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굿닥터’는 이상한 무리수를 두었다. 바로 늑대소녀를 등장시킨 것이다! 아마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굿닥터>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굿닥터>의 주인공인 박시온은 서번트 증후군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장애를 가진 많은 이들이 그렇지만 박시온은 매우 순수하고 착하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신념으로만 가득찬 말 그대로 ‘굿닥터’가 될 소질이 다분한 인간이다.
게다가 그가 일하는 곳은 어린이들을 돌보는 소아외과다! 그렇다면 <굿닥터>가 노리는 주시청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왜? 여성의 모성본능을 공략하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박시온은 성인이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아이에 가깝기 때문에 보호본능을 일깨운다. 즉, 몸은 성인이면서 마음은 아이인, 의사로서 능력은 출중하면서 사회생활엔 젬병인 조합되기 어려워 보이는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아외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또 어떠한가? 4화에서 차윤서(문채원)은 첫 집도한 환자를 잃고 말았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은 시청자마저 탄식을 하게 만든다.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가족들이 그녀에게 폭언을 퍼붇는 장면은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우린 TV를 통해서 그녀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 차윤서와 (딸을 잃은) 가족에게 박시온은 독특한 방법으로 위로한다. 바로 환자의 옷을 꿰메서 가족에게 전달함으로써 진심을 전달한 것이다. 그런 박시온의 행위는 비록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지만, 가족과 차윤서 그리고 시청자까지 힐링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볼 때 늑대소녀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정글북>이나 <타잔>에서 알 수 있지만 현대인은 야생에서 지낸 인간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
야생에서 지냈기 때문에 문명세계의 인간들은 지닐 수 없는 엄청난 힘과 야생성을 지녔으면서도,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현실이 아니라 작품속에 반영된 우리의 판타지다-
최근에 <늑대소년>이 개봉되서 인기를 끈 것도 그러한 것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굿닥터>가 늑대소녀를 등장시킨 대목도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보통 환자들이 보여줄 수 없는 적개심과 공격성. 그리고 그 뒤에 감추어진 사연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늑대소녀같은 이가 병원에 올 수 있지만,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고 급진적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어린이의 순수성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늑대소녀같은 인물을 굳이 등장시킬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늑대소녀의 겉모습은 우리가 이미 <정글북>에서 본 그 인상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도대체 제작진은 좀 더 고민할 수 없었는지 의아스럽다.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굿닥터>는 나름대로 의사의 소명과 어린이들의 사연을 담아내서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해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는지 안타깝다. 부디 다음엔 이번 무리한 설정을 남발하지 말고, 소아외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로 에피소드를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원에서 별의별 사연이 하루아침에도 수십건이 벌어지는데, 이미 문학과 영화등에서 사골처럼 우려먹은 소재를 또 먹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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