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독서의 즐거움

식탁위의 빅브라더, ‘몬산토’

朱雀 2009. 12. 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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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진실에 분노를 넘어 아연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그저 믿기지 않는 진실에 놀라게 된다. 우선 ‘음모론’이라 해도 기업 몬산토의 힘이다! 몬산토는 자연은 물론, 인간에게까지 해를 입히는 GMO작물을 생산했는데 정작 몬산토는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냉각유와 윤활유로 개발되었으나 인체와 먹이사슬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것으로 판명난 폴리염화비페닐(PCB), 단 몇 그램만으로 도시 하나를 오염시키는 다이옥신, 베트남 전쟁 당시 뿌려져 지금까지도 엄청난 해악을 입히는 제초제 ‘에이전트 오렌지’까지. 그들이 화학기업 당시 전 세계적으로 해악을 끼친 것들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몬산토는 그러한 해를 입혔음에도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았다. 자신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해악이 드러날까봐 미국정부와 짜고 실험결과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필요하다면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쓰는 양심적인 과학자와 기자 그리고 시민단체들을 협박과 지난한 법정 싸움으로 ‘공포’를 조장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하 <몬산토>)은 마리 모나크 로뱅이 무려 4년에 걸쳐 집필한 책이다. 그녀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우선 인터넷을 통해 가능한한 모든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 자료들이 사실인지 알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몬산토를 물론, 각국의 관련 담당자와 농민과 시민단체들을 만나며 철저히 사례와 객관적 자료를 수집했다.

몬산토라는 기업은 현재 46개국에 진출해 1만 7,500명의 직원을 고용했으며, 2007년에 75억달러에 달하는 매출액과 10억 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 몬산토가 주장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최우선으로, GM종자의 상업화를 통해서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몬산토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등을 재배하는데 2007년에만 무려 1억 헥타르에 달하는 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GMO수확의 절반가량으로, 몬산토라는 기업이 얼마나 거대한 그룹인지 알게 해주는 단면적인 사실이다.

몬산토는 그러나 추악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몬산토> 1부에서는 화학기업으로 시작한 몬산토의 대표적인 제품인 DDT와 무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아스파탐, 우유 생산량 증가를 가져온다는 성장호르몬 rBH등을 다루고 있다. 몬산토는 실험을 통해 PCB를 비롯한 자사의 제품들이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제품의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과학자는 압력을 주어 침묵케하고, 심지어 각종 권력을 행사해 해당분야에서 추방시켰다.

몬산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마리 모니크 로뱅 (이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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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이 이 같은 행동이 가능한 것은 미국행정부와 밀착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FDA를 비롯해 권력핵심부에 있던 인사들이 몬산토 관련사의 임원을 역임하고 다시 관료로 들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추악한 권력구조와 몬산토와 권력의 야합에 대해 그저 치를 떨게 된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

화학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몬산토는 유전학을 이용한 종자산업에 들어서면서 ‘녹색’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꾸고자 애쓴다. 그리고는 GMO를 개발해 ‘이전보다 수확량이 많아지고, 병충해에 강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몬산토가 개발해낸 유전자 조작식물들은 기존 유기농 작물보다 수확량도 떨어지고,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책에서 한 과학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나온 인공작물이 인체의 유전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암을 비롯한 각종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런 관련자료와 과학자집단이 대다수 침묵하는 것은 몬산토의 힘 때문이다! 몬산토는 자사의 막강한 권력과 금력을 이용해 각종 과학단체를 지원하고, 심지어 각국 정상급 관련 기구(농업부와 과학부)등을 접수해 자사에 해를 끼치는 사실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단속했다(심지어 유엔 산하 기구까지 포함된다). 이런 몬산토의 치가 떨리는 행동을 보고 있자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그런 몬산토의 행동은 ‘3부 GMO의 제 3세계 공격’로 넘어가면 더욱 끔찍해진다. 몬산토는 파라과이, 멕시코, 브라질 등에 자사의 GMO를 재배하도록 관계기관을 어르고 달래며, 자작농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탐욕스런 자사의 농업생산기지를 세웠다. 그 결과 대지는 황폐화되고 오염된 농산물들이 나와 전 세계로 수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몬산토가 만들어낸 라운드업을 비롯한 제초제와 GMO를 ‘인체에 무해하고 친환경적이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제초제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죽고, 인근 마을 사람들에게 끼친 해악(수포를 비롯한 각종 질병과 기형아로 태어나는 신생아등)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인도를 비롯한 세계적인 곡창지대에 침입해 자작농의 농토를 빼앗고, 기존의 작물을 유전조작된 작물로 오염시키는 사례등은 지구의 앞날에 대해 암담한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책 말미에 보면 <몬산토>가 출간된 이후, 변화된 상황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지은이가 만든 <몬산토가 만드는 세상>은 각국에서 방영되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몬산토>는 프랑스에서만 10만부가 팔렸고, 13개국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또한 2008년 10월 29일 리옹 상고법원은 라운드업에 대한 허위광고로 유죄를 판결했고, GMO 대두 경작지에 살포되는 라운드업에 대한 조사위원회가 아르헨티나에 2008년 1월 16일 창설했다. 프랑스 전역과 캐나다 시민 상당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제초제 라운드업을 반품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라운드업 뿐만 아니라 유사한 제품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 책으로 인해 블로그를 비롯한 인터넷에는 ‘몬산토’라는 기업과 유전자조작작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고자 하는 이들의 열망이 가득 찼고, 그들이 행동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몬산토’만이 아니다. 이런 식의 생명공학기업은 한 두개가 아니며, 그들은 종자 사냥을 통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몬산토>는 GMO에 대해 막역한 시선을 지니고 있던 독자에게 ‘유전자 조작’을 통한 자연 식물의 변형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지 경고한다. 아울러 과학을 통한 문제해결엔 한계가 있으며, ‘이윤추구’만이 지상과제가 된 관련 다국적기업들이 자연과 심지어 인간마저 도외시한 채 벌인 일이 우리에게 어떻게 고스란히 돌아오는지 기술하고 있다.

<몬산토>는 당신이 식탁에 무엇이 올라오고 있는지 ‘불편한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진실을 똑똑히 보여주는 서적이다. 아울러 단순히 한 기업을 고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발생되었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촉구한다는 데서 ‘진정한 저널리즘’의 힘을 느끼게 하는 명저라 아니할 수 없다.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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