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에선 신년특집으로 ‘리더의 조건’이란 프로를 밤 11시에 방영했다. 여기엔 얼마 전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출연했다.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자를 위해 제공하고, 자신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살았던 부인소유의 조그마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월급중 10/9를 극빈층을 위한 주택공급사업에 내놓았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고 있었다.
그런 대통령이 가난한 국민들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윽고 핀란드에서 무려 12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타르야 할로넨이 등장한다.
그녀의 퇴임당시 지지율은 무려 80%로 레임덕이 당연시 되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부럽기 짝이 없는 현실이었다. 그녀의 재임당시 핀란드의 재정은 튼튼하고 복지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윽고 방송은 사원을 위한 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IT회사를 차례로 비춘다. 자! 여기서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가 나온 것은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선 그에 대해 소개만 될 뿐 다른 것은 나오지 않았다.
타르야 할로넨 같은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은 핀란드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고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979년 초선의원인 그녀는 이혼모였다! 만약 사회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그녀의 보육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풋내기 정치인은 대통령까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 위주로 이야기해보겠다! 타르야 할로넨은 1979년 초선 의원이 되었는데, 이혼한 상태에서 딸아이가 한명 있었다. 그녀는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회에 올때마다 딸을 데리고 다녔다.
만약 핀란드가 우리나라와 같았다면? 절대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교육이 무료, 의료서비스가 무료, 유치원이 무료. 이런 복지가 뒷받침되고, 사회가 그녀를 인정했기에 오늘날 그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보여주자 그들은 깜짝 놀란다.
스웨덴 국민들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심지어 '무섭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들은 국회의원과 일반인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하고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만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일할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를 낳고 키운 경험이 없는 여성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버스와 지하철을타고 국회에 출근하고 일반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모르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정책을 내놓고 일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좋은 보수를 받아야 하죠. 하지만 그들은 일반인들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하고,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하죠. 이것들은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특권들이에요”라고.
이 말이 뼈아픈 것은 타르야 할로넨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둔 나라의 대통령이 그 사회가 만든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보통 시민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명예직’ ‘봉사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특권은 전혀 누리지 못한다. 심지어 너무 센 노동강도 때문에 그만두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우리처럼 국회의원이 검정색 리무진을 타고 거들먹거리면서 다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은 작은 방에서 일하며, 모든 전화를 직접 받고, 보좌관 한명이서 몇 명의 국회의원을 도울 뿐이다.
스웨덴에서 국회의원은 철저한 명예직이자 봉사직이었다. 심지어 너무 높은 일의 강도때문에 관두는 이가 있을 정도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것은 자신들이 사는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겠다는 책임의식과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그렇게 일할 수 밖에 없도록 국민들이 사회를 조성하고 있었다. 우린 과연 어떠한가?
우루과이와 핀란드 그리고 스웨덴이 보여주는 리더는 정말 부럽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부럽다’라는 말을 하기 전에 왜 우린 그런 리더를 갖지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린 17대 이명박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했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이란 슬로건에 비해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어야 당연하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는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150석이 넘는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18대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의 후보였던 이가 당선되었다. 바로 박근혜 당선인이다.
우리에겐 멋진 대통령 후보가 두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결선투표제가 없는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는 극적으로 후보에서 물러남으로써 문재인 후보가 야권단일화후보가 되었다. 그는 인권변호사를 지냈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비서실장직을 수행한 인물이었다. 그는 청렴하고 도덕적이며 분명히 행정적인 능력을 지닌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문재인 대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를 선택했다. 18대 대통령이 된 그녀가 어떤 정치를 펼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을 놓고 박근혜가 대통령된 것은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좋은 대목이 아닐까 싶다.
SBS는 프로의 제목을 <리더의 조건>이라고 지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국민의 조건>이 맞지 않을까 싶다. 모든 나라의 국민은 국민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갖는다. 오늘날 현재 우리에게 맞는 대통령 감은 17대는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18대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우린 투표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따라서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높은 GDP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혜택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대학생은 천만원이 넘는 학비 때문에 두 세 개의 알바를 뛰는 것이 보통이고, 20대는 학자금 대출로 이미 신용불량자이고, 그들은 삼포세대로서(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부모세대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지만 이자조차 낼 수 없는 하우스 푸어고, 회사에서 가장은 정년이라고 짤리고, 퇴직금으로 받은 돈으로 피자가게나 치킨집을 차리면 대형마트에 밀려서 망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빠지는 것에는 분명히 정치인이 정치를 제대로 못한 부분이 꽤 작용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높은 복지와 국민들이 자유를 누리는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시작해서, 세계 2차 대전 때까지 계속해서 수 백만이 죽는 그야말로 엄청난 피를 흘렸다.
그런 바탕위에 오늘날 프랑스가 가능했던 것이다. 우린 오늘날 북유럽의 높은 복지와 시민의식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당연하지만 그들 역시 아무런 댓가 없이 오늘날의 성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북유럽은 추운 나라로 농산물 생산이 어렵다. 따라서 (조금 과장하자면) 정말 굶어죽기 딱 좋은 상황이다. -물론 수산물과 지하자원이 있었지만, 그것만 팔아서는 오늘날의 복지국가 스웨덴을 만들 수 없었다- 오직 ‘인적 자원’만을 계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회적 대타협’이 일어났고, 국민들에게 무상의료와 교육과 주거가 제공되고, 그걸 바탕으로 국민들은 스스로를 계발해서 오늘날의 그들의 나라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쯤 와있는가? <리더의 조건>을 보면서 서글퍼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댓가를 지불했는가? 우리 시민은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정치인을 국회에서 몰아내고 있는가? 정치인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가? 우리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가? 과연 이 질문들에 대해 우린 뭐라 답할 수 있는가? 슬프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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