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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본 ‘황야의 7인’은 너무나 감동적이고 멋졌다! 악당이 지배하는 선량하지만 힘없는 이들이 가득한 마을을 7명의 카우보이들이 가서 악당을 물리치고, 석양을 배경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그런데 ‘황야의 7인’이 사실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했단 사실을 나중에 알고는 무척이나 놀랐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에겐 할리우드는 말 그대로 ‘꿈의 공장’이었고, 모든 문화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게다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존경한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문화적인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미국은 어린 시절 나에겐 군사력이나 문화에서 세계최강국으로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매그니피센트 7’은 잘 알려진 대로 우리에겐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으로 잘 알려진 1960년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리메이크의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론 별로 기대가 없었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덴젤 워싱톤, 크리스 프랫, 이병헌, 에단 호크 등이 출연하는 탓에 의무감(?) 비슷한 마음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그러나 관람하고 난 이후의 느낌은 그전과 완전히 다르다! 우선 올해 개봉할 할리우드 대작은 거의 다 봤다. 그러나 요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시나리오 여기저기에 허점이 많다. 이에 반해 ‘매그니피센트 7’은 연출 못지 않게 시나리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우선 1879년 평화로운 로즈 크릭 마을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탐욕스런 악당 보그는 그냥 악당이 아니라 오늘날 미국식 자본주의 신봉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보그는 오늘날 탐욕스런 오늘날 악덕 자본가나 대기업을 풍자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의외로 7인의 인물들이 아니라 헤일리 베넷이 연기하는 엠마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남편을 악당 보그에게 잃고, 정의구현과 복수를 위해 샘 치좀(덴젤 워싱턴)에게 의뢰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전 재산과 자신에게 동조하는 마을 주민들의 전 재산을 가지고 샘 치좀과 단판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돌하며, 샘 치좀이 자신을 도울 무법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꿋꿋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그야말로 여장부다.




그녀는 음식을 비롯한 궂은 일을 도맡아 할 뿐만 아니라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을 독려하고, 사격실력을 연마해서 나중에 보그 일당과 결전에서 전사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엠마는 ‘매그니피센트 7’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복수를 위해서 앞장서고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죽음의 기로에서 겁을 내고, 무법자들을 볼때마다 두렵지만 당당하고자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매그니피센트 7’는 7인의 무법자들에게 각기 사연을 부여하고 그들을 입체적으로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법집행을 하면서 어딘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치안 유지관이자 현상범 전문 헌터인 샘 치좀, 농담을 잘 하지만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조슈아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남군에서 활약했던 전설의 명사우인 굿나잇 로비쇼(에단 호크), 굿나잇 로비쇼와 절친인 빌리 락스(이병헌). 게다가 현상금이 걸린 무법자와 추격자 거기에 인디언 전사까지.


그야말로 피부색도 다르고 각기 사연을 지닌 7인의 캐릭터들은 모두 영화상에서 짧지만 임팩트있게 등장하고, 그들이 관객의 뇌리에 팍팍 박히도록 연출해낸다. ‘매그니피센트 7’는 서부극인 만큼 총격신이 중요하다. 총격신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안에 끝날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일까? ‘매그니피센트 7’는 총격전이 이루어지기 직전의 숨막히는 긴장감과 등장 인물들간의 불꽃튀는 심리전을 잘 묘사해냈다. 아울러 총격전에서 각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연출했다. 이를테면 샘 치좀은 명사수로, 빌리 락스는 칼로, 인디언 전사는 화살을 쏘는 식으로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매그니피센트 7’은 기존 서부극의 요소를 잘 차용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잘 녹여냈다. 아울러 덴젤 워싱턴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이 끝까지 제 분량을 잘 챙길 수 있도록 영리하게 배분해놓았다. ‘매그니피센트 7’은 그냥 즐기기에도 괜찮고, 뜯어보면 생각할 거리도 나름 여기저기 잘 배치해 놓았다. 133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후다닥 지나가며 이병헌의 대사가 적은 점은 아쉽지만,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활약상을 느끼기에도 충분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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