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심장’에선 탤런트 김정화가 자신의 책 <안녕, 아그네스>를 계속해서 홍보했다. 그러나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 왜? 인세 100%가 전부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를 위한 에이즈센터 건립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김정화는 원래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바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바쁘긴 하지만 매우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는 2009년 봉사활동으로 우간다에 가게 되었단다.
거기서 6살 소녀인 아그네스의 엄마역활을 하기로 했단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결혼도 안한 그녀가 (방송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과연 얼마나 잘해줄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자신을 보자마자 한 아이가 뛰어와서 안기는 바람에 울컥했다고 한다. -바로 아그네스였다- 김정화가 전하는 아프리카의 생활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단 돈 몇백원이면 더러운 우물물을 정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은 그 돈마저 없어서 오염된 식수를 마셔야만 한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사지가 심하게 마르고 배가 나온 경우가 많은 데, 이건 식수에 살고 있는 기생충이 부화되어서 몸이 부은 탓이란다. 심한 경우엔 그 기생충 때문에 죽기도 한다고. 또한 대부분 에이즈 환자인데, 부모가 에이즈 일 경우에도 아이가 에이즈 환자일 경우는 50%라고 한다. 문제는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면 100%인데, 먹을 게 없는 아프리카에선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굶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유수유를 한단다.
아그네스 역시 에이즈 환자로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이모네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었단다. 김정화는 아그네스를 만나고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그네스를 만난 김정화는 아이가 자신과 처음 하고 싶어한 것이 겨우 물뜨기란 사실에 가슴 아파했고, 하루 한끼 밖에 먹지 못하는 상황에 눈물겨워했다.
제작진에게 시장에서 도넛을 사달라고 한 다음 먹지 않고 엄마 김정화를 기다린 아그네스의 일화는 그 어렵고 배고픈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아그네스가 엄마였던 김정화가 5일만에 떠나자 작별인사의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언제 죽을지 몰라서 엄마(김정화)가 마음 아파할까봐...’라는 대목에선 다시 한번 마음이 울컥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죽기 때문에, 고작 6살 밖에 안된 아이가 그런 말을 했던 것이리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김정화는 아그네스를 후원하기로 했고, 3년 후에 다시 찾아갔다.
작고 볼품없던 옷을 입고 있던 아그네스는 그 사이 자라서 밝고 건강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젠 선생님을 꿈꾸는 멋진 여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김정화가 한 일이라곤 그저 한달에 몇만원을 내주는 후원자가 되어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프리카 한 아이의 인생은 변화하고 말았다.
언제 죽을지 몰랐던 한 아이는 이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되었고 학교를 다니면서 내일을 꿈꾸게 되었다. 김정화는 그런 경험들을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냈다. 그 책 제목이 바로 <안녕, 아그네스>다.
우린 방송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나온 연예인들을 자주 접한다. 물론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의무에 가까운 일이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여러 사람이 고생한 작품이 제대로 알려질 기회조차 없으니까.
그러나 최종소비자의 입장인 우리들로서 TV에 모습도 잘 안 비추던 연예인이 영화홍보를 위해 나오는 모습이 왠지 불편하고 짜증까지 나는 게 사실이다.
또한 평상시 모시기 어려운 게스트를 프로그램에 섭외하기 위해 홍보해주는 예능프로의 모습은 그토록 오래되었음에도 거부감이 일어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아마도 진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러나 어제 <강심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김정화의 책 <안녕, 아그네스>를 홍보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우린 흔히 연예인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책을 쓴 경우를 자주 접한다. 그중에는 별다른 재능도 없는데 소설과 에세이를 쓴 경우를 보며, 심한 경우엔 이름만 빌려주고 대필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 모든 행위는 오로지 ‘돈’을 위해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를 속이는 짓만 아니라면 돈을 벌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든 자유롭게 허용된다.
오늘날 ‘돈’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고 우선이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린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풍요로운 물질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우린 과연 행복할까?
김정화는 한때 매우 잘 나가던 탤런트였지만 별로 행복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우연히 떠난 우간다 봉사에서 아그네스를 만나고 삶이 변화했다. 자신이 누린 것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책의 수익금을 전액 에이즈센터에 기부한다는 말에 신동엽은 '10%도..'라는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의혹을 제기한다. 그런 신동엽의 모습은 김정화의 진정성을 더욱 높여진다. 그러면서 책홍보를 계속 하게끔 만드는 그의 센스 역시 그가 괜히 'KBS 연예대상'을 탄게 아님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기 위해 기꺼이 책을 썼다. 또한 <강심장>에선 신동엽이 재치있게 영상편지를 쓰게 유도하면서, 아그네스에게 ‘안녕! 아그네스’라고 말하라고 함으로써 직간접으로 책 홍보를 자꾸만 유도했다. 그 모습조차 너무나 아름다웠다.
혹자는 말한다. 국내에도 못 살고 어려운 어린이와 불우이웃이 있는데 그들부터 돕는 게 맞는 게 아니냐고. 여기에 차인표의 말로 답하고 싶다. ‘그런 이들은 당연히 돕고, 다른 나라의 아이들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6.25 전쟁 직후 우리나라는 많은 나라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잿더미 위에서 우리는 오늘날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김정화가 함께 물을 뜨러 간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녀가 준 사진과 신발을 고맙게 생각하고,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아그네스의 모습은 시청자마저 뭉클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 준다. 그리고 그걸 조금 나눔으로써 다른 이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까지. 김정화는 자신의 책 <안녕, 아그네스>를 통해 재능기부까지 한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떠나서,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를 위해 쓰는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을 뿐이다.
우리가 오늘날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만의 힘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순수한 호의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당연히 우리가 도움을 받았듯이, 아무런 댓가없이 다른 어려운 나라 사람들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김정화가 밝혔지만 봉사는 내가 일방적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다. 봉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린 더 많은 것을 받게 된다. 이제 겨우 30살 이 된 김정화는 봉사의 위대함과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로선 너무나 많이 반성하고 배워야 할 대목이 아닐까? 책 홍보를 하는데 이토록 밉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응원하게 되다니. 참으로 오랜만의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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