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령’은 김우현 대신 권혁주 팀장이 검찰청 도청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했다. 특히 직위해제된 사이버 수사팀원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각각 조현민 대표의 차의 블랙박스를 해킹하고, 조현민의 수족같은 문상무의 노트북에 usb를 해킹하고, 세이프텍의 서버를 해킹하는 대담한 행각을 보여주었다.
김우현-유강미-변상우-이태균의 콤비플레이는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를 떠올리게 할만큼 꽤 괜찮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내내 몇 가지 옥의 티를 발견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권혁주 팀장이 구속당하는 상황을 보자, 조현민 대표에게 매수된 검사 임치연은 사이버팀에서 관리하는 도청기를 가져와서 원래 김우현을 체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김우현이 아니라 권혁주 팀장이 도청장치를 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아서 일이 다소 꼬이게 된다. 여기서 한가지! 유강미가 검사팀의 수사관과 함께 기기출납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누가 도청기를 가져갔는지 단 몇분만에 알아낼 수 있었다.
기억을 되돌려보자! 당시 사이버팀에는 내부 스파이인 강응진 박사가 있었다! 그가 기기출납부를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따라서 강응진에게 지시해서 확인만 했더라도 김우현이 아니라 권혁주가 가져갔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는 여태까지 조현민 대표가 완벽하게 일을 진행한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일처리가 너무 허술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도 후반부의 반전을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을 것이다. 뭐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었던 걸로 치고.
다음은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있었던 날, 전재욱 국장은 김우현이 건네준 자료로 역시 중간 수사 발표라고 한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전재욱 국장이 보여준 자료들은 7월 16일까지 세이프텍의 CCTV 자료와 예촌이란 식당의 CCTV 자료였다. 물론 그 자료들을 보여줌으로써 염재희가 도청기를 7월 16일까지 가지고 있었고, 그걸 7월 16일 예촌에서 임치연 검사에게 넘겨줬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자! 경찰은 기본적으로 영장이 없으면 합법적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증거물을 수집할 수가 없다. 따라서 김우현 등이 불법적으로 수집한 이런 증거물들은 합법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중간에 우리일보의 구연주 기자가 지적했지만 이런 증거물은 어디서 구해졌는지 출처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제작진에서도 그런 것을 고민했는지 ‘익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이라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료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증거를 가지고 경찰이 중간수사 운운하면서 발표하기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차라리 ‘트루스토리’를 비롯해서 다른 언론사를 통해서 터트렸다면 어땠을까? 할리우드에서 많이 써먹는 수법이지만, 언론은 출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특종’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트루스토리의 최승연 기자가 중간에 나왔을 때 그녀가 나름 큰 역할을 하리라 보았다. 또한 이전에 김우현이 그랬지만 인터넷에 올려서 퍼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반전을 주고 싶었다면 차라리 중간에 최승연 기자가 구연주 기자에게 넘겨주는 도청기록을 미리 김우현과 짜로 다른 것으로 바꿨다면? 반전을 줄 여지가 많았다. 구연주 기자는 엉뚱한 스토리를 신문기사로 내고, 김우현과 최승연은 당시 녹음된 증언을 언론에 내보임으로써 얼마든지 권혁주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다!
아니면 구연주에게 당한 나중에 최승연이 단독으로 특종을 보도하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더 재밌지 않았을까? 검찰의 주장과 달리 권혁주 팀장이 검찰을 도청했다는 것은 임치현 검사의 자작극이라고! 물론 검찰청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경찰이 중간 수사 발표라는 형식으로 맞불 형식으로 정반대의 증거를 가지고 나오는 것은 분명히 꽤 인상적인 반전이긴 했다. 그러나 그 반전을 위해 제작진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황과 증거를 내밀고 말았다.
매우 아쉽다. 조금만 다른 식으로 전개했다면 <유령>의 막판 반전은 더욱 이야기를 재밌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어제 <유령>은 나름대로 훌륭했고 긴장감도 잘 유지했다. 다만 꼼꼼한 마무리에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국내에서 드물게 시도하는 장르물이니만큼 앞으론 좀더 꼼꼼하게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TV를 말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시은의 재발견, ‘고쇼’ (0) | 2012.07.21 |
---|---|
박진영의 크나큰 착각!, ‘해피투게더’ (40) | 2012.07.20 |
최고의 5분을 보여준 ‘골든타임’ (8) | 2012.07.18 |
어리버리한 이선균이 주는 쾌감! ‘골든타임’ (0) | 2012.07.17 |
어느 쪽이 고등학생 때의 은지원일까요?, ‘응답하라 1997’ (0) | 2012.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