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누가 이 아이들의 눈물을 멈출 수 있을까? ‘학교의 눈물’

朱雀 2013. 1. 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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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SBS에선 특별기획으로 학교의 눈물이란 특집프로그램을 방영했다. 1부의 제목은 일진과 빵셔틀로 제목만 들어도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학교폭력을 다룬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오프닝부터 충격적이었다! ‘자살한 권승민의 어머니입니다라는 자신을 소개하는 어머니의 멘트는 그 자체로 그 어떤 반전영화보다 소름끼쳤다. 불과 몇 마디 되지 않는 말속에서 엄마가 겪었을 고통과 학교폭력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곧장 전해져왔다.

 

권승민군이 유서에서 남긴 폭력의 실상은 잔인하고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돈을 갈취하고 담배도 피우고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집으로 찾아와서 때리고 벌을 주고 심지어 라디오선으로 목을 묶어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게 하는...그야말로 한 인간의 자존감을 철저하게 짓밟는 행동을 했다.

 

당연히 권승민군이 자살한 이후로 가족들은 모두 끔찍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을 도와주지 못한 마음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권승민군의 형은 가해자들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라는 끔찍한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아마도 별 생각 없이 저지른 몇몇 아이의 폭력은 한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고 한 가정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그렇다면 그런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얼핏 생각하면 가정형편이 어렵고 공부도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가정법원에서 학교폭력 때문에 재판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 전교 9등을 하거나, 반장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천종호 부장판사에 따르면 가정문제도 건강하고, 그 다음에 중상 이상의 성적, 성적이 좋은 이런 학생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라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학교의 눈물>에선 아직까지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실마리를 보여준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44%정도가 오히려 피해자였던 경험이 있었다. 친구를 여관에 감금하고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 김영식군의 경우엔 원래 친구가 없었는데, 유일한 친구가 가출한 이유를 자신에게 돌리자 가장 믿었던 친구의 배신에 그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케이스였다.

 

일진으로 학교짱인 조재룡 역시 예전엔 맞고 다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당시 학교짱과 싸워서 비기면서 그의 인생역전이 벌어졌다. 친구들이 구름같이 생기고 주변에서 그를 치켜주고, 그러다가 그는 어느새 자신이 당했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학교의 눈물>에선 증언으론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정윤철군의 일상을 보여준다. 학교와 부모 그리고 정윤철군의 동의하에 설치한 CCTV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상상이상이었다.

 

정윤철군에게 몇몇이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지만 아무도 제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수수방관하며, 심지어 그냥 지나가다가 주먹질을 하고는 재밌다는 듯 웃고 지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담배 심부름을 하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드르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PC방을 가고 담배를 함께 피는 것만이, 정윤철군에게 몇 안되는 학교생활의 낙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게라도 정윤철군을 상대해주는 이들이 소위 유일한 친구였다.

 

<학교의 눈물>에서 류덕환일 나레이션한 것처럼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패하는 게임이다. 누구도 이길 수가 없다. 피해자 학생은 최악의 경우엔 자살까지 해서 가족과 가해자 모두에게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가해자 학생 역시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학교의 눈물>을 보면서 느낀 것은 가해자들 역시 학교로 돌아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었다. 일진이었던 아이가 돌아가던 주변에서 싸움을 거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엔 그 학생은 피해자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피해자 학생은 전학을 가더라도 금새 소문이 퍼지고 다시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왜 이런 문화가 학교에 퍼졌을까? 천종훈 부장판사는 어른들 문화가 지금 아이들 학교 내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서열, 세력, 권력이란 말을 했다.

 

정말 공감한다. 아이들의 세상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세상을 보고 배운다. 따라한다. 오늘날 사회를 보자! 약육강식과 정글의 법칙은 황금률로 여겨진다.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을 모두가 당연시 여긴다.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오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내거나 어렵게 개발한 신기술을 계약서의 몇가지 조항을 넣어서 너무나 쉽게 가져가는 세상이다.


분명히 불공정하고 잘못되었지만 사회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마저 느껴진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훨씬 더 많은 데도 1%도 안되는 대기업과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과 상황만이 진행되고 있다. 힘 있고 돈이 많고 권력이 있으면 그가 무슨 짓을 해도 별로 거리낄 것이 없어 보인다. 회사공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다가 걸려도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 가볍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심지어 실형을 선고받아도 금방 특사로 풀려난다. 이런 걸 보고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런 끔찍한 세상을 보고 자신들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답답한 것은 <학교의 눈물>에선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들을 모아놓고 소나기 학교를 만들고 거기서 의미있는 변화를 모색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소규모 그룹에서만 끝날 거란 사실이다.

 

3부작 특집 프로가 끝나도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 사회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가 오기 위해선 정치가 바뀌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히면 정부와 국가가 나서서 제지하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들어오고 재벌이 빵가게와 피자가게를 하는 것을 못하게 막아야만 한다. 정부가 나서서 법이 엄정하게 정의를 실현해야만 한다.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공평하게 레이스를 펼칠 수 있고, 사업을 실패했어도 (고의가 아니라면)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의식주는 보장받아야만 하는 복지정책이 실현되야만 한다. 모두가 자존감을 가질 수 있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만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정치를 해결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우리 스스로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만 보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짓이 아닐까? <학교의 눈물>을 보면서 내내 그 생각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그나마 SBS에선 이런 식으로나마 유의미한 변화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SBS로선 방송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업방송인 SBS마저 이런 식으로 노력하는데, 우리 사회와 정부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몹시 답답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원인 필자 역시 부끄럽다. 이 사회의 유의미한 변화를 위해 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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