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에서 드디어 천명공주는 죽음을 맞았다. 덕만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공주옷을 입힌 것이 화근이었다. 24화에서 천명공주는 덕만을 향한 애정과 김유신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고백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수나라에 유학중인 김춘추(유승호)를 언급해, <선덕여왕>의 마지막 비밀병기인 유승호의 출격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개인적으로 <선덕여왕>에서 박예진의 연기는 그동안 별로 빛나지 않았던 것 같다. 역할자체가 별다른 힘이 없고, 늘 미실에게 눌려살 수 밖에 없는 처지였던 탓이 크다. 그러나 23화에서 그녀는 동생 덕만을 구하기 위해 과감히 궁을 나섰고, 알천랑에게 명령을 내려 낭도들을 이끌고 내려왔다. 한마디로 23, 24화에서 박예진의 연기는 엄청난 빛을 발했다. 마치 촛불이 꺼지기 직전에 제일 밝은 것 처럼...
24화에서 천명공주가 부음을 들은 미실이 “이번엔 네가 이겼다”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만큼이나 가장 빛난 인물은 박예진이었다. 돌이켜보면 박예진은 1999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세인들의 눈도장을 찍은 이후, 숨가쁘게 여러 작품에 출연 해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은 별로 없었다.
<여고괴담>에서 왕따를 당하지만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효신역으로 등장하더니, <대조영>에선 거란족 추장의 딸 초린역으로 등장해 대조영과 이룰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의 상대이자 나라의 장래를 위해 행동하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말그대로 배우답게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밀리에 떴다>에선 어땠던가? 그녀는 살아있는 생선을 손질하고 회를 뜨며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 ‘살콤달콤 예진아씨’란 별명을 얻었다. 가식이 없어 보이는 행동과 말투로 <패떴>의 인기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박예진은 <선덕여왕>에 출연하면서 극에 몰입하기 위해 얼마 전 <패떳>을 하차했다. 그녀가 떠난 <패떴>은 현재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녀의 대타로 투입된 박시연이 제 역할을 못해줘, 더욱 그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게 한다.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는 서두에 밝혔지만 빛이 나지 않는 역할이다. 공주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미실의 협박과 견제에 시달려 신경쇠약 직전의 인물이다.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중노릇까지 해야했다. 게다가 천명공주 아역을 연기한 신세경의 연기가 종반부에 빛을 발해 박예진의 부담은 여러모로 클 수 밖에 없었다. 투입 초반 그녀의 천명공주 연기는 ‘그럭저럭’이었다. 공주의 위엄과 덕만과 둘이 있을 때는 다정다감하게 대해는 모습은 안정적이었지만 그렇다고 뭔가 가산점을 주기엔 부족해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자신만의 ‘천명공주’이미지를 구축했고, 마침내 24화에 이를 땐 신세경이 연기했던 천명공주를 잊게 만들었다. 24화에서 천명공주가 죽음을 당한 것은 <선덕여왕> 제작진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지리라. 이제 미실에 당당히 대항하는 반미실 세력의 주축이자, 덕만을 한없이 사랑하는 그녀를 살려둔 채는 도저히 선덕여왕이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명공주의 죽음으로 덕만은 미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고, 덕만을 사로잡아 황후의 꿈을 이루려던 미실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위기 상황에 몰려 덕만이 공주로 입적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상황이 반전된다는 설정자체가 극적이지 않은가?
박예진의 퇴장은 ‘공주의 죽음’이란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독화살에 맞아 해독약을 찾아 떠나는 덕만을 애처롭게 불러대는 그녀, 마지막 순간에 사랑을 고백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게 물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연기력이 참으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39.5% 시청율을 기록하며 <선덕여왕>의 40% 시청율에 바짝 다가간 것은 이번만큼은 전적으로 박예진의 공이었다. 그녀의 퇴장이 아쉽지만, 유승호가 등장하고 일식을 이용해 상황을 반전하려는 미실과 일식엔 정광력이 필요하다는 대사의 말을 생각해봤을 때 책력을 가진 덕만의 반격이 기대되는 예고편이었다.
사견으로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는 드라마와 <1박 2일>의 출현을 동시에 감행해서, 둘 모두 좋은 성과를 얻었다. 물론 잘 안다. 드라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박예진의 마음을. 그러나 <패떳>은 현재 그녀와 이천희의 하차이후 캐릭터들이 제 설정을 못 잡고 있고, 프로그램 자체가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성은 교통사고로 한달 정도 녹화에 참여할 수 없다. 박예진의 대타로 투입된 박시연이 얼굴 마담 이상의 역할을 못하는데, 박시연 대신 그녀가 다시 투입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차기작 문제도 있기 때문에 불가능 하겠지만, 한때 재밌게 보았던 <패떴>의 위기를 보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본다.
예능 프로그램로 자신의 새로운 매력을 뽐내며 인지도를 쌓은 박예진은 <선덕여왕>으로 이제 자신의 원래 브랜드인 ‘연기자’를 확고하게 쌓았다. 부디 다음 출연작도 좋은 성적을 올려 연기자로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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