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에 빛나는 ‘조커’는 국내에서만 약 525만 명이 관람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다. 또한 전 세계에서 10억 불을 넘어서며 R등급 영화로는 최고 흥행 기록이다.
그뿐인가? 잘 알려진 대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무엇이 이토록 ‘조커’에 대해 열렬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 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그렇지만, ‘조커’는 ‘빈자 vs 부자’의 구도로 진행된다. 영화 주인공인 아서는 코미디언을 꿈꾼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잔인하다. 그는 한번 웃음이 터지면 참지 못하고, 심지어 어머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에선 따돌림을 당하고, 사장마저 그에게 냉랭하다. 일하기 위해 광대로 나섰지만, 동네 깡패들은 그가 들고 있던 간판을 뺐어가고 그것도 부족해서 그걸로 아서를 구타하기에 이른다.
아서는 노력한다.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요즘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데는 ‘공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오오력이 부족해! 라떼는 말이야! 같은 유행어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그들의 윗세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려주는 대표적인 말이다. 21세기인 오늘날은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은 곧 눈 앞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와 달리 인간의 머릿속은 잘 변하지 않는다.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는 자신이 경험했던 세상에 인식이 머물러 있다. 그들은 오늘날 10~20대들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고도성장기였기 때문에, 쉽게 취업할 수 있었고, 은행 금리가 높았기에 저축만 해도 돈을 모으기 쉬웠다. 만약 부동산에 잘 투자했다면? 어느 정도 먹고사는 게 걱정 없는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10~20대들이 직면한 세상은 다르다! 더 이상 ‘좋은 일자리’는 없다.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으며, 어렵게 대기업에 취업해 평생 저축한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은 절대 이룰 수 없다.
그런 상황은 그들을 절망케 한다. ‘조커’는 분명 미국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개인의 이야기에 전 세계인들이 열렬히 반응하는 건 그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 그러나 부모 세대들은 그런 자녀들을 향해 ‘넌 노력이 부족해’라던지 아니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엄친아’와 ‘엄친딸’을 들먹이며 비교질을 서슴지 않는다.
가족이란 때론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이들이다. 그들은 상대를 생각지 않고 상처 주는 말고 행동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러나 조언이란 상대방의 기분과 상태를 보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 상에서 아서는 아버지가 없다. 그는 TV쇼를 보면서 머레이가 자신의 멘토이길 원하고, 어머니의 말을 듣곤 토머스 웨인이 자신의 친아버지이길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토머스 웨인은 어렵게 찾아온 아서에게 잔인한 말을 하고, 머레이는 그를 모욕할 뿐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아서가 미쳐버리는 건 정해진 순서일지 모른다.
그는 자신 안의 광끼를 풀어놓음으로써 오히려 자유를 얻는다. 행복해진다. 그토록 원하던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된다. ‘조커’는 어떤 면에서 보면 굳이 DC코믹스의 캐릭터일 필요조차 없었다.
그냥 ‘어떤 사내의 이야기’라고 했어도 충분히 먹혔을 것이다. ‘조커’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혼돈의 카오스’로 만들어 버린다. 폭력과 광끼가 지배하는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커’는 현 세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사회 내 모순이 쌓여간다면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고. 물론 이건 필자의 뇌피셜이다. ‘조커’는 그저 미치광이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 ‘혁명’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져갔다. 21세기의 세계는 분명 이전과 달리 생산력과 부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극소수가 독점하는 폐해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과연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서가 조커가 될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리뷰 >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은 운이다! (0) | 2020.02.15 |
---|---|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한 몇 가지 고찰 (0) | 2020.02.14 |
더 이상 공주는 없다! ‘모아나’ (6) | 2017.01.13 |
괴물같은 완성도를 보여준 ‘씽’ (1) | 2016.12.26 |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떻게 마블의 신세계를 열었는가? (1) | 2016.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