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씽’의 예고편을 극장에서 접했을 때만 해도 1의 관심도 없었다. 일단 ‘오디션’을 소재로 한 점이 그렇다! ‘슈퍼스타 K’는 얼마 전 7번째로 방송을 했지만, 방송했는지 조차 몰랐다. 4시즌 이후론 화제성과 관심도에서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세간의 평이지 않던가?-어떤 면에선 '슈퍼스타 K'는 대단하다. 대다수 오디션 프로의 경우 대부분 종영 내지 폐지되었으니까-
왜냐하면 다들 ‘피로’했기 때문이다. 슈스케는 대한민국에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매 시즌마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했고, 그들의 눈물겨운 사연은 시청자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공중파까지 가세해서 오디션 프로를 앞다투어 내놓으면서 어느새 대중은 피로를 호소했다. 그리고 이젠 오디션 프로는 다들 외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오디션 프로는 출연자의 눈물겨운 사연과 그들이 방송을 하면서 점차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놀라움을 주는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소름끼치는 가창력은 또 어떤가?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감동과 반전을 줄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소리라고 봤다.
그런데 ‘씽’의 소감이 하나둘씩 관련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을 보니 ‘괜찮다’라는 평이 줄을 이었고 궁금해졌다. ‘무엇이 극장으로 관객을 불러모았을까?’하고. 그리고 극장에서 감상하면서 그 매력에 감탄을 하고 연출과 이야기에 박수와 환호성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편견과 선입견으로 작품을 대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씽’은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놀라운 작품이자,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극장에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씽’의 캐릭터들은 모두 사연을 지니고 있다.
무려 25남매를 둔 돼지 로지타는 누가봐도 육아와 집안에 지쳐있고, 록스타를 꿈꾸는 고슴도치 애쉬는 길이 보이지 않으며, 범죄자 아버지를 둔 고릴라 조니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코끼리 소녀 미나는 엄청난 가창력을 지녔지만 무대공포증 때문에 나서지 못한다. 무엇보다 오디션을 여는 문극장의 주인인 코알라 버스터문은 여태까지 공연이모두 실패해서 이번이 마지막기회이다.
‘씽’의 캐릭터들은 모두 다 한결같이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물론 의인화된 동물들이지만. 그들의 사연은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우리 주변의 어머님들을 봐도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면서 ‘나’를 잊어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수많은 대중앞에 나서는 것은 누군가에겐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씽’은 꿈에 대해 다소 진부한 메시지를 던진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그런데 말이 쉽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씽’은 오디션을 소재로 했지만, 누군가를 1등으로 만들어야 하는 ‘오디션’에서 벗어나는 영리한 선택을 한다. 미나가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게 만든다. ‘씽’에 나오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훌륭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생쥐인 마이크가 부르는 ‘My Way’는 여러 버전을 들어봤지만, 이번처럼 무대연출력 때문에 인상 깊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씽’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인 탓에 과장되고 작위적인 장면들도 연출된다. 그러나 그 장면들은 충분히 애니메이션인만큼 이해가 된다(아니 영화라고 해도 충분히 이해될 수준이다). 모두가 한무대위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마지막 공연장면은 정말이지 박수와 환호성을 누구라도 지를 수 밖에 없다.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런 에저튼, 토리 켈리, 세스 맥팔레인까지. 목소리 연기를 한 그들은 정말 훌륭한 노래실력까지 뽐내면서 관객이 진짜 공연무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린이가 즐겁게 볼 수 있고, 어른들 역시 그 내용과 이야기에 감동할 수 밖에 없고, 귀에 익은 팝송에 따라부르고, 그 애니메이션다운 과장되지만 재밌는 연출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작품. 그게 ‘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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