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드림’이 수목극이었다면 손담비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朱雀 2009. 8. 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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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청순한 역할이 아니라 왈가닥에 선머슴같은 박소연역을 맡고 있는 손담비. 예쁘고 멋진 역이 아니라 다소 망가지는 모습을 마다하지 않는 면에서 그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녀의 발음은 다소 부정확하고 연기는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첫 출연작이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라 여겨진다. 다만 <드림>이 뜻하지 않게 <선덕여왕>의 대항마가 되다보니 극중 유일한 히로인인 손담비에게 과중한 기대와 짐이 지워지면서 너무 냉소적인 평가가 내려지지 않나 싶다. 만약 <드림>이 수목극이었다면 손담비의 연기는 호평을 받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손담비는 지독히 운이 없는 배우다.


<드림> 5, 6화를 보면서 제목과 같은 생각이 더욱 짙어졌다. <드림>은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상황은 매우 안타까울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다.

지난주 이장석(김범)이 지옥훈련이 힘들어 도망가려던 것을 붙잡은 남제일(주진모)와의 스파링으로 시작한 5화에선 주진모-손담비-김범의 묘한 삼각관계 대립이 제대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남제일이 격투기 선수 에이전트를 한다는 사실을 안 강경탁(박상원)은 선수와 에이전트 그리고 체육관까지 뭉개버릴 작정으로 현 챔피언 맹도필과 이장석의 시합을 결행했다.

소식을 들은 체육관측과 남제일은 매우 난감해한다. 선수를 회복불능으로 만들어 다신 재기할 기회를 없애버릴 속셈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방지축 이장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챔피언과 붙을 기회가 생겼다고 철없이 좋아하며, 싸우게 해달라고 떼를 쓰다가 관장에게 쓰레기 인생이란 소리까지 듣게 된다.

보면 볼수록 느끼는 거지만, 주진모의 연기는 이제 완숙의 경지인 것 같다. 살짝살짝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져서도 자존심 하나만은 지키려 하는 그의 모습은 못 가진 자의 최후의 방어선이 느껴질 정도로 진정성이 있다.

어머니 없이 소매치기로 하류인생을 살아온 이장석역의 김범은 마치 다이너마이트처럼 언제 터질 줄 모르고, 마치 성난 코뿔소처럼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선 일단 분노를 터트리고 보는 10대 후반 문제아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진모와 김범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손담비의 초보연기다. 그녀의 연기력은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극중 히로인으로서 많은 매력을 가진 박소연 역으로 모자란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박소연은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인지 천방지축이며, 권투도장에서 큰 탓인지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나던 날 죽은 어머니를 아머지가 그리워할까봐 일부러 생일상을 피하고, 아버지를 배신한 맹도필을 찾아가 주먹을 날릴 만큼 착한 여자다. 1화에서도 잠시 비췄지만 후배들도 잘 챙기는 마음 깊은 심배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티격태격하던 남제일에게 묘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말광량이면서 심배가 깊고 매력적인 여성 역할은 연기 초보인 손담비에겐 버거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엔 출연분량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그녀의 다소 부자연스런 발성과 어색한 연기들이 자꾸만 눈에 뛰어 극 흐름에 방해를 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여기엔 그녀가 <드림>의 유일한 히로인이자, 편성상 <선덕여왕>의 대항마가 되어버린 탓이 크다. <선덕여왕> 비교해서 그렇지 <드림>자체마 놓고 보면 손담비의 연기도 나름 매력적이다.

조연진의 연기는 대부분 만족스럽다. 비즈니스를 위해 철저하게 모든 사람을 이용하고, 자신에게 반기를 든 남제일을 철저히 짓밟고자 하는 강경탁 사장의 박상원은 정말 앞에 있으면 주먹을 날리고 싶을 만큼 야비한 악당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남제일과 강경탁 사장 사이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팜므파탈적인 매력의 최여진의 연기도 칭찬할 수 밖에 없고, 이장석의 아버지로 소매치기 기술을 가르친 이영출역의 오달수 등은 그야말로 훌륭하다.

<드림>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잘 나가던 스포츠 에이전시의 본부장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남제일은 이제 이장석을 통해 박관장네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지난날을 뉘우치고 성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소매치기로 소년원까지 다녀온 이장석은 쓰레기 인생에서 벗어나 성공하기 위해 글러브를 끼고 연습중이다.

거대 스포츠 에이전시와 일개 몰락한 에이전트와 무명 격투기 선수는 상대가 되질 않는다. 거기에 더해 강경탁은 맹도필을 동원해 이장석의 선수생명을 끝장날 계획이다. 다음주엔 드디어 둘의 경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어떻게 결과를 맺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내 예상엔 한쪽의 승리보단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챔피언에게 지면 <드림>은 그걸로 끝이고, 리얼리티를 어느 정도 추구하는 현 트랜드상 이장석이 맹도필을 이기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열나게 맞고 수세에 몰리다가 크로스 카운터로 무승부를 맺는 게 이야기전개에 아마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현재 <드림>은 상대는 하필이면 40%의 시청율을 넘보는 <선덕여왕>이다. <드림>의 이번주 성적표는 7%. 5%대의 <전설의 고향>덕인지, 아니면 스토리가 본궤도에 진입한 탓인지 지난주 5%대에서 약간 올라갔다.

그러나 천명공주역의 박예진의 멋진 퇴장과 비밀 병기 유승호의 출격, 미실과 덕만의 실질적 제 1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드림>은 10%대의 시청율을 현 상태에선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수목드라마였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현재 SBS에서 방송중인 <태양을 삼켜라>는 별다른 스토리 없이 진행중이라 시청자들의 기대는 식을대로 식어버린 상태다. MBC의 <혼>은 이제 시작단계라 뭐라 하기 어렵지만 10화분량인데다 이서진을 빼면 신인들로 채워져 한번 해볼만 하다. 게다가 <태삼>은 지난주 약 17%, <혼>은 12%의 시청율을 기록한 상태다(<파트너>는 9%).

따라서 만약 <드림>이 수목극이었다면 한번 해볼 만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 매력적인 배우들과 괜찮은 스토리라인으로 무장한 <드림>이 수목드라마로 진행했다면, 지금 <태삼>이 받는 스포트라이트 이상의 화제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손담비도 지금처럼 블로거들에게 뭇매를 맞는 상황까진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드림>이란 매력적인 카드가 <선덕여왕>이란 쓰나미급 위력을 가진 드라마 때문에 평가절하 되고, 연기 초보인 손담비가 다소 부당하게 평가받는 현실은 다소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또한 현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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