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10시. 초청을 받아 ‘돌비 애트모스 마라톤 데이’에 참석하기 위해 잠실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10관을 찾았다(18일 밤 11시부터 19일 새벽 6시 반까지 세 편의 영화를 보는 행사였다). 아! 처음에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왜? 서른을 넘어선 이후론 하룻밤만 세워도 이틀동안 누워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샘 영화를 본 게 오래된 일인데다가, 심지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세 편의 영화를 본다는 사실에 용기(?)를 내보았다. 여기서 잠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이 필요할 듯 싶다. 돌비 애트모스는 돌비사에서 극장을 위해 만든 최신 사운드 포맷으로, 그야말로 극강의 사운드 포맷이다!
기존의 전후좌우에 스피커를 배치한 것도 부족해서 천장에 스피커를 배치해서 720도 관객을 사운드로 감싸안고, 소리를 오브젝트로 인식해서 극장 관객이 자리에 상관없이 최상의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최신 음향 기술이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 도착하니 돌비 애트모스를 체험할 수 있게게끔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돌비 애트모스 모바일이 탑재된 ‘레노보 요가 탭 3 프로’였다. 극장엔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십개가 넘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값비싼 앰프와 프로세서 등이 설치되어 있다. 과연 그런 극장용 사운드를 태블릿과 헤드폰으로 얼마나 살려낼지 의심스러웠다.
'태블릿과 헤드폰의 조합이 과연 위력적일까?'라는 의문은 트레일러를 보자마자 '꽤 센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위력을 보여줬다. 돌비 애트모스 모바일이 탑재된 레노보 요가 탭 3 태블릿으로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화를 감상해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결론적으론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헤드폰으로 입체음향을 구현해냈기 때문에 한계는 존재했지만, 헤드폰이란 한계내에선 최선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돌비 애트모스 트레일러 영상은 자동차가 앞에서 뒤로 가던지, 아니면 사방에서 물소리가 나는 식으로 공간감과 분리도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파이오니아 헤드폰을 통해서 그런 소리들이 생생하게 포착되면서 ‘듣는 재미’를 사용자에게 안겨주었다! 음악과 영화의 음향 재생은 각기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얼핏 보면 음악 재생과 영화 재생은 ‘소리’를 재생하는 점에서 같아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음악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던지, 연주를 하던지 녹음을 하고, 그걸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것이 목표다! 영화는? 영화에 사용되는 음향은 대부분 실제 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가령 영화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를 있다고 쳐보자.
그 소리는 당연하지만 대부분 만들어낸다. 실제 수류탄 터지는 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실제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실감이 잘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러 소리를 합성하는 방식 등을 통해서 ‘그럴 듯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음악은 실제 소리를 재생하기 때문에 표현해내는 폭이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반해 영화는 새의 지저귐부터 폭발음까지 다양한 음역대를 소화해내야 한다. 따라서 음악은 섬세하게 재생해내야 하고, 영화는 과장된 사운드를 폭넓게 재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돌비 애트모스 모바일’이 탑재된 레노보 요가 탭 3 프로를 통해서 들려운 트레일러의 소리들은 듣는 재미가 충분했고, ‘돌비 애트모스’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 ‘마라톤 데이’가 시작되었고 10관의 좌석표를 확인하고 입장했다. 영화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대호’ ‘하트 오브 더 씨’의 순서였다! 처음엔 ‘왜 이렇게 순서를 잡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막상 감상해보니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대호’ 의 사운드는 섬세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운드가 관객을 휘감아서 공간 체험을 하게 만들기 보단, ‘저기서 저런 일이 벌어지네’란 식으로 이해하게끔 만들었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에선 밀레니엄 팔콘호가 타이 파이터에게 쫓기는 장면이 대표적인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즐길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밀레니엄 팔콘호가 사막 위를 날아가다가, 이윽고 타이 파이터가 끝까지 쫓아오자 추락한 디스트로이어의 잔해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선 우주선 특유의 소음과 더불어 잔해물들이 우주선을 아래위로 스쳐가는 소리가 관객을 더욱 실감나게 영화속으로 몰입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엑스윙과 타이 파이터 간의 도그 파이터 신은 레이저 광선이 사방에서 날아다니고, 이에 맞은 우주선이 폭발하는 굉음등을 통해서 마치 우주전쟁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생생함이 선하게 그려졌다. 어둠의 포스를 간직한 카일로 렌과 레이가 광선검을 들고 서로 격돌하는 장면에선 관성검 특유의 ‘지이잉’하는 소리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가 전달되서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엑스윙이 킬링스타를 파괴하기 위해 출격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수십대의 타이 파이터와 도그 파이팅을 벌이고, 곳곳에서 레이저 포로 요격하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백미가 아닐까 싶다.
국내 영화로 드물게 돌비 애트모스로 제작된 ‘대호’ 역시 섬세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며칠 전에 이미 감상한 영화인데, 새롭게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며칠 전에 관람한 극장에선 시설 탓인지 모르겠지만 음질이 별로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의 대사가 깨끗하게 들리지 않아서 ‘자막이 필요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번에 감상할 땐 무엇보다 배우들의 대사가 선명하게 귓가에 전달되어서 좋았다! 그뿐인가? 대호의 엄청난 울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대호가 자신의 가족을 해친 사냥꾼과 일본군을 덮칠 때는 그 신출귀몰하는 몸놀림과 당하는 이들의 비명소리가 함께 해서 영화 보는 재미가 몇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최고는 역시 ‘하트 오브 더 씨’ 였다! 고래를 잡으러 나선 에식스 호의 항해를 그린 영화는 초반부터 북적북적한 항구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재현되면서 관객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보여주는 장소 그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을 전달해주었다.
에식호가 첫번째 태풍을 만났을 때, 사방에서 거친 비바람과 파도소리가 난무하고 돛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삐걱거리고, 선원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배를 바로잡고자 애쓰는 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재현되어서 내가 그곳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 향유고래를 잡을 때 선원들이 작은 보트를 타고, 작살로 고래를 찍을 때의 그 숨가뿐 추격전과 상처입은 고래의 안쓰러운 비명소리, 마침내 고래가 피분수를 뿜을 때의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되어 화면에선 고래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데도 너무나 잔인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실제 고래가 아니고 CG임에도 말이다.
또한 길이만 30미터가 넘는 괴물고래가 에식호를 머리로 받아서 침몰시키고, 고개를 사냥하는 선원들의 보트를 작살내는 장면은 너무나 무시무시해서 저도 모르게 숨소리를 멎게 될 정도였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는 광선검의 움직임 소리와 엑스 윙의 날아가는 소리, 킬링 스타가 폭발하는 소리등이 섬세하게 표현되서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예상외로 관객이 음향이 360도 포위하는 느낌이 없다.
‘대호’는 돌비 애트모스작이지만 아무래도 국내 음향 기술의 한계 탓인지 일반 극장보다 뛰어난 분리도와 몇 수 높은 섬세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돌비 애트모스’의 위력은 느끼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하트 오브 더 씨’는 ‘돌비 애트모스의 위력을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분주한 항구의 모습이 720도 전방위로 생생하게 전달되고, 에식스호가 출항하자 출렁이는 파도와 선원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갑판을 닦고 돛을 펴고, 수선하는 소리들이 스피커에서 하나하나 표현되어 ‘영화를 감상’한다는 사실을 잊고 영화속으로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길이 30미터의 고래가 에식스호를 박살낼때, 내가 선원이 된 듯 찔끔거리고, 선원들이 바다위에서 표류할때 나도 그곳에 있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이전엔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소리가 청각적인 느낌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영상과 더불어 공감각적인 체험을 하게끔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기술적인 사항은 몰라도 마라톤 데이가 끝난 이후 '아! 이젠 돌비 애트모스가 아니면 영화를 못보겠다'라는 푸념 아닌 푸념(?)들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돌비 애트모스 마라톤 데이는 관객들이 현존하는 극강의 극장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세 편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돌비 애트모스’의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극장에선 ‘디지털 상영’이 일반화가 되었다. 그래서 필름 상영을 할때처럼 화면이 열화되어 끔찍한 화질로 감상하는 일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음향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극장을 갔다가 소리가 별로여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경험이 한두번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현재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극장은 서울에선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 M2관과 목동 메가박스 M2관과 롯데시네아 월드타워점의 5개관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화가 개봉한다면 이곳들을 찾아가서 관람해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아마 보는 순간 ‘이래서 돌비 애트모스, 애트모스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공간속에 들어간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마라톤 데이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아! 이젠 돌비 애트모스가 아니면 영화를 못 보겠다’라는 식의 수근거림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우리가 영화를 감상하는 이유는 누가 뭐라해도 그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영화속으로 몰입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깨끗하고 좋은 영상을 찾는 것만큼,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영화와 극장관을 찾는 것 역시 매우 의미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이 컨텐츠는 돌비 애트모스 원정대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돌비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
'리뷰 >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복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바닷마을 다이어리’ (0) | 2015.12.23 |
---|---|
왜 혹평과 호평이 공존할까?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11) | 2015.12.22 |
‘대호’는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5) | 2015.12.17 |
영상으로 펼쳐진 고전의 찬란함! ‘맥베스’ (0) | 2015.12.10 |
극한의 긴장감과 혼돈을 선사하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1) | 2015.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