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황부장만 악당인가? ‘직장의 신’

朱雀 2013. 5. 1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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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짜증이 났다. ? 하나같이 모두가 착했기 때문이다. 정주리는 계약직 주제에 정규직보다 나은 기획서를 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짜르라고 지시한 황부장도 굳이 자신의 이름으로 기획안을 낸 무정한 팀장도 원망하지 않았다.

 

무정한 팀장은 3개월 계약직이지만 한식구라고 생각하는 정주리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황부장에게 계속해서 부탁하고 사정한다. 심지어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장규직조차 무정한을 위해 함께 가서 사보촬영을 위해 유도를 하고 있는 황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지경이다.

 

결국 겉으론 까칠하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여리고 착한 심성의 소유자인 미스 김이 유도실력을 발휘해서 황부장이 사보촬영 때문에 부하 여직원 그것도 계약직에게 질 수 없는 사정을 이용해서 약속을 받아낸다.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 800만 시대인 현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다.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웃고 때론 울분을 토로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 정주리 해고지시와 철회건은 전적으로 황갑득 부장이 상황을 주도해서 무척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자칫하면 황부장만 악당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선 황부장의 입을 통해 윗선에서 정규직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낸 정주리를 몹시 껄끄럽게 여겨하는 사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황부장이 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자칫 황부장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한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물론 황부장은 잘나가는 마케팅 부장으로서 계약직의 처리여부는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는 있다.

 

허나 황부장 역시 중간관리자에 불과하다. 그도 사장을 비롯해서 전무와 이사처럼 자신보다 윗사람이 지시하면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허나 어제 상황에선 황부장의 변심으로 모든 상황이 해결됨으로써 마치 그가 악당으로 오해할 여지가 몹시 커져버렸다.

 

직장이란 어떤 곳인가? 총성없는 전쟁과 마찬가지 아닌가? ‘식구라고 하지만 성과와 출세 앞에선 갖가지 계략과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곳이다. ? 만약 내가 무한경쟁에서 도태하면 슬슬 밀려나다가 결국엔 해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사회에선 해고는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게다가 대다수 직장인들에겐 부양해야될 가족이 있다. 당장 아이 양육비와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몸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차라리 어제 <직장의 신>보단 예능이지만 <무한도전>무한상사편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얼마전 정준하 과장은 정리해고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전까지 한식구를 외치던 직장동료들은 막상 자기들이 대상자가 아닌 것이 발표되자 속으론 매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예능이 현실을 더욱 반영하는 상황을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직장의 신>에서 조심해야 될 부분은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시청하는) 드라마 이다보니 상황을 단순화시킬 수 밖에 없다(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몇몇 인물이 상황을 주도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번처럼 황부장만 악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황부장이 악당이 아니라 현재의 회사가 사회구조가 잘못 되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사실은 이제 대한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자칫 황부장처럼 몇몇 개인의 잘못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직장의 신>이 이야기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비정규직 800만 시대를 운운하는 <직장의 신>의 나레이션은 그저 헛된 공염불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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