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대호’는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朱雀 2015. 12.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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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인 ‘대호’를 보고 난 기분은 뭔가 오묘하다. ‘대호’는 제작비만 약 170억원이 들어갔으며, 약 600만 관객을 넘겨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박감독과 제작사는 ‘대호’에 대해 그만한 믿음이 있기에 승부를 걸 수 있단 말일 것이다.



-영화에 대해 스포일러를 일정 부분 포함하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그러나 개봉 첫날 관람료를 지불한 관객의 입장으론 ‘과연 흥행할까?’라는 물음이 계속 맴돌았다. 물론 흥행은 며느리도 모른다. ‘대호’는 예고편만 봐도 독특하다. 누가 봐도 호랑이를 포수가 사냥하는 내용인데, 여기에 시대배경이 일제감정기고, 일본군이 대호를 원한다.



예상과 달리 천만덕은 끝까지 대호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에 서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애쓴다. 그런 나머지 사람이 아니라 초탈한 도인(?)같은 느낌마저 든다. 최민식의 연기는 훌륭하고 천만덕은 분명히 멋있는 포수지만, 관객이 이해하기엔 조금 난해한 캐릭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예고편만 봐선 불분명하다. 특히 최민식이 ‘어느 산이됐건 산군님들은 건드리는게 아니여!’라는 대사는 그가 대호에 대해 매우 호의적임을 알 수 있다. 예고편만 봐도 그가 조선 최고의 명포수인 건 알겠고, 그가 결국 대호를 잡는 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겠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그림이 잘 그려지질 않는다.



영화는 천만덕(최민식)이 한겨울의 지리산을 걷는 것 부터 시작한다. 그의 소소한 일상이 펼쳐지다가 결국 호랑이를 사냥하는 절정에 이르렀다가 갑자기 시간이 10년을 넘게 점프한다. 그리고 일본 고관인 마에노조는 지리산의 산군인 대호를 잡기 위해 일본군과 포수를 투입한다.



‘대호’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누가 뭐라해도 지리산의 산군인 대호 그 자체다! CG로 만들어내는 대호는 분명히 어색하다. 그러나 꽤 괜찮은 움직임과 표정연기(?)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떠올릴 정도로 충분히 관객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대호'의 주인공은 대호다. 한 마디 대사(?)없이 오로지 눈빛과 표정 그리고 포효와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탁월하기 그지없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괴물이후 가장 매력적인 국내산 CG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대호가 자신을 사냥하러 온 일본군들을 습격해서 괴멸시키는 장면은 관객에게 묘한 쾌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늘어만 가는 상처에 지쳐가는 대호처럼 매력을 잃어간다. 아마도 필자같은 관객은 호랑이와 포수의 피말리는 접전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호’의 지향점은 애초에 그것과 멀다! ‘대호’에서 대호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애초에 최만덕이 아니다! 대호에게 동생을 잃고 자신의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구경이다. 그는 대호를 잡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호가 자신을 사냥하러 온 일본군을 궤멸시키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그러나 자신을 사냥하러 온 일본군과 사냥꾼들을 공격하는 장면의 반복은 넘치는 역동성과 긴장감과 달리 예측(불행한 결말)이 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딸릴 수 밖에 없다.



사냥꾼이 피하는 올무와 덫을 이용해서 대호의 짝과 새끼를 잡아 잔인하게 죽이고, 새끼들의 사체를 이용해서 대호를 잡고자 한다. 이에 분노한 대호는 조선 사냥꾼들과 일본군을 공격하고 죽인다. 관객의 입장에선 대호를 점차 응원하고 감정이 이입될 수 밖에 없다.



대호는 인간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 그저 호랑이라는 이유로 사냥꾼과 일본군은 그를 잡으려고만 든다. 그는 가족을 모두 잃고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구경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그가 상처를 입고 동생이 죽게 된 이유는 욕심을 부린 탓이 아닌가?



구경은 흉악한 얼굴 만큼이나 영화에선 악당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의 대호에 대한 광끼는 당연히 영화에서 악독해 보여야할 일본고관인 마에노조마저 불쌍(?)하게 여겨지게 만들 정도다. 왜? 구경은 그의 욕망을 이용해서 일본군을 투입하게 만들고 대호의 발톱과 이빨아래 죽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대호'에서 악역은 구포수라 할 수 있다. 오로지 복수심에서 움직이는 그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평면적인 탓에 그 화려한 외모(?)에 비해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일본군을 미끼로 활용해서 복수만을 꿈꾼다. 따라서 우린 직감적으로 악당인 그가 대호에게 당할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군이 대호에게 당할 때마다 환호하지만 우린 동시에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대호가 날고 기는 산군이라지만, 그는 겨우 산짐승에 불과하다. 그리고 총에 맞으면 상처입고 피를 흘릴 수 밖에 없고,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 잡힐 수 밖에 없다. 결말에서 만약 대호가 어떤 식으로든 일본군의 손에 들어간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왜? 대호는 일제강점기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희망이자 용기고, 그들에게 정의로운 심판을 내리는 히어로다. 그런 대호가 일본군에게 잡힌다면? 영화는 상업적인 면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는 후반부에 뜻밖의 반전을 보여준다.




일본고관 마에노조 역시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이다. 그는 대호를 잡아서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계속해서 일본군을 투입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자초한다. 한가지 욕망만 집착해서 계속된 실패만 보여주는 그에게선 악당으로서 매력이 별로 느껴지질 않았다.




그리고 ‘대호’가 지향하는 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보여준다. ‘대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결국 ‘가족애’다! ‘대호’가 사냥꾼과 일본군에게 분노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 모두 그들에게 사냥되었기 때문이다. 구경이 대호에게 집착하는 이유 역시 동생에 대한 복수다.



천만덕은 죽은 아내 때문에 포수를 그만둔 독특한 상황이지만, 그 역시 가족 때문에 그렇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천만덕이 일본군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호 사냥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조선독립’의 거창한 이유 따위가 애초에 아니다. 죽은 아내와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 석이를 위해서다.



따라서 ‘대호’는 어떤 의미에선 가족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12세 관람가’란 점은 영화가 가족이 함께 보게끔 노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점이 동시에 ‘대호’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필자같은 관객은 조선 최후의 호랑이와 조선 최고 포수의 숨막히는 대결을 원했다.



물론 영화에선 어느 정도 이루어지긴 하지만, 그건 원했던 바가 아니다-정작 둘의 대결은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니까-. 만약 ‘대호’가 대호와 천만덕 둘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결’형태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더욱 볼만한 상업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좋다! 애초에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고, 일본군과 서로가 서로의 원수인 대호와 조선사냥꾼까지 끌어들였다.





그렇다면 좀 더 긴박하게 영화를 이끌어가야하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고 난 뒤는 뭔가 많이 아쉬웠다. 욕심을 많이 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최민식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꽤 훌륭했다. CG로 만들어진 호랑이는 예상외의 움직임과 무게감을 보여주었다. 올무와 덫을 비롯해서 호랑이를 사냥하는 장면들 역시 꽤 정성들여 고증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러나 단순히 가족애만을 강조했다기엔 시대적 배경을 그냥 넘길 수 없고,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에 벌어지는 대호와 천만덕의 대결은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다. 결말을 보면 ‘인생무상’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아님은 ‘자연은 원래 잔인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내내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특히 결말의 회상신은 ‘그래서 뭐!’라는 반문을 하게끔 만든다. 사족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호’는 뭔가 여러가지를 욕심내다가 한개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와 ‘히말라야’란 막강한 적수가 함께 개봉한 이 시점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그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말: 우리 민식이 형님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제발 ‘신세계 2’나 찍읍시다! 제에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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