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공연 전시

이은결의 감동적인 매직쇼 ‘더 일루션’

朱雀 2012. 3.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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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9일 필자는 이은결의 더 일루션을 보기 위해 충무아트홀을 찾았다. 그때의 감동과 재미는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그런데 보름도 더 지난 지금에야 후기를 쓰게 되다니...아마 필자의 게으름과 공연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특수성 때문이리라.

 

비겁한 변명은 이쯤하고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이은결이란 마술사에 대해 이름을 몇 번 들어보았다. 게다가 매직쇼니 그저 마술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1부는 흔히 생각하는 마술의 연장이었다! 아리따운 미녀 도우미가 나오고, 이은결은 그녀를 도저히 탈출할 구멍이 없어 보이는 상자에 집어넣고, 날카로운 창(?)으로 찌르고, 심지어 상자를 몇 개로 쪼개 놓기도 한다.

 

TV를 통해 보아온 마술들이지만, 실제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을 보니 그저 환상적이었다! 마치 무술감독들이 영상을 위해 수 백번 이상 합을 맞춰본 것처럼 이은결과 미녀 도우미 그리고 스탭들의 손은 척척 맞았다.

 

영화 못지 않게 화려한 무대효과와 정신없이 흘러나오는 웅장한 음악과 간간히 터지는 효과음은 마술쇼가 아니라 정말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필자가 감동한 것은 단순히 현란한 마술쇼 때문이 아니었다. 이은결은 그 속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동심과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은결은 꼬마관객을 위해 그림을 그리면 바로 현실화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모컨을 그리고, 관객을 그것을 누르면, 이은결이 그린 그림은 정말 로켓이 되어 하늘로 날아올라가려 했다. 어린이 관객이 본 트랜스포머와 공룡 그림은 그 자신이 꾸며낸 동화 이야기처럼 현실이 되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물론 그 인형 안에는 사람이 들어 있고, 아무래도 조악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은결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달되고도 남았다.

 

몇몇 이들은 1부가 끝나자마자 <해품달>을 보기 위해 가버렸다. 어떤 의미에선 전통적인 마술쇼인 1부를 더 재밌게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겐 2부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부에서 각종 도구와 특수효과 등으로 블록버스터급 마술을 보여준 이은결은 2부에선 소박하기 그지 없어진다. 바로 모든 도구를 버리고 오로지 10년 넘게 수련한 자신의 손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손으로 신기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준다. 이른바 핑거 발레였다. 그것도 부족해서 2부 말미에는 손만으로 자신이 간 아프리카의 정경을 표현해낸다. 토끼가 되었다가 독수리가 되었다가 사자가 되었다가, 수없이 많은 생물로 변하면서 광활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를 표현해내는 이은결의 솜씨엔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며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이은결의 매직쇼를 보면서 놀라운 것음 그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일루션>은 인터미션 20분을 빼도 약 2시간 정도의 공연이다. 그 시간동안 무대 위를 온전하게 지키는 인물은 바로 이은결 자신이다!

 

보통 가수의 공연엔 게스트가 등장해서 잠깐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매직쇼에선 그런 게 애초에 불가능하다. 다른 마술사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는 순간 이은결이란 이름을 단 공연은 의미 없어지니까.

 

이은결은 단순히 마술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마임과 춤을 비롯해서 다양한 공연 레퍼토리를 보여준다. 물론 마술도 있지만, 마술만이 전부가 아니다. 하여 더 일루션이란 제목은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타낸다.

 

이은결이 공연 중간 중간 지적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마술쇼를 보러 가면, 순수하게 즐기지 못한다. 매의 눈을 가지고 마술사가 어떤 트릭을 쓰는지 밝히고 싶어한다.

 

어디 두고 보자라는 심산으로. 그러나 마술쇼를 관객이 찾아가는 트릭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어디서부터 이런 잘못된 문화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나라는 마술사가 공연하기에 무척 불편한 곳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마저 한국공연의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을까?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 이은결은 하나씩 하나씩 명성을 쌓아갔다. 2001년 일본 UGM 세계 매직 대회 그랑프리, 2003년 라스베가스 세계 매직 세미나 금사자상, 2006FSM 월드 챔피언십 제너럴 매직부문 1위까지.

 

이제 만 30세의 한국 마술사 이은결은 실력만 놓고 따져도 세계적인 명성에 오른 대가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꿈의 무대로 통하는 라스베가스에서 공연을 하며 나름 편하게 일생을 보낼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척박한 환경인 한국에서 마술을 계속했고, 자신과 후배를 위해 길을 개척해왔다. 잘은 모르지만 꿈의 무대인 라스베가스에서 조차 마술사가 2시간 넘게 공연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물론 그런 어려움 때문에 이은결은 2시간 내내 마술만 보여주진 않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절반 이상은 마술과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레퍼토리를 위해 그가 무대 밖에서 흘렀을 땀과 눈물은 상상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더 일루젼은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한 마술사의 끈질기고도 세심한 노력이 꽃을 피운 공연이었다. 거기선 우리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무대 위를 장식했다.

 

무엇보다 다른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의 두 손을 매직 발레와 아프리카를 표현해내는 이은결의 자세는 그 자체로 느끼는 바와 배울 것이 많았다. 우리 한국인은 현란한 마술만 가지곤 2시간을 얌전히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

 

하여 이은결은 추억의 마술쇼와 동심을 일깨워 주는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고, 그런 다양함은 매직쇼가 어디로 가야하면 좋을지 좋은 이정표를 제시한다고 본다. 이은결 이전까지 마술쇼는 마술만 보여준다라는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은결로 인해 매직쇼는 단순히 마술만 보여주지 않는다라고 바뀌었다고 본다.

 

공연 중간중간 자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관객을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쟁이가 되어도 좋다라는 그의 말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필자는 한화메사나콘서트의 일환으로 이번 더 일루션공연을 보았다.

 

그런 탓에 많은 어린이들이 공연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시끄럽고 산만하게 관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을 보기에 어려운 처지의 불우한 친구들이 이은결의 더 일루션을 보면서 자신의 꿈과 앞으로의 비전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한화메세나 콘서트 홈페이지 (http://www.hanwha.co.kr/mecenat/)

한화메세나 콘서트는 홈피의 모자이크 조각을 클릭하면, 한조각씩 완성되면서,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면 한명의 어린이가 공연을 볼 수 있는 티켓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또한, 추첨을 통해 클릭한 이들에게 공연티켓을 보내준다! -게다가 매일 한번씩 가능하다. 좋은 일도 하고 공연도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89회째 한화메세나콘서트의 공연은 오는 329일 공연될 닥터 지바고다! 어려운 이웃에게 문화를 볼 수 있는 혜택과 자신도 공연을 볼 수 있는 한화메세나콘서트에 참여해보는 것도 손쉬운 나눔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때론 금전적인 도움보다 이런 문화적 체험이 한 사람의 인생에 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 바로 그런 웅변적인 체험을 가능케 한 멋진 공연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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