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결국 김제동은 사실상 방송 퇴출인가?

朱雀 2009. 11.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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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제동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오 마이 텐트>가 결국 정규편성에선 좌절되었다는 소식을 보았다. 하긴 파일럿 방송이 나간 후 뉴스를 보면서 정규 편성이 어려울 것이란 예감은 들었다. 막상 정규 방송은 좌절된 소식을 들으니 찹찹하다.

김제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엠씨다. 그는 유머의 포인트는 다른 이를 비하하거나 놀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망가져서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다. 그는 남을 망가트리기 보다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아왔다.

<오 마이 텐트>는 그런 특유의 분위기가 잘 살아난 코너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차에 몸을 싣고, 자신에게 주어진 최신식 텐트용품을 보면서 난감해하는 그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신의 절친한 이승엽 선수의 타격폼을 흉내내면서 웃음을 주고, 주변에 캠핑온 시민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고, 식재료를 사기 위해 나선 곳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풀빵을 사서주고 함께 나눠먹는 그의 진솔한 스타일은 오랜만에 잔잔한 웃음을 선사했다.

오늘날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대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은 개인의 신상을 캐거나 과도한 설정으로 인해 자주 ‘조작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그런 프로그램들도 재밌고, 보는 순간 자극적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김제동이 진행한 <오 마이 텐트>처럼 편안하고 진솔한 예능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오 마이 텐트>는 방송 당일 무려 10.7%라는 놀라운 시청율을 기록했다. 방송대가 금요일 밤 11시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런 파일럿 프로그램의 인기를 보고 정규 편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김제동은 얼마 전 <스타 골든벨>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해야 했다. 그런 차에 <오 마이 텐트>가 방송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들은 방송을 시청했고, 호평이 쏟아졌다. 이승엽 등을 비롯한 절친한 이들은 정규 편성전임에도 게스트를 자청할 정도로 주변의 반응도 예상이상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호평과 화제의 중심이 될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지 않다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관계자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규편성은 시청율외에 다른 것도 고려해야 한다”지만,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우린 다들 알고 있다. 김제동이 특정 정치권에서 낙인 찍힌 것을 말이다. 김제동은 자신이 존경했던 한 대통령에 대해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고, 노제 사회를 보았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한번도 제대로 표출해본 적이 없다. 아니 표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방송 퇴출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지만, 한 나라의 수반인 그가 특정 연예인을 찍어서 방송에 못나오게 할 정도로 옹졸한 인물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아마 그에게 과잉충성하는 이들의 행동일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미쿡에서조차, 이런 일은 없다. 우리에게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선거철이나 중요한 정치적 이슈에선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다. 심지어 지지연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지지한 정당이나 정치인이 선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김제동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참으로 치졸하고 옹색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도대체 그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사실상 방송에서 퇴출당해야 하는가? 김제동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불행한 것이다. 지금 김제동이 당하는 불이익은 잘 알다시피 김제동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도현, 신해철, 진중권 교수등이 각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에서 하차하고, 뮤직비디오가 방송불가가 되었으며, 교수 재임용 등에서 탈락되었다.

한번 잡은 정권이 10년-20년도 아니고 겨우 5년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이제 겨우 3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구 휘두르다니. 그저 가업다. 김제동은 이번 일을 그냥 한때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겼으면 좋겠다. 그는 분명 이 시대의 보기 드문 바른 연예인으로, 다음에 분명 다른 식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역으로 그를 방송계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분명 그에 적합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하늘과 땅이 알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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