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은 운이다!

朱雀 2020. 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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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칠기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듣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엔 지성이면 감천이다란 말을 좋아했다. 노력하면 안되는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이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프랑스 언론에선 설국열차때 이미 봉준호 감독은 상을 탈 가능성이 높았다란 식의 보도를 접했다.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은 프랑스 그래픽 노블이다. 자국 문화에 대해 자긍심이 높은 프랑스에서, 봉준호 감독이 만약 설국열차를 칸영화제에 출품했다면? 황금종려상은 모르겠지만, 분명 본상 중의 하나는 탔을 것이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때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출품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 배급은 와인스타인 컴퍼니-그 하비 와인스타인 맞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추행이 드러난-에 맡기로 했다.

 

영화를 본 와인스타인은 30분 정도 편집하길 원했고, 봉준호 감독은 당연히 펄쩍 뛰며 이에 반대했다. 결국 봉감독의 반대와 감독판에 대한 영화인들의 지지 때문에 편집하지 못했고, 이에 화가 난 와인스타인이 이후 배급을 자회사로 넘겨 제한적 상영을 한 걸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설국열차는 당시 칸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초청을 받았는데, 미국 배급을 염두에 둔 와인스타인 컴퍼니측에서 달가워하질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후반작업 등의 이유로 설국열차2013년 칸영화제에 출품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옥자. 하비 와인스타인 때문일까? 봉준호 감독은 거의 무제한적인 (감독 권한을 인정해주는)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고 옥자를 내놓게 된다. 2017년 칸영화제에선 옥자는 결과적으로 무관에 그쳤다. 왜 그랬을까? 그토록 호평을 받았는데?

영화의 완성도는 좋았으나, 투자를 넷플릭스가 맡은 탓이었다. 당시 프랑스 극장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넷플릭스가 영화 생태계를 어지럽힌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얼핏 보면 밥그릇 싸움같지만, 이건 영화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관한 것이라 쉽지 않았다.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잘 알려진 대로 영화의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의 동시 상영을 당시 원칙이었다.

 

이런 넷플릭스의 움직임은 극장주를 비롯한 기존의 영화관련인들에게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옥자'는 이렇듯 생각지 못한데서 암초를 맞이했고, 또 한번 좌절을 겪어야 했다-프랑스 극장연합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에 반발했고, 이는 고스란히 심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201972회 칸영화제에서 결국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니. 어찌 보면 삼수 끝에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번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광을 얻은 것도 운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그 동안 아카데미는 백인들이 거의 수상해서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평을 많이 들었다. 따라서 어떻게든 이미지 변신을 원했던 아카데미의 입장에선 봉감독의 기생충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안성맞춤인 작품이었다-작품의 빼어난 완성도와 감독이 한국인이란 점에서-.

 

또한 봉감독의 발언도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로컬 영화제 아닌가?’‘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란 발언은 미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장벽을 운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멕시코와의 국경선에 장벽을 설치함으로써 공명하는 바가 컸다. 이건 방송과 SNS를 통해 공유되었고, 자신들이 진보적이라 믿는 서부인들에겐 더욱 큰 공명을 자아냈다.

 

봉준호 감독의 이번 아카데미 4관왕은 몹시 즐거운 일이다. ‘기생충은 훌륭했고, 운이 좋아서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의 동시에 얻은 몇 안되는 작품의 영예를 얻었다.

 

그렇다고 운이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더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이번 수상은 그런 것들의 총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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