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트리플>, 김연아가 아니라 시청율이 문제다!

朱雀 2009. 6. 20. 14:28
728x90
반응형



예상과 달리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전문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트리플.
현재 평균 8%도 못미치는 저조한 시청율은 납득하기 어려운 등장인물간의
관계설정과 불친절한 내용 전개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싶다.


애초 <트리플>에 별로 관심 없었다.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김연아가 뜨니 인기에 부합하려나 보네’라고 생각하고 시쿤둥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김연아측에 특별출연을 요청했는데, 거절 당했다는 둥. 김연아측이 건방지게(?) 굴었다는 둥, 아니다 제작진이 바쁜 김연아측에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둥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보니 궁금증이 더해져 결국 <트리플>을 찾아보고 말았다. 세상에! 요즘 세상에 이런 불친절한 드라마가 있다니...신기할 뿐이다. <트리플>은 두 가지 이야기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피겨 스케이팅을 사고로 5년 동안 관두었다가 다시 시작하게 되는 이하루(민효린)이고, 다른 하나는 30초짜리 광고에 피말리는 전투를 치루는 세 남자(이정재, 윤계상, 이선균)의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그렇듯 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살면서 이런저런 사소하면서 큰 사건을 치루게 되는 데 주된 내용이다.

<트리플>은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과 달리 물밑에선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피겨 스케이팅’과 ‘광고’에서 공통점을 찾고 엮어내고 있다. 하루하루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씨줄이라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날줄이라 할만하다. 실제로 3화에서 광고 컨셉을 묻는 광고주에게 “이번 광고의 컨셉은 ‘꿈’입니다”라고 하는 대사는 <트리플>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만하다.

그러나 <트리플>은 설명이 부족하다. 이정재와 이하나가 어떻게 사랑해서 결혼했고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같은 인물간의 관계 설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후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 둔 이하루가 왜 그토록 갑자기 피겨스케이팅에 목을 매고, 결국엔 혈연관계도 전혀 없는 오빠(이정재)를 찾아 서울에 상경하게 되는지 거의 설명되지 않는다. 그뿐인가? 트리플 점프(?)를 뛰고 싶어하는 그녀가 어떤 훈련과정을 거치고 어떤 연습을 거쳐 4화에서 승급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빙상위에서 몇 번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다.

광고쟁이로 하루하루 전쟁을 치루는 신활(이정재), 조해윤(이선균), 장현태(윤계상)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은 밤새면서 PT(?)를 준비하고 계약을 성사하기 직전에 갔다가 본부장의 훼방으로 망치고 만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본드 팩토리’를 차리는 이정재는 4화까지 무려 두 번이나 광고를 수주할 기회를 얻었다가 다소 당황스런 이유로 못하게 된다. 프로폐셔널한 광고쟁이들의 모습이 보일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TV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은 농담 따먹기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화내고, 괴로워하고, 술마시고 놀고 하는 일상적인 모습이 더 많다( 가련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어떤 전문적인 훈련을 하고 그런 것이 무슨 효과가 있고, 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어떤 동작을 해야하는 등의 이야기가 전혀 없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피겨 스케이팅과 광고 분야 두 군데 모두에서 이렇다 할 전문가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그뿐인가? 앞서 지적했지만 <트리플>은 설명을 거의 해주지 않는다. 매회 피겨 스케이팅과 관련된 용어가 나오고 그에 대한 설명이 민효린의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지만, 내용에 대해선 불친절하다.

조해윤은 왜 그토록 대책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강상희를 사랑하는지, 무릎을 꿇고 광고를 다시 제작하려 한 신활이 왜 광고주의 추잡한 술접대를 거절하는지, 이하루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윤혜주(최선영)에 대한 설명 등 부족한 것 투성이다. 이런 불친절함이 현재 평균 8%에 못 미치는 시청율을 보여준 원인이라 여겨진다.

거기에 더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하루가 신활의 집에서 살고, 거기엔 결혼 적령기의 두 남자가 덤으로 함께 살아간다. 한마디로 세 남자와 아가씨(?)인 셈이다. 그뿐인가? 신활(이정재)과 최수인(이하나)는 결혼한 사인데 현재는 어떤 이유로 별거중이다. 이하루가 신활과 남매사이란 걸 알고 최수인은 그녀의 코피를 맡고, 신활의 친구 장현태는 최수인을 우연히 보고 반해 인간 네이게이터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잘생기고 선한 인상이라 그렇지 조금만 더 나가면 ‘스토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신활과 의붓남매인 이하루는 왠지 ‘위험한 사랑(?)’이 클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재 대다수의 드라마가 매우 말이 안되는 얽히고 설키는 서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트리플>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 같다. 이런 관계 설정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에 어려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또 언제 이런 매력적인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겠는가? 부디 좀더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연출과 화면 구성과 이야기 전개로 단순히 "<커피프린스 1호점>과 멋진 배우들이 만났던 작품"으로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이제 겨우 4화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남은 12화 동안 더욱 멋진 내용으로 승부해주길.

여태까지 줄줄이 단점을 늘어놨는데, 기실 매력도 적지 않다. 우선 예쁜 영상을 들고 싶다.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보여줬던 예쁜 영상은 이번에도 예의 그대로 살려냈다. 개성이 톡톡 튀는 등장인물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4차원 처녀(?) 강상희와 꽃미남 3총사 이정재, 이선균, 윤계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주조연을 맡고 있는 탓에 다른 드라마에 비해 비교적 젊은이들이 주로 등장하는 것도 매력포인트 중에 하나다.

또한 자잘한 이야기들은 극의 흥미를 돋군다. 겉으론 무심한 척 하지만, 동생에게 스케이트화를 사주기 위해 몰래 동생의 발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찍는다. 집 잃은 어린 강아지를 돌보려다 집안을 어지럽힌 걸 보고 화난 신활이 유기견 센터로 보내자 화를 내는 이하루의 모습. 최수인의 고장난 보일러와 밧데리가 방전된 자동차를 고쳐주는 만능 수리공 장현태(윤계상)의 모습 등은 극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뛰어난 선곡의 배경음악과 예쁜 영상의 조화는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톡톡튀는 개성만큼이나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히루 아버지역의 최백호나 민효린의 라이벌인 윤혜주역의 최선영은 처음 보는 신선한 얼굴인데 너무 자연스런 연기에 놀랐다).

또한 설명은 비록 부족하지만, 중간중간에 회상신과 짧은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해서 이야기의 빈곳을 채우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트리플>은 예술영화가 아니다. 철저한 상업성으로 무장된 작품이자 트랜디 드라마다. 현재 ‘김연아’로 촉발된 일단의 노이즈 마케팅(?)은 <트리플>을 알리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이젠부턴 <트리플> 자신의 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국내 방송 시스템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선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어야 한다.

<트리플>은 이제 겨우 4화가 방송되었다. 총 16부작 중에 아직 채 1/3분도 방영되지 않은 것이다. 등장배우의 호연과 예쁜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을 더욱 배가시켜줄 전개와 연출을 기대해본다.

‘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했다. 이정재, 이선균, 윤계상, 이하나 등의 매력적인 배우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연출가의 만남이 단순히 ‘최상의 조합이 만났다’등의 수식어로만 남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