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렇게 탐미적인 드라마라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朱雀 2013. 3. 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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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인성이 송혜교를 데리고 함께 올라간 겨울산의 정상에서 그 아름다움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다. 극중 오영(송혜교)의 가짜오빠를 행세하는 오수(조인성)는 앞 못보는 영이를 위해 그녀를 업고 겨울산에 올라간다.

 

그곳에서 영이는 수백 개 아니 수천 개의 풍경이 울리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에 매료되고 만다. ! 이렇게 공감각적인 설정이라니. 극중 송혜교는 맹인이다. 따라서 그녀가 인지할 수 있는 다른 감각인 청각과 촉각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시청자 역시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집중했었던 시각이 아니라 청각과 촉각의 다른 감각에 예민해지게 된다. 왜? 송혜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는상황들 때문이다. 어제 분량에서 오영은 오빠가 사준 풍경에 집착한다. 왜냐하면 21년만에 나타난 오빠가 사다준 물건이기 때문이다.

 

풍경은 오늘날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특별한 물건이다. 그 딸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잠시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왠지 산골에 있는 절이나 외딴 집을 연상케 되기 때문이다. 그 상상만으로도 우린 자연의 휴식을 느끼게 된다.

 

겨울산을 올라간 이들은 잘 알 수도 있지만, 필자같이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이는 겨울산의 나무들이 눈꽃 때문에 매서운 겨울바람에 흩날리면서 서로 부딪쳐서 그토록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송혜교는 인형처럼 예쁘고, 조인성은 정말 조각같이 잘 생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감독이라고 해도 두 사람이 예쁘고 아름답게 나오는 장면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어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설산 장면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탐미. 그 자체였다. 그 장면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맹인인 영이를 위해 비록 가짜오빠를 행세하고 있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가고 있는 오수가 몇시간을 그녀를 업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적 개연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은 더욱 공감하며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었다. 풍경을 소중히하는 그녀를 위해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수천개의 풍경이 울리는 듯한 겨울산 정상에서 함께 하는 순간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두 사람이 함께 케잌을 만드는 장면은 또 어떤가? 영이는 앞을 잘 보지 못함에도 무슨 일인지 본인이 직접 칼로 과일을 자르고, 빵을 구우며, 크림을 바르면서 케잌을 완성시키고 싶어한다.

 

보다 못한 오수는 그녀를 돕기 위해 자연스럽게 백허그를 하고 함께 작업하게 된다. 두 사람이 함께 칼질을 하고 빵을 굽는 장면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장면이라도 아무런 이유없이 뜬금없이 나온다면 시청자에게 오히려 반발감을 살 수 있다.

 

<아바타>처럼 멋진 3D라고 할지라도 이야기적 재미가 없다면, 그 화려하고 멋진 영상적 재미는 10분도 가지 못해 흥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탐미적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그토록 열심히 만든 케잌은 실은 생일을 맞은 오빠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오빠가 깰까봐 새벽에 조심조심 일어나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손가락을 살짝 데이고, 오빠를 위해 작은 종소리가 울리는 팔찌를 선물하는 장면은 마구마구 시청자들의 청각과 촉각을 자극해서 공감각적으로 드라마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토록 탐미적인 드라마가 있었던가?

 

최근 10년 사이에 이렇게 시청자에게 극도의 재미를 안겨주면서도 아름답고 멋지고 슬프면서도 위태로운 사랑이야기를 보여준 작품이 있었던가? 오수의 정체가 금방이라도 드러날 듯 위태위태한 상황의 연속과 그 속에서도 깊어가는 두 주인공의 관계는 아름답고 탐미적인 영상과 함께 시청자에게 커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참으로 그 연출력과 이야기 전개에 감탄사만이 연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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