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 4화의 마지막 5분은 그야말로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듯 싶다! 응급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최인혁을 눈에 가시로 여긴 외과과장 김민준은 그를 잘라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응급실에 들어오는 모든 외과 환자의 집도를 외과당직의가 집도하는 걸로 전체메일을 띄운다.
한마디로 최인혁이 수술을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가 성격을 참지 못하고 위급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 메스를 들 경우, 곧장 쫓아낼 구실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우린 알면서도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골든타임>의 어제 마지막 장면이 그렇다! 이민우(이선균)은 다섯 살 아이가 자동차 뒷바퀴에 치어 위급한 환자로 들어오자 어쩔 줄 몰라한다.
급한 마음에 외과에 콜을 하지만 담당 레지던트는 필요한 검사를 했는지만 물으면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이민우가 최인혁에게 콜을 하려고 하자, 그 즉시 강재인(황정음)이 막아선다. 이유는 최인혁이 잘릴까봐서 였다.
사실 황정음이 연기하는 강재인은 그동안 ‘에러’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진지한 의학드라마와 잘 맞지 않았다. 김재인의 유달리 밝은 캐릭터는 위급한 환자들이 넘쳐나는 응급실의 상황과 위화감이 느껴졌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4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황정음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최인혁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게 의지하려 드는 이민우를 막아설 정도로 사리분별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면서 새삼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전화에 응하지 않는 전문의를 부르기 위해 강재인은 직접 올라간다. <골든타임>은 그 이후 내내 이선균의 얼굴만을 비춘다. 다섯 살 아이가 죽어가고, 모든 응급실 의사들이 붙어서 살리고자 애쓰고, 다른 한 쪽에선 아이의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몇분동안이나 뚝심있게 보여준다.
그 상황에서 고뇌에 빠진 이선균의 모습은 실로 인간적이었다. 콜을 안하자니 아이가 죽겠고, 아이를 살리자니 최인혁은 그걸 구실로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고. 그리고 마침내 전화를 걸어서 최인혁에게 콜을 하고, 현재 상황을 말하면서 매달리는 그의 모습은 답답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끝내 응급실로 내려와서 ‘당장 수술실 잡아!’라고 외치는 최인혁의 모습도 숭고하기 짝이 없었다.
예고편에서 최인혁은 결국 사직서를 내고 나오는 장면이 그려졌다. 아마도 그는 이사장의 손녀인 김재인이 손을 써서 다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골든타임>의 4회는 다른때보다 유난히 코믹한 모습을 많이 그려냈다. 강재인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친구를 부탁해서, 그녀가 전화를 걸자 모든 과의 과장들이 자신들의 과로 입원시키겠다고 난리는 치면서 그야말로 부조리한 상황에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게다가 강재인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양다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가 폭발하기도 했다.
<골든타임>은 각 과의 과장들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 한국 의료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 과정속에서 오직 사람만 바라보고 인술을 펼치는 드문 최인혁의 모습을 통해 ‘나는 왜 의사가 되었나?’ ‘나는 왜 중증환자를 보는가?’처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면서 성찰하게끔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4화 막판 최인혁에게 콜을 하기 전에 몇분이나 망설이는 이민우의 모습을 끈기있게 보여준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골든타임>은 의학 전문 드라마로서 가치를 입증해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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