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朱雀 2016. 10. 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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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하 ‘미스 페레그린’)’은 팀 버튼 특유의 감성과 화면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팀 버튼 감독의 개성과 이야기 전개력이 빛난 작품으로 ‘가위손’,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정확히 따지면 감독은 헨리 셀릭이지만)’을 꼽는데, 그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미스 페레그린’은 제이크의 모험성장물이자 동시에 팀 버튼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제이크가 보인다. 그가 열심히 화장지를 쌓아올렸는데, 마침 그 코너에 (아마도 같은 반인) 예쁜 소녀가 등장한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지만, 그녀는 무시한다. 그것도 부족해서 그녀의 남자친구는 화장지를 던져서 제이크가 힘들게 쌓아놓은 화장지들을 모두 쓰러뜨린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깔깔거리면서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제이크가 학교에서 왕따라는 사실을 관객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제이크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찾아가지만, 할아버지는 두 눈이 없어진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할아버지는 ‘미스 페레그린이 모든 걸 말해줄거다’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만 남기고 그만 눈을 감는다.


‘미스 페레그린’은 이후 할아버지와 제이크의 추억에 대해 보여준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과 함께 했던 보육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제이크는 그 이야기를 학교에서 했다가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힌다. 하여 우린 더더욱 제이크가 왕따란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미스 페레그린’은 제이크가 할아버지가 알려준 웨일스 지방의 보육원을 찾아갔다가 놀라운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그들은 실제로 살아있었으며, 시간이 멈춘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 ‘미스 페레그린’에서 이상한 아이들의 보여주는 능력은 대단하다.


10살도 안되는 어린 여자아이가 성인 남자 10명의 괴력을 발휘하고, 자기맘대로 식물을 자라게 하고, 투명인간에, 공기보다 가볍기까지 한 그들의 능력은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러나 팀 버튼 감독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그렇듯 그들 역시 너무나 선하기 그지 없다.


늘 자기들끼리만 지내다가 제이크가 그곳에 도착하자 서로 반기면서 함께 있기를 바란다. 어찌보면 ‘별종’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매우 불쌍하다. 그들은 현실세계에서 살 수 없기에,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곳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늙지 않지만 동시에 현재만을 살아가기에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뿐인가? 그들을 노리는 ‘할로게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악당이 호시탐탐 기회만 보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하기 그지 없다. 어찌보면 현실이 아닌 ‘타임루프’만 곳에 갇혀 살아가는 그들은 현대인에 의해 신화나 전설로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은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제이크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평범한 소년이 신비로운 세계를 접하고 놀라고 거부하고 달아나는 등의 모습을 통해 불안한 심리를 잘 대변한다. 모든 행동이 할아버지와 비교되는 상황은 그로선 매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영화에서 가장 신비롭고 강력하며 멋진 인물은 단연 미스 페레그린을 들 수 밖에 없다. 에바 그린이 연기한 미스 페레그린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끝없이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이프담배를 피우며 등장하는 그녀는 제이크에게 시종일관 어딘가 미스테리함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로게스트와 싸우는 무자비한 모습을 통해 상냥함과 강인함이란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덕목을 모두 지닌 강인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동시에 준다.


따라서 미스 페레그린이 그들이 살고 있는 ‘타임 루프’에 할로게스트의 리더 바론에 의해 납치되는 상황에 이르면 관객들까지 패닉을 느끼게 할 지경이다. 그러나 미스 페레그린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초능력을 적과 상대할 정도로 활용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은 ‘성장’이란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 아래 자란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자라면 그 그늘에서 벗어나서 자립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부모가 보살펴 줄 수는 없기에 어설프고 설혹 모자라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야만 한다. 어떤 의미에서 미스 페레그린을 비롯한 임브린이란 존재들은 이상한 아이들을 끝없이 사랑하고 지키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만 의존해선 아이들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미스 페레그린’에서 아이들은 타임루프에서 영원한 삶을 사는 만큼 아이들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미스 페레그린을 구하기 위해 할로게스트와 맞서 싸우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책임질 수 있는 인물들이 되었다.


물론 다시 ‘타임루프’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이제 그들은 이전까지와 그들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제이크와 사랑하게 되는 엠마의 설정은 몹시 눈길을 끈다. 그녀는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납으로 된 무거운 신발을 신고 다닌다. 신발을 벗는 순간 공중으로 떠오르는 그녀를 잡기 위해 몸에 밧줄을 묶는데, 그런 상황은 사랑하는 두 남녀의 거리를 은유하는 것 같아 몹시 이채로웠다.


연인끼리의 거리는 서로가 잘 조절하지 못하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니 말이다. ‘미스 페레그린’은 기괴함과 아름다움, 선함과 악함,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공존하는 잔혹동화였다. 이상한 아이들의 눈알을 먹는 할로게스트의 모습은 섬뜩하고 무시무시하기짝이 없지만, 이에 맞서는 이상한 아이들의 모습은 이상하게 귀엽고 때론 유쾌하기까지 했다.


‘미스 페레그린’에서 이상한 아이들은 ‘별종’이라 불린다. 제이크는 현실세계에선 왕따지만, 그가 그런 이유는 ‘별종’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별종’은 각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상한 아이들을 칭하는 데, 어쩌면 팀 버튼과 원작자는 현실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에게 ‘넌 특별하단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미스 페레그린’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고, 동시에 영화를 보면서 때론 놀라고 때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팀 버튼 만의 색채와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팀 버튼을 좋아한다면 이보다 멋질 수 없고, 팀 버튼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의 매력에 빠질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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