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번째 남자’에는 3포세대를 대표하는 성규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우현의 절친으로 등장한 그는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뛰는 인물로 등장했다.
사실 <천번째 남자>는 현실풍자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놓고 3포세대의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천번째 남자>에선 드디어 구미진(강예원)과 김응석(이천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필자는 아니, 많은 시청자들은 3포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성규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우현은 구미모(효민)이 응석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낙담하여, 성규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성규의 말은 너무나 놀라웠다. 그는 우현의 처지를 부러워했다. 왜? 등록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여유가 있어서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한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규는 알바를 허덕허덕 뛰어야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성규의 모습은 구미진과의 대화신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구미진은 성규가 ‘사랑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하자, 바로 ‘3포세대구나’라는 식의 뉘앙스를 비춘다.
그러자 성규의 답변이 걸작이었다! ‘그런 거창한 것은 모르지만, 포기할 게 너무 많아요. 7천원짜리 숙대국이 먹고 싶어도 3천원짜리 밥을 먹어야 하고, 알바 끝나고 택시를 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서 타고 가야해요“라고.
참으로 가슴이 무척 아파오는 말이었다. 다행히 구미진은 천년 가까이 살면서 ‘이땅에는 이보다 더욱 힘든 날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살다보니 그림이 그려졌다’라는 식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줬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개그는 철저하게 오늘날의 시대를 풍자한 것들이 많다. ‘사마귀유치원’이나 비상대책위원회‘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아울러 시트콤계의 레전드인 <하이킥> 시리즈 역시 우리 시대의 아픔과 현실을 풍자함으로써 더욱 지지를 받았다. <천번째 남자>는 기본적으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먹고 살기 바쁜 나머지 여유가 없는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성규라는 캐릭터를 통해 <천번째 남자>는 단순히 오늘날의 사회뿐만 아니라, 사랑놀음만 일삼는 드라마에 일침을 가했다면 너무 오버한 걸까? 단순히 웃기는 시트콤인줄만 알았던 <천번째 남자>가 이토록 강하게 현실을 대놓고 비판할 줄 몰랐기에, 그 충격은 무척 강했다. 더욱이 그런 <천번째 남자>의 모습에선 <하이킥>의 향기가 무척 낫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연기자들의 호연과 괜찮은 이야기 전개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천번째 남자>의 완성도는 나아지고 있기에, 더욱 그런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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