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초보아빠들의 이름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朱雀 2013. 9.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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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카리스마의 연기자 장현성, 링위의 거침없는 파이터 추성훈,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 가수 이현우,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 이휘재. 얼핏 보면 이들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을 둔 아빠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초보아빠들의 말 그대로 좌충우돌 육아기를 그려내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선 엄마들이 각각 48시간 휴가를 가고, 아빠들이 (그 시간동안) 자식들을 돌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은 정말로 눈물겹다! 쌍둥이를 둔 이휘재는 아내가 떠날 때부터 어쩔 줄 몰라한다. 지인의 스튜디오 오픈 소식을 듣고, 장거리 외출을 나갔다가 두 아기가 한꺼번에 울어서 멘붕이 되고 결국엔 응급실까지 달려가는 상황 앞에선 시청자마저 놀라게 된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지만, 전화로는 놀란 아내를 달래면서도, 정작 자신은 혼자 펑펑 우는 이휘재의 모습에선 정말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오늘날 세상은 아빠들에게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져가는 사회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서 직장에서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잦은 야근과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에게 소홀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리고 결국엔 자식과 아내와 서먹해지고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늘 진한 애틋함과 감동을 선사하지만, ‘아빠라는 단어엔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질 않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남자들은 그런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각자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들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선 냉철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사로잡는 엘리트 연기자 장현성은 밥을 제대로 짓지 못하고(밥통에서 김이 나오자 놀라는 모습은 또 어떠한가?), 아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해 떡밥이 되기까지 한다. 그런 밥을 직접 손으로 아이에게 먹여주면서 자신은 손에 묻은 밥풀까지 떼먹는 모습은 몹시나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딸바보 추성훈은 어떠한가? 사랑이를 향한 그의 무한 애정은 30대 이상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저렇레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라면 누구라도 딸바보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추성훈은 아직 어린 딸이 오후 2시면 낮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자꾸만 외출을 시도하고, 덕분에 첫날의 데이트와 둘째날의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기는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48세의 늦깍이 아빠 이현우가 25kg의 아들이 업어달라고 하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말 힙겹게 업어주고, 운동을 위해서 아들을 역기처럼 사용하는 모습에선 웃음과 함께 눈물이 핑하고 돌았다. 아들이 20살 때 60대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결혼이 점점 늦어져가는) 30대 이상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연예인이 출현했다는 사실만 빼면 사실 어느 가정에서나 아빠들이 겪을 만한 일들을 다뤘다. 물론 거기에 엄마가 48시간 외출을 하고 온전히 육아를 혼자 힘으로 한다는 설정을 더했지만, 그덕분에 우린 얼마나 육아가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이현우처럼 가정적이고 음식을 잘 만들어도, 장현성처럼 한없이 친구같은 아빠라고 할지라도 어린 자녀들과 48시간 동안 내내 붙어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좋은 아빠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좋은 아빠와 나쁜 아빠로 나누지 않고, 노력하는 아빠와 노력하지 않는 아빠로 나누는 결론은 무척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오늘날 육아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에게 더 많은 몫이 할당(?)되는 게 사실이다.

 

아빠들은 엄마들이 아기들을 잘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무심코 육아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간접체험한 것처럼 아직 아기일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고, 7살 이상이 되어서도 한시라도 눈길을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아빠들은 아내가 가정을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더 많이 알게 되고, 서로 더 이해하게 되면서 더 깊은 정이 들게끔 만든다.

 

시청자는? 그런 아빠들의 육아기를 보면서 때론 웃고 때론 공감하면서 (앞서 지적한대로) 연예인이 아닌 인간적으로 네 남자를 다시 보게 된다. 동시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천사같은 아이들의 모습과 때론 놀라게 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결혼적령기의 남녀라면 결혼해서 저런 아이를 낳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을까? 결혼을 한 부부라도 하나 더 낳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지금도 잊고 지낸 육아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 어디가?>도 그렇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공익적인 부분이 꽤 많다고 여겨진다. 요즘처럼 결혼하지 않는 싱글족이 늘어만 가는 세상에서 결혼과 육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천사같은 아이들과 초보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본 것 만으로도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파일럿은 충분했다고 여겨진다. 파일럿이 이정도 인데, 정규편성 된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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