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선덕여왕'의 김유신은 절정고수였다!

朱雀 2009. 8.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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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에서 잡혀가던 덕만을 구하기 위해 비담과 김유신이 나선 터라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궁금했다.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TV앞에 앉아 있는 가운데 예상외로 활약을 벌인 것은 비담이 아니라 유신이었다!

물론 비담은 현란한 칼솜씨로 자충우돌하며 수십 명을 저 세상으로 보내주셨다. 그런데 김유신 역시 못잖은 솜씨로 엑스트라를 여럿 날려 보내주셨다. 그것도 부족해 어린 시절 형편없이 깨진 석품을 몇합 만에 쓰러뜨리고, 현재 화랑 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보종을 맞아 역시 몇합 만에 칼을 반토막내고 그것도 부족해 갑옷마저 반토막 내버렸다.

그러면서 김유신도 스스로의 실력에 놀랐는지, 자신의 칼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문노가 그에게 한 이야기가 마치 필름처럼 지나갔다.

<선덕여왕> 23화는 무협소설 그 자체였다. 위험에 빠진 공주를 구하기 위해 강호의 신진고수 둘이 협력해 활약을 펼치다가, 결국 중과부적으로 쫓기다가 절벽에 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자 셋은 손을 꼭 잡고 몸을 던진다. 아! 정말 무협소설과 무협영화에서 너무나 많이 봐온 장면이지 않은가?

그것도 부족해 별다른 부상 없이 살아난 세 사람은 동굴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설원랑 일행은 그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선덕여왕>이 무협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러나 비담의 등장이후 그런 모습은 한층 짙어졌다. 비담은 무협소설 등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밖에 모르고 싸움 앞에선 모든 것을 잊고 투쟁심에 불타오르는 짐승이다. 제멋대로고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이 인간형은 적과 아의 구별이 매우 어려운 캐릭터다.

뭐 여튼 재미있으니 별 상관은 없다. 23화에서 두드러진 엄태웅의 포스는 실로 반가움이었다. 김유신은 그동안 변변한 활약상을 펼친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잠시 맹랑한 구석을 보이긴 했지만, 십화랑에 한명인 석품에게 무자비하게 깨졌다. 그 이후로 계속 대결을 피해 모두들 그를 겁쟁이로 알고, 드라마 내에서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그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적이 없었다. 덕분에 우린 김유신이 삼한을 통일한 영웅이란 사실을 망각해버렸다.

그러나 23화에서 그의 활약은 그가 삼한통일을 이룩한 위인이자 범상치 않은 무술실력의 소유자란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그런 실력을 가졌기에 덕만과 함께 신라를 떠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겠다는 그의 약속에 신뢰가 갔다. 물론 <선덕여왕>에 비친 김유신의 모습과 실제 역사속의 모습은 하늘과 땅만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실제 김유신은 천관녀를 엄청나게 사랑했음에도 자신에 야심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에 발을 끊었다. 그의 말이 어느 날 천관녀의 집 앞에 서자 칼로 목을 베어버린 사건은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다.

그뿐인가? 자신의 여동생 문희와 김춘추가 서로 좋아하도록 상황을 만들어놓고, 김춘추가 아내로 맡을 생각을 하지 않자 일부러 태워 죽이는 시늉을 하고 선덕여왕이 일부러 그 광경을 목격하도록 유도해 김춘추가 아내로 맞이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 이유는 김춘추와 혼인으로 더욱 공고히 묶여 운명공동체로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훗날 김춘추는 태종무열왕으로 통일신라의 왕이 되었고, 김유신은 처남으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역사속의 김유신은 철저히 권력 지향적이며 출세지향적인 인물이었다. 만약 드라마처럼 천명공주와 혼인이 약속된다면, 실제의 그는 아마 덕만을 죽여 기꺼이 황실에 바쳤을 것이다.

그러나 뭐 어떠랴? 이건 역사와 상관없는 드라마인 것을. 그저 재밌게 볼 수 있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자신의 실력을 숨긴지도 몰랐던 한 무림의 절정고수가 스스로의 힘을 깨닫고 엄청난 무공을 선보이고, 천살성의 기운을 띤 사내가 난데없이 끼어들어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낸 것. 그것만으로도 23화는 꽤 볼만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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