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극한의 긴장감과 혼돈을 선사하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朱雀 2015. 12.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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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이하 ‘시카리오’)’을 보고 난 뒤에 관객들이 머리를 쥐어뜯는다에 100원을 건다! ‘도대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라고 외치면서. 여주인공 케이트는 무슨 작전에 투입되는지도 모른채, CIA요원 맷에 의해 차출되어 작전에 투입된다. 



차출되자마자 전용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서 멕시코로 날아간 것도 황당한데, 아무런 설명없이 다짜고짜 마약조직의 NO.3의 호송작전에 참여하는 케이트는 도통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그러나 한낮의 도로에 매달린 시체들(마약조직에 의해서)은 이곳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알려주면서 긴장감을 자아내고,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조직원들과의 총격전은 이곳이 치안이 무너진 곳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관객은 케이트처럼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모르는 채 극한 상황에 몰리게 된다.






‘시카리오’는 암살자를 뜻한다고 한다. 영화에선 암살자가 두번 등장한다. 주인공 케이트는 뭔가 찜찜한 작전에 차출되어 일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한다. 스트레스를 참다 못한 그녀는 동료와 함께 바에 놀러갔다가 한 남자와 우연히 눈이 맞게 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려 한다.



그러나 그가 꺼낸 소지품에서 우연히 마약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게 되고, 케이트는 생사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는 게 첫번째다. 두번째는 알레한드로의 정체가 드러난 다음이다. 알레한드로는 영화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다. 그는 초반엔 나름 케이트에게 자상하게(?) 대해준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러서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본래 검사로 재직하다가 아내와 딸을 마약조직에게 잃고 복수심에 암살자가 되어버렸다. 알레한드로는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는 이유로 케이트에게 바로 총을 쏴버린다(물론 그녀가 방탄조끼를 입었기에 쏜 것이지만).






그가 마약조직 보스의 집을 찾아가 혼자서 조직원들을 처치하고 끝내 보스의 가족들을 먼저 끝장낸 다음 잔인하게 보스까지 처치하는 장면은 끔찍하기만 하다. 그는 분명히 복수를 위해서 한 것이지만, 연약해보이기만 하는 보스의 아내와 아이들을 총을 쏘는 장면은 그를 오히려 악당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케이트는 관객이 감정을 이입시키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그녀는 FBI요원으로 일선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늘 사건이 터진 이후에 현장을 급습한다. 그녀는 작전현장에서 죄없이 희생된 민간인의 시체를 보면서 현실에 한계에 점점 무기력감을 느낀다.



그녀가 맷에게 처음 차출될때만 해도 케이트는 사건이 터진 다음에 뒷수습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마약조직을 근본적으로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뛰어든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그녀의 예상과 다르고, 결국에 진실 앞에서 그녀는 한없이 무능하고 무기력해진다.



케이트는 누구보다 법과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위치와 능력 때문에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인물이다. 케이트의 그런 모습은 관객들에게 ‘나라면 저 상황에서 과연 어땠을까?’라고 상상하게 만든다.



아마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아마 케이트처럼 결국엔 푹력과 무자비한 진실앞에 자신의 신념을 굽힐 수 밖에 없으리라. 에밀리 블런트는 그런 케이트의 모습을 너무나 섬세하게 잘 그려낸다. 강력범죄의 현장에서도 목숨을 사리지 않고 싸우는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무자비한 진실앞에서 흔들리고 결국엔 쓰러지는 여성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CIA요원 맷은 모든 진실을 은폐하고 모든 상황을 자신의 통제하려고 드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추악한 미국의 본모습을 생각하게 만든다. 맷이 마약조직을 공격하는 이유는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마약은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다.



그렇다면? 그는 마약조직을 하나로 묶어서 CIA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자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은 세계 곳곳의 분쟁에 끼어들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따라 움직이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에 두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미국의 추악한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아니, 꼭 미국만이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 불린 나라들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나라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우린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알레한드로의 모습은 우리에게 연민과 역겨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가 복수를 위해서 암살자가 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영화속에서 그가 행하는 모습과 도대체 범죄자와 그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끔 한다. 그가 정보를 캐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서슴없이 폭력과 고문을 가하는 장면은 특히나 그러하다!



‘시카리오’는 훌륭한 영화다. 만약 당신이 긴장감이 넘치는 재밌는 범죄스릴러물을 보고 싶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또한 작품성 있고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그 역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라 할만 하다.



물론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남는 찝찝함과 머리를 쥐어 잡을 수 밖에 없는 결말은 감당해야 하지만. 영화속 후아레즈란 도시는 최대 마약조직의 본거지답게 한낮에도 쉽게 범죄가 일어나며 경찰들이 마약조직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곳이다.





영화에선 뜬금없이 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집의 가장이 경찰이란 것, 그가 부패한 경찰이라 마약을 나르는 인물이란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러나 그 경찰은 알레한드로가 복수를 위해 마약조직의 보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어찌보면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런 죄없는 선량한 아들이 그를 기다리는 모습은 우리를 난감케 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아들이 축구시합을 위해 나간 자리에서 멀리서 총성이 들려오는 장면은 후아레즈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새삼 우리를 일깨워준다.



어쩌면 그 아이는 후아레즈에서 자라기 때문에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마약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 아이는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고 복수를 위해 암살자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각인되는 대사는 알레한드로가 케이트에게 억지로 서명을 받아내면서 “당신은 늑대가 아니야, 이곳은 늑대들의 땅이야’라고 하는 부분이다.



‘시카리오’는 뭔가를 선명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폭력은 끔찍하고 찝찝하게만 묘사된다. 우린 정의가 실현되기를 원하지만 강력한 불의 앞에선 패배하고 마는 것일까? 폭력은 폭력을 낳기만 할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의 추악한 속셈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복수의 허망함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시카리오’를 보고 난 다음 관객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누구나 이것만큼은 인정하게 될 것이다. 연출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는 최고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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