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초능력과 법정의 흥미로운 만남! ‘너의 목소리가 들려’

朱雀 2013. 6. 1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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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와 국선 변호사의 만남? 사실 처음 드라마의 컨셉을 들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여태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법정물을 선보인 적이 없는데, 거기에 초능력까지 보탠다면? 결과는 꽤 실망스러울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3회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의외로 괜찮다라고 평가해줄 만 하다. 남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은 법정물에선 반칙에 가깝다. 피고인의 유죄여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거를 찾기도 매우 쉽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선 어린 박수하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킬러의 마음을 법정에서 어설프게 말해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용감하게 증언을 나선 어린 장혜성과 비교하게 함으로써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또한 검사 서도연과 국선변호사 장혜성의 어린 시절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대립할 수 밖에 없게끔 한 것도 좋은 장치라고 여겨진다. 검사 서도연을 단순한 인물로 격하시킨 면은 없지 않으나, 대신 두 사람을 숙명적인 라이벌로 만듬으로써 이후 두 사람이 법정에서 어떻게 부딪칠지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너의 목소리다 들려>도 아쉬움은 상당히 많다. 우선 가장 큰 약점은 박수하의 초능력에 가해진 금제들이다. 왕따를 당하던 여학생이 추락해서 범인으로 억울하게 그동안 왕따를 시킨 가해자가 범인으로 몰린 사건은 싱겁게도 본인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박수하가 전혀 그 내용을 못 읽었다. 뭐 그건 일단 경황이 없어서라고 넘어가자.

 

그런데 알고 보니 연예인 데뷔를 앞두고 담배를 숨어서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설정은 반전보단 허탈함으로 다가왔다. 차관우 변호사가 학교에 가서 현장을 뒤져본 것만으로도 담배를 찾아냈는데, 경찰이 전혀 찾아내지 못했던 대목도 그렇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찰이 눈에 띄는 단서들을 그렇게 허술하게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박수하가 마음을 읽었을 때 뭔가 비밀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작 그 정도라니.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반전을 주기 위해 서도연 검사가 증언번복을 못하도록 위증죄를 운운하던 대목도 그러하다! 신상덕 변호사가 문자로 형법을 운운하던 대목은 조금 어설펐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변호사가 검사의 반격을 예상지 못하고, 증인의 나이가 아직 15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갔다는 대목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변호사가 판사에게 법전을 달라고 하는 부분은 오버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변호사라면 법정에서 한참 공방이 오고가는데, 문자를 보고 법조항이 뭔지 바로 알았어야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가? 여기저기 아쉽고 빈공간이 많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분명히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고 본다.

 

우선 서도연과 장혜성의 악연이 일단 그러하고, 처음에는 선량한 척 하다가 이내 본색(?)을 드러내는 이다희의 야누스적인 연기는 서도연이란 인물의 입체감을 살아나게 했다. 이보영의 연기 역시 승률과 체면을 따지고 어설픈 자존심을 내세우는 모습을 통해서 발랄하게 장혜성 이란 인물을 그려내었다.

 

박수하의 초능엵을 인상적으로 그려낸 장면도 멋졌다. 박수하가 법정에서 12년 전 자신과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민준국의 목소리를 우연히 듣는 장면. 버스에서 다음 정거장에 내릴 사람을 알아내고 장혜성이 앉도록 배려하는 깨알같은 설정은 초능력의 편리함(?)을 잘 드러낸 대목이다.

 

아울러 장혜성에게 보내지는 의미불명 메시지에게 전화를 하자 집안에서 울려서 잔뜩 긴장해서 쳐다보게 만드는 마지막 대목은 발랄함과 치열함 그리고 공포감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눈길을 못 떼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했다고 여겨진다. 고현정 주연의 <여왕의 교실>이 시작된 이때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어떤 식으로 반격을 가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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