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문근영의 사랑은 왜 추한가? ‘청담동 앨리스’

朱雀 2013. 1.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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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에서 장띠엘 샤는 자신이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임을 한세경에게 밝히는 빅이벤트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 광경을 타미홍이 지켜보고 있음으로 인해서 엄청난 비극이 발생한다. ? 타미홍은 현재 로열그룹 차회장의 부탁과 지앤의류 오너일가의 부탁으로 쟝띠엘 샤(차승조)와 신인화의 결혼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미홍은 한세경을 불러서 그녀가 차승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그의 곁에서 사라져 줄 것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타미홍은 프랑스 유학 비용 일체를 부담하고, 귀국 후에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 있도록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것을 약속한다.

 

<청담동 앨리스> 9화에서 돋보이는 장면은 상류층의 철저한 꼭두각시로 그려지는 세 인물들의 모습들이다. 먼저 서윤주는 로열그룹 차승조 회장에게 자신이 지앤의류 사장의 부인이 된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지앤의류와 사돈을 맺고 싶어하는 차회장은 서로 모른 척 하자고 잔인한 제안을 한다.

 

그러나 지앤의류와의 콜레보레이션 행사에서 자신의 아들인 차승조가 서윤주를 발표회장에서 보고 당황스러워 하자, 그녀에게 결국엔 지앤의류 일가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한다. 물론 서윤주는 맨몸 하나로 상류층에 입성한 만큼 야무지게 자신의 과거가 폭로되면 차회장도 다칠 것이란 암시를 주지만, 차회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세경의 신세는 더욱 비참하다. 그녀를 협박하는 상대는 국내파 디자이너로 상류층에 들고자 하는 타미홍이다. 타미홍은 나름 성공한 디자이너지만 그 역시 상류층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자 마담 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세경과 상당히 닮은 인물이다. 그 역시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놓친 적이 없지만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출신이 문제임을 사회에 진출하고 5년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한세경을 협박하고 있다. 서윤주와 한세경 그리고 타미홍은 기본적으로 같은 고민과 노력을 경주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대한민국은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물론 오늘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양반-평민-노비 식으로 신분이 갈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가진 재산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나뉘어진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윤주와 한세경 같은 여성들은 평생 차승조 같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 사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윤주와 한세경이 차승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차승조가 사는 세상에 기를 쓰고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회장에게 협박을 받고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인 서윤주와 타미홍에게 협박을 받고 차승조를 포기해야 하는 한세경의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충분히 공감이 간다.

 

특히 시누이인 신인화가 차승조와의 결혼을 추진하는 것도 부족해서, 친구격인 한세경의 시계토끼가 차승조라는 사실을 알고 기막혀 하는 서윤주의 모습은 정말 불쌍하게 보였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계속된 고통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끔찍하게 저며오는 고통과 슬픔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보다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한세경의 절규였다. 타미홍의 협박을 받고 한세경은 신인화 팀장님도 회장님께 잘 보여서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왜 팀장님이 하면 예뻐 보이고, 내가 하면 추해요?”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타미홍은 ! 난 왜 이런 짓까지 하게 되었을까요? 아는 사람끼리 괴롭히지 맙시다라고 여운 있는 말로 답한다.

 

지앤의류 오너일가인 신인화 팀장은 차승조를 정말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업적 야망을 이룰 파트너로서 그를 원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비즈니스다! 그러나 신인화 팀장은 정략결혼을 하려고 하면서도 한세경에게 차승조에게 어필한 이유를 묻고, 손편지를 행사장에서 써서 호감을 높이는 방법을 구사한다.

 

분명히 신인화 팀장 역시 계산적으로 차승조에게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를 향해 아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한세경에 대해선 주변은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비난이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간단하다! 신인화 팀장과 한세경이 다른 계급의 사람이라고 우린 부지불식간에 인정하기 때문이다. 신인화 팀장은 상류층 인물로 차승조와 같은 계급의 인물이다. 동등한 입장이기 때문에 정략결혼이라고 할지라도, 그녀가 그에게 접근하는 것은 귀여운 수준에서 머문다. 그리고 상류층에선 서로의 비즈니스를 위한 정략결혼이 일상적인 풍경이라 거기에 대해서 비난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

 

반면 한세경은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녀가 차승조가 만나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것 만큼 어려우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또 거기에 로또에 당첨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설혹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해도 그쪽 집안에서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엄청난 반대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한세경이 진실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면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 한세경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 도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미홍은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상류층의 눈에 들어서 자신의 입지를 늘려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마담 뚜 역할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차승조는 자신을 외면하고 피하는 한세경의 행동을 오해하고 그녀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러나 끝까지 한세경이 외면하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한강변에서 그녀를 찾아내고 고백한다. 자신은 왕자가 아니며 찌질하고, ‘찌질하게 사랑한다.

 

박시후가 연기하는 차승조는 찌질한 인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에게 공감하는 것은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 자신을 떠난 서윤주를 잊지 못하고,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잊지 못하는 연약한 인물이다. 그는 그래서 한세경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우리가 여태까지 본 대다수의 드라마에서 재벌남들은 온갖 고난을 물리치는 왕자였다. 그러나 <청담동 앨리스>의 차승조는 역전된 상황이다! 한세경이 그를 원한다면 차승조를 구해내야만 한다. 한시간만을 달라고 한 한세경은 타미홍에게 달려가서 계약서를 던지고, ‘추한 사랑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청담동 앨리스>의 상황은 분명히 여태까지 드라마들과 반복되어서 식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약간의 설정변화로 우리에게 생각할 꺼리들을 던져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녀간의 사랑이 순수할 수만은 없다.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이몽령을 사랑한 것엔 분명히 신분상승의 욕망도 있었다! 서윤주가 한세경과 함께 소주를 마시면서 절규하지만, 그들 역시 피해자들이다!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분명히 옳은 방법이 아니지만 이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엄청난 희생을 했고 많은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들은 죄인일까? 분명히 서윤주와 한세경의 모습이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히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구석도 있다. 그들을 향해 추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린 과연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최소한 서윤주와 한세경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가슴아파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허나 우리가 언론등을 통해 접하는 몇몇 재벌들의 모습은 추악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은 분식회계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공금을 사사로이 쓰고, (운이 나빠서) 법정에 출두하게 되면 멀쩡했던 인물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뿐인가? 오늘날 대기업은 골목상권까지 침투해 들어오고, 빵가게와 피자가게까지 차려서 게걸스럽게 서민의 몫까지 먹어치우고 있다. 



더욱 난감한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재벌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의 그들의 화려한 삶에 대해선 환상을 가지고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지 난감하게 된다. <청담동 앨리스> 9화는 그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풍자했다고 여겨진다.

 

비록 시작도 잘못되고 과정도 잘못되었지만, 자신을 향해 진실한 고백을 하는 차승조를 보면서 추한 사랑을 시작하겠다라고 선언한 한세경의 모습은 풍차를 향해 돌진해가는 돈키호테처럼 무모하면서도 한편으로 멋져보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을 추하다고 하면서도 이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캔디형 주인공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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