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결국 안드로메다로 간 '2009 외인구단'

朱雀 2009. 6. 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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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도 감동도 연출도 없었다. 엄지와 오혜성은 만나지 못했고(게다가 자신의 딸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한다), 마동탁과 오혜성의 대결도 없었다. 텅빈 그라운드에서 혼자 공을 던지는 오혜성 만큼 시청자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제작사와 MBC간의 진술이 엇갈리지만. 본래 16부작에서 시청율을 보고 4화를 연장하기로 했다면, 제작사는 어제 방송분에서 최소한 어느 정도 결말을 지어야 했다. 그러나 ‘결말’은 없고 시청자를 향한 ‘우롱’만 남았다.

<2009 외인구단>은 이현세의 동명원작만화의 전무후무한 후광을 입고 세상에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결국 ‘괴작’으로 ‘망작’으로 이름을 남기고 말았다.

<2009 외인구단>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 중에 ‘야구’가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러브 액추얼리>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은 <윔블던>이라고 ‘테니스’를 소재로 로맨틱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우리에겐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친숙한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았다. 여기서 테니스 선수들이 윔블던에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손에 땀이 쥘 만큼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공은 모두 CG로 처리되고, 주연배우들은 치는 ‘시늉’만 했단다. 실제 윔블던 경기장에서 찍은 이 장면은 배우들이 관중이 쳐다보는 가운데 ‘가짜’로 쳐야했기 때문에 매우 쑥스러웠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비교적 대자본이 들어가는 영화와 TV 드라마를 비교하는 데는 어폐가 있다. 그러나 <2009 외인구단>은 드라마인 만큼 ‘어느 정도’만 보여주는 시청자들은 충분히 넘어가줄 용의가 있었다. <2009 외인구단>은 그 최소한도 보여주지 않았다. 윤태영을 비롯한 출연진은 야구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심지어 윤태영은 꽤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작사는 시청자에게도 출연자에게도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오혜성과 엄지 그리고 마동탁의 삼각 관계는 아무 것도 풀지 않고 끝낸 점은 용서하기 힘들다. 지금 보면 스토커에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인정하기 힘들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토록 목숨같이 아끼던 야구마저 포기하고 눈까지 멀어버린 오혜성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미쳐버린 엄지와 재회한 오혜성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마동탁이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가는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충격이 너무 커서 기억에 생생하다.

당연히 외인구단이 마동탁을 이기고 엄지를 차지하리란 독자의 기대를 완전히 날려버린 원작의 결말은 당시로선 꽤 신선한 ‘반전’이었다. <2009 외인구단>은 ‘반전’이란 측면에선 분명 성공했다. 아무도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끝나리라곤 예상치 못했으니까(아무것도 마무리 하지 않고).

<2009 외인구단>은 야구도 드라마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드라마로 기억될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삼각 관계도 하이라이트인 오혜성과 마동탁의 대결도 그려내지 않은 괴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이건 그것을 넘어서서 아예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시청율 지상주의와 부실한 제작이 원작의 명성과 몇몇 배우의 호연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2009 외인구단>은 반면교사로, MBC 드라마의 악명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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