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이야기

더 이상 공주는 없다! ‘모아나’

朱雀 2017. 1.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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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주토피아’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모아나’까지. 근래 개봉한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저 그 무지막지한 완성도에 감탄사만 나온다. 이번의 ‘모아나’도 그렇다. 디즈니 최초로 폴리네시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모아나’는 태평양을 배경으로 폴리네시아인의 신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얼핏 보면 모아나와 반신반인인 마우이가 각각 전통적인 공주와 왕자 역을 할 것 같다. 그러나 작품에서 두 인물은 동등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니, 모아나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모아나는 족장의 딸이자 차기 족장으로 낙점된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다를 나가 여행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아버지인 족장은 섬의 경계인 암초 이상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는 이미 많은 동화와 애니메이션에 잘 나오는 부녀간의 관계다. 어린 자식은 장성해서 마을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것. 이는 당연히 두 사람의 불화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스포일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족장은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암초밖으로 나갔다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친구를 잃은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끔찍함 경험을 딸이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모아나는 10대 특유의 모험심을 발휘해서 암초 밖으로 나갔다가 거대한 파도에 휩싸여 죽을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난다.


당연하지만 난생 처음 좌절을 겪은 주인공은 낙담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식의 좌절은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서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모험을 떠나는 모아나의 모습은 어딘가 무모해 보인다.


재밌는 점은 집을 떠나는 모아나의 옆을 지키는 것은 그의 절친한 동물 돼지가 아니라 바보 같은 닭이다. 일반적으로 디즈니 애니에선 똑똑한 동물이 주인공의 옆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돼지가 그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첫번째 시도가 좌절한 이후 돼지는 섬에서 나가질 않는다. 오히려 모이가 아니라 돌을 먹는 어딘가 나사빠진 닭이 주인공의 옆을 지키게 된다. 어쩌면 그런 닭의 모습은 모험을 떠나기 위해선 무모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단 걸 비유한 게 아닐까?


어찌되었건 모험을 떠난 모아나는 고생 끝에 드디어 반신반인인 마우이를 만난다. 마우이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을 위해서 불과 코코넛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한 행동은 얼핏 보면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메테우스와 비슷하게 마우이는 여신의 심장을 훔쳐다가 생명의 힘을 인간에게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순간 깨어난 악마와 싸우다가 패해 한 무인도에 갇혀 있게 되었다. 마우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영웅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허풍이 세고 모두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마우이는 원래 인간이었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리고 신이 그를 반신으로 만들고 그에게 갈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독수리로 풍뎅이로 마음껏 변신하는 그의 모습은 모든 것으로 변신하는 신의 능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는 도와달라는 모아나의 청원을 모른 척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망가는 모습까지 보인다. 분명히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모아나’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거기에 ‘로맨스’는 없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저 친한 동반자 관계. 딱 그 정도다. 물론 마우이는 항해술을 비롯한 도움을 모아나에게 준다.


그러나 모아나 역시 능동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여신의 심장을 다시 돌려놓고자 악마와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악마와 싸우는 모아나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쓰러지지 않는 영웅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모아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심장을 잃은 여신이 악마로 변했다는 설정은 관객을 고민케 한다. 세상을 창조한 여신이 심장을 잃고 세상을 검게 물드는 모습은, 환경오염을 비롯해서 AI를 비롯한 각종 질병과 기상이변으로 신음하는 지구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역시 ‘모아나’에 나오는 이들처럼 욕심에 눈이 멀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폐허로 만들고 그 댓가를 치루는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반신이자 영웅인 마우이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걸 제대로 쓸 줄 몰라서 인간에게 이로운 것뿐만 아니라 해로운 것까지 불러 들이고 말았다. 이는 편리한 문명을 위해 과학과 기술의 힘을 마구 쓰는 우리를 비유한 건 아닐까?


모아나는 바다에게 선택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바다는 그를 눈여겨 보았고, 그에게 여신의 심장을 다시 가져놓는 엄청나게 어려운 임무를 부여한다. 어찌보면 이건 ‘운명’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 임무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일까?


그러나 모아나는 여신이 잠든 섬에 갔다가 악마에게 쫓겨나고, 마우이는 갈고리가 망가져서 모든 걸 포기하고 날아간 순간에 진정으로 좌절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포기한다. 바다에게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고까지 한다. 깊이 좌절해서 자신의 임무를 포기하는 모아나의 모습은 몹시나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좌절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불굴의 의지’가 무엇인지, ‘영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모아나’는 디즈니표 감동과 재미가 잘 혼합된 작품이다. 작품에 삽입된 노래들은 경쾌하기 그지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잇는 그야말로 흔치 않는 명작이다. 극장에서 보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감동과 웃음과 재미가 함께하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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