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조선 14대 임금인 선조를 생각하면 무엇을 떠오르는가? 임진왜란이 벌어지고 왜군이 한양을 향해 오자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간 군주? 여러 차례 전쟁의 조짐이 보였지만 이를 무시한 무능한 군주? 이순신 장군을 시기질투한 군주? 아마 많은 이들이 선조에 대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기서 그닥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린 흔히 오늘날 우리의 기준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단하고 한 인물에 대해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를 배우고 평가함에 있어서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린 오판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역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잊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드라마 징비록을 보면서 이채로운 대목은 류성룡의 활약 뿐만 아니라, 그동안 무능하거나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것처럼 그려진 선조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드라마상에서 류성룡은 전쟁에 대비해서 양반에게도 양민과 똑같이 국방의 의무를 지게 만들자고 한다. 물론 이는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정치로 가면 참으로 난감해진다. 분명히 유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다.

 

 

 

 

 

 

그러나 조선을 움직이는 이들은 사대부로 대표되는 이른바 양반들이다. 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라를 운영할 수가 없다. 류성룡의 제안은 일부세력을 적대관계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상에서 영의정 이산해가 지적한 것처럼 양반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우리가 조선왕조에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은 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상 조선의 왕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비록 정도전은 태종 이방원에 의해 제거되지만, 그의 바람대로 조선은 신하들이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한 사항을 왕이 결재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선조가 기축옥사를 통해서 동인 세력을 제거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대목은, 역설적으로 조선의 왕권이 얼마나 약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선조는 역사기록을 찾아봐도 임진왜란 당시 몽진을 하는 상황에서도 의병 소식이 들어오면 의병장들에게 관직을 내리고, 관군과 연계해서 싸울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다. 또한 임진왜란 말기에 명과 일본이 비밀회담을 통해서 적당히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것을 결사반대하고 항전의 의지를 불태움으로써 결국 조선에서 왜군을 완전히 몰아내기에 이른다-이런 몇몇 대목만 봐도 그가 무능하거나 비겁하다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어제 징비록에서 류성룡의 나레이션을 통해서 이야기되지만, 조선은 200년 동안 외침이 한번도 없었다. 그전까지 왜구가 해안가에 와서 노략질을 하거나, 여진족이 쳐들어오는 소규모 전투가 전부였다.

 

 

 

 

 

 

따라서 몇십만명(약 30만명) 규모의 왜군이 쳐들어오는 일이 생기리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또한 축성을 비롯한 기본적인 전쟁준비도 하지 못하는 것은 조선의 허약한 재정과 국력과도 닿아있다.

 

 

조선은 상업이 아니라 농업을 중시한 나라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업을 중시한 나라의 경제력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축성을 하면 백성을 동원할 수 밖에 없고, 재정적인 이유로 그들에게 급료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도 그려지지만 축성을 어느 정도 하다가 포기하는 것엔 민심이 흉흉해지고, 나라살림이 어려운 한계. 즉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역사가 스포라고 우리 임진왜란을 비롯한 전후사정을 알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다.

 

 

허나 만약 내가 당시 선조였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우린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이끌어내기 위해 당시 상황과 시대적 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엉뚱한 답을 끌어낼 수 밖에 없다.

 

 

징비록은 그런 의미에서 선조의 입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당시 조선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를 비롯해서 당시 조정대신과 사대부들은 임진왜란의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징비록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수 많은 사극들이 이전에도 존재했음에도 다시 오늘날 방송되는 의미를 충분히 스스로 증명해낸 듯 싶다.

 

 

 

댓글
댓글쓰기 폼
공지사항
Total
36,475,783
Today
59
Yesterday
489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