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요샌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왠만하면 정보를 접하지 않고 가고자 애쓴다. 다들 아시겠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영화를 보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되기 때문이다. ‘하트 오브 더 씨’의 경우엔 흰고래와 선원들이 사투를 벌이는 액션영화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촌동생이 보자고 하지 않았다면? 굳이 코엑스 메가박스 M2관까지 찾아가서 보진 않았으리라.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의외였다’. 왜냐하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관람후기를 봤는데 ‘별로다’라는 평을 접했기 때문이다.
선원들의 입장에선 배를 침몰시킨 흰고래가 악마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동족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포획하는 선원들이 흰고래에겐 오히려 악마가 아닐까? 고래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끼친 적이 없는 데 말이다. 고래의 기름을 얻기 위한 이유로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인간들이 자신들이 죽이는 이유를 알면서 고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서 최대한으로 기대치를 낮춘 탓일까? 오히려 무척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하트 오브 더 씨’는 허먼 멜빌이 누군가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포경선 에식스호의 생존자중의 한사람이었다. 부인과 멜빌의 끈질긴 설득끝에 그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비밀이야기를 시작한다.
바로 21명을 태운 에식스호가 80톤의 향유고래를 만난 이야기였다. 아마도 필자처럼 예고편으로 접한 이들은 흰고래와 인간의 사투를 다룬 영화로 오해했을 것이다. 예고편은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로 오해하기 딱 좋다. 그러나 실제 영화상에서 흰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정말 눈깜빡 할 사이에 지나간다.
오히려 흰고래를 찾기 위해 항해하는 과정이 전반부를, 후반부는 흰고래에 의해 배가 침몰당하고 난후 3개의 보트에 나눠 탄 선원들의 표류기를 그려낸다. 영화는 성경을 근거로 해서 고래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찌보면 ‘하트 오브 더 씨’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조난 당한 뒤 일등항해사와 풋내기 선장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 다 드러난게 아닐까 싶다. 일등항해사를 비롯한 선원들은 모두들 고래를 잡아서 기름을 가득채워서 돌아갈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인간의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인해 고래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무려 15개월의 항해끝에 고래떼를 만나지만, 길이 30미터 80톤의 흰고래에 의해 배가 침몰당하는 불운을 맛봐야했다. 그러나 그건 인과응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영화는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기 위해 애쓴다. 고래를 발견하고 잡기 위해 작살을 던지는 선원들의 모습은 나름 바다사나이에 대한 로망을 일깨우지만, 동시에 고래의 피를 뒤집어쓴 그들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 없다.
‘하트 오브 더 씨’에선 성경을 근거로 고래포획을 정당화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낸다. 또한 90여일이 넘게 계속된 표류기를 통해서 극한 환경에서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만든다. 바다곳곳을 누비며 고래를 잡고 산업을 일으킨 인간의 힘은 매우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태평양 한가운데서 배가 침몰된 후 이리저리 표류하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결말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살아남은 8명에게 선주를 비롯한 관련업계종사자들이 요구하는 것 역시 우리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진실과 안전보다는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은 추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의 일반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만약 재밌는 영화를 원한다면? ‘하트 오브 더 씨’는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자연 앞에서 먼지보다 못한 존재인 인간을 되돌아보고, 우리 자신의 편리와 풍요를 위해 자연을 훼손해온 인간의 추악한 면을 되돌아보기 위한 것이라면? ‘하트 오브 더 씨’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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