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것이 특집이다! ‘해피투게더’

朱雀 2013. 1. 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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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해피투게더해피파출소라는 컨셉으로 개콘에 출연자들이 나와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간매점처럼 지금 잘 나가는 코너를 빼고 용감하게 새로운 컨셉으로 진행해나가는 <해피투게더>의 뚝심은 정말 눈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출연자는 갸루상의 박성호, 어르신의 김대희, 정여사, 김준현, 박성호였다. 거기에 <해피투게더> MC인 유재석,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더하기 고정게스트 최효정-정범균-김준호-김원효-허경환까지. 14명이 한자리에서 복작복작거리는 특집이었다.

 

그러나 노련한 MC 유재석은 정말 신과 같은 솜씨로 모두가 활약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덕분에 정말 <해피투게더>는 재밌었다!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분 최우수상을 탄 김준현이 한 비상대책위우원회의 장군역할은 원래 다른 개그맨이 하던 것인데, 그가 받아서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신인상도 못 받던 그가 난생처음 수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게 만들었다.

 

꽃거지로 2012년 하반기를 달군 허경환은 한달만 빨리 (코너를) 시작했다면 최우수상도 내꺼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특유의 허세를 보여주었다. <용감한 녀석들>과 시상식에서 맞붙은 <네가지>는 연예대상에 참석했던 한 작가의 의미 없는 말 때문에 오해해서 멤버인 양상국은 <용감한 녀석들>이 호명되었음에도 일어서서 그를 동료들이 위로해주느라 정작 수상팀인 <용감한 녀석들>에게 아무도 꽃을 전달해주지 않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졌던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해피투게더>에서 <개콘> 멤버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웃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개콘> 멤버들은 코너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어려웠던 과거를 이야기했다. 잘 나가던 레크리에이션 강사였던 정태호는 개그맨이 되고 나선 수입이 너무 줄어들어서 지하 1층에서 살았고, 박성광은 너무 가난한 나머지 9개의 각이 진 집에서 살았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늘날 <개콘>의 인기는 동시간대의 드라마들이 벌벌 떨정도로 엄청나다. 또한 인기 아이돌과 연예인들이 <개콘>에 게스트로 나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다. 따라서 거기서 활약하는 개그맨들은 힘든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추억을 이야기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KBS를 제외한 MBCSBS의 사정은 처참하다 못해 참혹할 지경이다<코미디에 빠지다>는 금요일 밤 1125, <개그투나잇>은 토요일 자정에 방송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코너가 있어도 도저히 빛을 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박미선 같은 수상자들이 연예대상에 나와서 시간을 앞당겨주세요라고 부탁할 지경일까? 그러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답답하기는 <해피투게더>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해피투게더>MC인 유재석은 SBS 연예대상, 박명수는 MBC 연예대상, 박미선은 MBC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레전드 MC들이 진행하는데, <해피투게더>멤버와 프로그램이 아무런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은 뭔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박미선이 우리 프로그램 홍보 좀 하자라면서 자화자찬한 것은 그야말로 돌직구성 멘트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피투게더>에서 또한 인상적인 대목은 <개콘>의 형세를 중원대륙에 비유해서 통일과 분열의 역사로 이야기하면서 현재 대세인 갸루샹 박성호파를 미국식 자본주의에 빗댄 것이었다. 박성호는 <개콘>이 아닌 다른 프로에 나오면 후배를 제물(?)로 삼아 자신만 살아남으려고 한단다.

 

반면 정여사로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정태호는 회의는 다 같이 한다면서 잘 웃기든 못 웃기든균등한 분배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두들 입을 모아 유럽식 복지모델이라며 칭찬했다.

 

이 대목이 눈길을 끄는 것이 우리나라가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빠진 현재 상황을 유럽식 복지모델로 바꾸자는 여러 논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글에 비유하면서 약육강식 운운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사실 정글에 사는 호랑이도 배가 부르면 눈앞에서 토끼가 지나가도 잡지 않으며, 인간은 최소한 동물보다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만물의 영장이란 타이틀이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그런데 일부 재벌과 경제인들이 뻔뻔하게 우리 세상을 정글에 비유하는 대목은 어이없는 대목이며, 이런 이야기가 그대로 공중파를 타는 부분 역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개콘> 멤버들은 <해피투게더>에 나와서도 사회풍자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해피투게더>는 현재 인기코너인 <야간매점>을 빼고,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코너를 진행했다. 다섯 명의 게스트들은 각각 PD, 악플러, 대신 술값 계산해준 분 등을 찾겠다고 밝혀서 또 한번 <개콘>의 현실풍자 대목에 눈길이 가게 했다. 물론 결과적으론 김준현이 이야기한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출연해서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해피투게더>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2013년 첫 특집에서 <개콘>의 멤버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을 준비했다. 아마 다른 방송이었다면 시청률을 위해서 유명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해 애썼을 것이다. 이런 대목은 <해피투게더>가 스스로 시청률을 따지는 예능이기 앞서서, 스스로의 뿌리인 코미디를 잊지 않고 있음을.

 



<개콘>의 비화와 개그맨들의 힘든 과거사 그리고 유재석의 흑역사와 사회 풍자 마지막으로 <사람을 찾습니다>에서 김준현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서 찡한 감동까지. <해피투게더> 특집은 '특집'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이야기와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주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새로운 코너까지 선보이면서 늘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새삼 제작진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개그맨들이 활약한 무대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밝혔다. 아울러 과감하게 인기 코너인 <야간매점>대신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코너를 선보이는 우직한 뚝심 역시 보여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시청자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다. 따라서 지금 인기 있다고 안주하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야간매점>은 인기코너지만 벌써부터 간간히 예전만큼 재미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밤참으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매번 나오기도 어렵고, 거기에 사연까지 곁들인 출연자가 나오기 힘든 한계가 있기 때문이리라.

 

<사람을 찾습니다>악플러를 찾고 싶다라는 강도 높은 풍자적 메시지를 주면서도, 고등학교 선생님을 모시고 예능에선 흔치 않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앞으로 <사람을 찾습니다>는 잘만 더욱 다듬으면 <해피투게더>의 인기코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당연해진 공식이지만 특집은 평상시 프로보다 재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과감한 컨셉도입과 <개콘> 멤버들로 채우는 시도를 통해 재미를 주는 데 성공한 <해피투게더>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판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여겨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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