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골든타임’은 실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들면서 새삼 ‘골든타임’이 명품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19화에서 큰 사건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원들이 세종대병원을 심사하러 나온 것이다. 5명의 심평원 조사원들이 병원에 뜨자 의사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심평원에 대한 풍자는 오히려 조사원들보다 최인혁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심평원 직원이 더욱 강렬하게 보여줬다.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고 다행히 호전된 그는 자신의 치료일지를 요구했다.
그리고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이민우는 진땀이 뺐고, 최인혁 교수까지 나섰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해서, 그가 맞고 있던 초강력 항생제마저 끊게 되었다.
이 장면은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심평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건강보험금이 잘못 쓰이지는 않는지, 환자가 과한 의료비청구를 받는 것은 아닌지 심사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환자의 편에서 환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곳이란 이야기다. 따라서 그들이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서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입장에서 답답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환자가 감염이 왔는지 어떤 치료를 해야할지, 완전하게 100% 확신을 갖기란 실제로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인간이 스스로 밝혀낸 인간의 몸과 질병에 관한 지식이란 실로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민우가 말한 것처럼 ‘경험과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자주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골든타임>에서 심평원 직원의 지적은 답답해 보이고,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평원조차 없다면 환자의 권리는 누가 찾아줄 것이며, 과다한 의료비 청구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깐깐한 심평원과 최인혁 같은 의사들이 어떻게 의견일치를 이룰까?가 우리가 고민해야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더욱 중요한 일인데, 바로 ‘탁상공론’ 부분이다. 세종대병원은 헬기사업에 지원했지만 사실상 탈락 상태에 빠진다. 여기서 답답한 것은 세종대병원이 탈락한 이유가 ‘거리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대형헬기가 아닌 소형헬기로 예산 때문에 바꾸다보니 창원에 있는 3차병원도 아닌 2차병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의료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3차병원이 아닌 2차병원이 헬기를 지원받아 중증외상환자를 이송받게 되었을 때의 상황은 실로 끔찍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그 병원에선 감당이 안될 것이고,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악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탁상공론에 이보다 더한 풍자가 있을 수 있을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현장의 상황은 무시한 채 심평원의 기준만을 내세우는 조사원에 대해서도 풍자가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욕망은 강재인이 이사장대행을 하자, 고모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자신들이 병원을 좌지우지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각과의 과장들을 불러서 포섭하는 작업을 한다.
그들에게 달콤한 말로 중증외상센터장 자리를 미끼로 강재인의 의견을 묵살할 것을 요구한다. 네 명의 과장들은 각자 자리에 대한 욕심과 자신의 과를 지키기 위한 욕심으로 중증응급과를 지키려는 강재인에 의견에 천문학적인 액수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부풀려서 사실상 반대한다.
각 과의 과장들은 헬기사업과 심평원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탁상공론에 대해 지적질 하면서 정작 본인들을 위해선 병원이 어떻게 되은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성경에 보면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못본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멋진 말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경우에는 객관적이 되기 싶고 누구보다 공평한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이 걸린 경우에는 누구보다 탐욕스런 인간이 되어버린다. <골든타임>을 그러한 상황을 너무나 극명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어디 이런 상황이 세종대병원에만 있겠는가? 바로 우리 앞의 현실에서도 넘쳐나는 상황이기에 더욱 <골든타임>을 단순한 드라마로 볼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수술위원회에서 ‘인턴나부랭이’인 이민우가 35주가 된 산모와 아기를 살리기 위해 수술한 경위에 대해 소명하다가, 중환자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나가는 이민우의 모습은 더욱 인상깊었다. 겨우 인턴에 불과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은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한 미덕이 무엇인지 직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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