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디테일이 살아난 ‘태양을 삼켜라’ 기대된다!

朱雀 2009. 8.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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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황혼녘을 배경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지성과 성유리. 그리고 아름다운 키스신까지. 디테일한 설정과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멋진 연출이 빛난 장면이었다. 11화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태양을 삼켜라>가 디테일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본격적인 결자해지 모드로 전환될 것임을 천명한 방송분이었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난주 방송된 <태양을 삼켜라>를 보면서 이번주 수목극을 뭘 볼지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으론 지난주까지만 <태양을 삼켜라>를 보고 이번주부턴 <아가씨를 부탁해>를 볼참이었다.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의 흥행을 항상 책임져온 윤은혜와 <내조의 여왕>의 미중년 태봉씨 윤상현과, <돌아온 일지매>의 정일우, <찬란한 유산>의 문채원 등이 출연하고 코믹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예고편 등이 마음에 드는 탓이었다.

그러나 <태양을 삼켜라> 11화는 그런 결심을 다소 흔들리게 만들었다. 뭐 많은 분들이 인정하겠지만 <태양을 삼켜라> 1화는 정말 괜찮았었다. 국토건설단의 깡패와 제주해녀의 운명적인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출산 등이 이어지는 스토리 는 빠른 전개와 영화 같은 영상미로 시청자를 그야말로 매혹시켰다.

하지만 2화부턴 그런 영화적인 전개는 사라지고 선정성 등에 기댄 연출로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태양의 서커스>와 라스베가스와 아프리카 등의 멋진 풍광을 담았지만, 그건 빈약한 스토리를 가리기 위한 화려한 포장에 지나지 않았다.

김정우(지성)는 우연한 기회에 장민호(전광렬) 회장에 눈에 들어 인생을 바꾸기 위해 그에게 영혼까지 팔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다. 그의 아들 장태혁(이완)을 대신해 감옥까지 다녀왔지만 철저하게 내쳐진 뒤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영화적인 스토리에 비해 연출은 형편없었다. 화면에 비취는 것은 그의 사연이 아니라 화려한 상류층의 생활과 어린 시절 짝사랑인 이수현(성유리)을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장면만이 부각될 뿐이었다.

<태양을 삼켜라>는 그동안 세부묘사가 부족했다. 왜 잭슨 리(유오성)의 아내인 에이미가 넉넉한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퍼를 하게 되었는지, 이완이 왜 그토록 아버지를 증오하는지, 제주도 최고 부자였던 성유리의 집안은 왜 몰락하게 되었는지 등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기본적인 이야기를 진행시키고는 스트립 댄스와 멋진 라스베가스와 아프리카의 풍광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내용 전개와 별다른 상관없이 그저 얹어진 멋진 영상들은 부조화를 일으키며 극의 몰입도를 여지없이 낮추는 데 큰 몫으로 작용했고, 많은 시청자들은 그런 <태양을 삼켜라>에 기대를 거두게 됐다.

그런데 11화에서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우선 지성은 성유리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그 과정에서 고아원 시절 그녀가 내민 선물들을 뭉개고, 밤에 그녀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가 해코지를 하려다 성유리가 첼로를 켜는 모습을 보고는 문득 부끄러워 도망쳤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황혼녘 아프리카 초원에서 이뤄진 고백은 애절하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차차보왕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잡입해 활약하는 장면은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마치 영화같은 볼거리를 제공했고, 간신히 찾은 인질이 지성을 쏘는 뜻밖의 반전은 다음 이야기를 궁금케 했다.

또한 장민호 회장에게 무서운 경고를 받은 백실장이 문성철 회장의 딸 에이미에게 눈독을 들이면서 ‘배신’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기 시작했다. 잭슨은 유강현 회장의 요청에 따라 장민호와 맞서기 위해 제주도로 들어오고, 그곳에 자신의 아내 에이미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아파한다. 한편 선영의 오빠 한석태는 자신의 동생을 버리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있을 거라고 백실장을 협박하고, 정우는 현기상을 만나 장민호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했다가 장민호가 사실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11화는 그동안 상당히 지루하게 진행되었던 이야기들이 마침내 수면위로 올라와 서로 꼬이고 반목하면서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실 <태양을 삼켜라>의 선행방송인 특집도 흥미를 반감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11화까지의 내용을 압축시켜 보여줌으로써 내용 전개에 대한 흥미를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12화부터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게다가 장민호가 자신의 친아버지임을 알게 된 정우가 어떤 행동을 할지, 장민호 회장과 유강현 회장의 피할 수 없는 대결, 백실장이 장민호를 어떻게 배신하고, 백실장을 한석태가 어떻게 응징할지, 지성-성유리-이완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풀릴지 너무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12화부터는 널려있다(이렇게 나열해보는 것만으로도 궁금증이 모락모락 일어나지 않는가?). 어떻게 결자해지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이야기 궤도에 오른 <태양을 삼켜라>가 이서진과 신예 임주은의 열연으로 빛나는 <혼>과 드라마 흥행불패의 윤은혜가 주연을 맡은 <아가씨를 부탁해>와 맞서 어떤 결과를 일구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자신이 구하러 간 차차보 왕의 아들의 총을 맞아 생사가 불분명했던 정우(지성)은 마지막 부분에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해, 자신의 양아버지와 다름없는 현기상에게 강민호 회장에 대해 복수할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란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얼이 빠져버린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안 정우가 어떻게 행동할지, 잭슨 리와 에이미는 어떻게 될지, 백실장은 장민호에게 어떤 배신을 벌일지 등등 앞으로 남은 분량은 그동안 꾹꾹 숨겨놓았던 갈등과 사건이 모두 분출된다는 것에서 매우 흥미진진하며 그저 기대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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