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치앙마이 표류기

치앙마이 꽃축제는 아무도 모른다?!

朱雀 2013. 2.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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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토요일 친구랑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꽃축제 있는데, 올드타운으로 가자!’ 순간 아뿔싸! 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침부터 꾸물꾸물한 날씨에 (비가 올것 같아서) 카메라를 놓고 나온 탓이었다. ‘귀뜸좀 해주지’라는 원망이 치밀어 올랐으나, 매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필자의 행동 때문에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았으리라.


 

‘가서 가져올까?‘라고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가기로 했다. -뭐 들고나온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기로 하고- 썽터우를 타고 행사가 진행된다는 동문에 도착했으나, 꽃축제 퍼레이드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인파외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오전 10시쯤 시작될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20분. 적어도 40분 이상은 기다려야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린 약과였다.


 


심한 경우엔 7시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기다림에 지쳤는지 바닥에 앉아 있거나, 식사를 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려니 다리도 아프고, 지겨워졌다. 언제 올지 모르는 행렬을 기다리니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행렬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10대 청소년의 합주행렬과 경쾌한 음악에 맞춰 손을 흔드는 아리따운 모델들의 행진은 그야말로 볼만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 볼만한 행렬은 겨우 두팀에 지나지 않았다.한 10분 정도 보니 끝나고 말았다. 치앙마이에서 매년 2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다는 꽃축제 퍼레이드가 이렇게 짧을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그러나 몇십분을 기다려도 다른 행렬이 보이질 않았다.


 


친구의 말로는 미리 조사를 해봤지만 ‘꽃아가씨 선발대회’같은 행사만 나열되어 있고, 장소와 시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단다. 우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광객과 행사진행요원에게 다른 행사일정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무도 모른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디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이미 아침부터 한 시간 넘게 계속된 기다림에 지쳐버려서 결국 두 팀 정도만 보고 다른 행사를 찾아가기를 포기했다. 올드타운 남문에 위치한 Baan bakery에서 점심격으로 간단하게 빵과 음료를 먹고 친구와 헤어졌는데. 아뿔싸! 아무리 썽터우를 잡고 목적지인 ‘깟산까우’를 외쳐도 기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뿐이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서 잡을까?’라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드타운을 걸어올라갔는데, 다섯대가 넘게 승차거부(?)를 하자 오기가 생기고 말았다. ‘에이. 내가 걸어가고 만다’라고.


 


당시 낮 1시. 아무리 치앙마이가 태국의 다른 곳에 비해 서늘하다고 하지만 한낮에는 29도까지 올라간다. 그런 날씨에 필자는 별 생각없이 숙소까지 걸어가는 여정을 택했다. 덕분에 한시간이 넘게 걸어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샤워를 하고는 무려 4시간동안이나 침대에 누워있아야만 했다.
 


참고로, 올드타운에서 숙소로 걸어오면서 아침에 보지 못했던 다른 행렬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집으로 가기 위해 걸어오고 있는 만큼 행렬이 별로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행사가 언제 어디서 진행되는지 아무도 모르는데도 대부분 불평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과 여행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축제 탓인지 거듭된 승차거부 때문에 무려 1시간이 넘게 걸어서 숙소까지 돌아온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금 비싸긴 하지만 뚝뚝을 탔다면, 쉽게 도착할 수 있었는데 괜시리 몇푼 아끼겠다고 너무 심한 고생을 한 것 같다. 참고로 세발 자동차인 뚝뚝은 100바트 정도로 20바트인 썽터우에 비싸다. 그러나 한낮의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보단, 차라리 100바트(약 3천원)를 지불하는 게 나을 것이다.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숙소에 도착했을땐 탈진 상태였다. 부디 이 포스팅을 읽는 이들은 바보 같은 필자보단 현명하게 행동하시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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