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체험과제로 책읽기가 선정되었다. 전기 없이 살기, 물 없이 살기 같은 체험과제를 보다가 독서가 등장하자 왠지 낯설었다. 그러나 책읽기에서 무척 난감해하는 멤버들을 보면서 독서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굳이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책 안 읽는 국가라는 부끄러운 수식어를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책 읽는 모습은 찾기 많이 힘들어졌다. 지하철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게임을 하거나 방송을 보거나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인간의 조건>은 왜 11번째 체험과제로 독서를 선택한 것일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오늘날엔 인터넷과 동영상을 통해서 지식을 얻을 수 있지 않나요?’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 졌지만 멤버들은 오랜만에 책을 접하고는 읽다가 결국 잠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왜 책을 읽기만 하면 잠드는 것일까?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린 책을 읽는 순간 엄청난 정신노동을 하기 시작한다. 우린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통해 문자를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뿐인가?
앞에서 읽은 부분을 기억했다가 지금 읽는 부분과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야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하게 문자를 읽는 게 아니라, 분석하고 상상하고 예측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다음 장으로 넘기질 못하다가, 결국 독서를 포기하게 된다. 하루에만 수십 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초보자가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는 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건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말한 것처럼, 바다에서 모래알을 찾는 것처럼 막막하기 그지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숙소에 손만 닿으면 닿을 모든 자리에 책이 그득하게 쌓여있고, 체험과제가 ‘책읽기’인 탓에 서서히 독서에 익숙해져가는 멤버들의 모습은 놀랍기 그지 없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인류의 지혜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대의 지혜를 책이란 형태로 물려받아 더 나은 문화와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또한 훌륭한 책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어서 인류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꼭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독서는 한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비록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퍽퍽한 삶을 살고 있지라도, 한줄기 희망과 삶의 위안이 되어줄 수 있다. 인류에게 책이 없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렇다면 우린 지금처럼 건물을 세우거나, 수도를 만드는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거기엔 책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조건>에서 책읽기를 11번째 체험과제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단순히 책읽기가 사라진 시대라서가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케 하기에 독서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음미해볼 만한 체험과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오늘날은 IT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동영상이 각광을 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책의 형태는 다르게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인류가 시작된 이래 문자로 이루어진 책이 오랫동안 전해져 온 상황에서 ‘책’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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