서 OCN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 까페 등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TEN>에게 바라고 점은 오직 하나뿐이다. ‘제발! 이 괴물같은 완성도를 끝까지 유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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