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에서 최인혁은 병원장과 이사장이 잇따라 박원국 환자의 수술 때문에 복귀요청을 했는데도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종의 ‘러브콜’인데도 최인혁의 모습은 완강하다.
평상시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몸값을 높이려고 그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그가 결국 2차 수술을 집도하고 환자를 케어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면서 왜 그런지 소상하게 이유가 밝혀졌다.
일반외과 김민준 과장은 박원국 환자의 2차 수술에 들어갔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상태 때문에 거의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자존심을 접고 최인혁에게 전화를 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온 최인혁은 김민준과 첨예한 의견대립을 거친 끝에 일단 봉합만 하고 나오는 걸로 결론을 본다. 김민준 과장은 소장이던 대장이던 한 두 부위라도 연결을 시켜놓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무리한 수술을 감행할 경우 환자의 상태가 오히려 악화되고 심지어 사망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어쩔 수 없이 의지를 꺾는다. 심지어 김민준 과장은 주치의로서 멋대로 판단을 내려서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마저 열어놓는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최인혁과 케어 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김민준의 모습은 왜 그가 복귀를 거부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든다. 최인혁은 그동안 병원에서 ‘미운오리새끼’였다.
그는 죽어가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각과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거부반응 뿐이었다. 중간에 최인혁이 자신의 매니저나 다름없었던 신은아와 대화도중 “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현재 최인혁은 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용병들이 있는 병원에 갈 예정이다. 전쟁터인 만큼 엄청난 응급환자들이 몰려있을 것이고, 누구보다 ‘칼잡이’로서 숙명을 타고 난 그로서는 원없이 수술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능한 외과의사인 최인혁이 한국이 아니라 리비아행을 택핼 정도의 상황은 오늘날 국내 응급체계가 얼마나 의사개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수준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전화에서 드러났지만 병원에서 박원국 환자 살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그가 청와대 만찬까지 불러간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이 기회를 통해 병원홍보와 더불어 응급센터를 따올 작정이고, 김민준 과장은 명성을 높일 기회로만 여긴다. 그들의 눈에 ‘환자’따윈 애시당초 없었다.
따라서 그런 이들이 판치는 병원에서 최인혁 같은 이가 그동안 3년이나 버틴 것이 오히려 용할 지경이다. 물론 돌아가는 이야기 진행상 박원국 환자건으로 최인혁이 병원으로 돌아올 것 같긴 하지만, 이사장이 ‘박원국 환자를 살리는 것에 과장직을 걸 수 있나?’라는 질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김민준 과장의 표정에서 묘한 쾌감이 일어나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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