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WHAT IS THE DJC’란 영상을 보았다. 음. 티저 영상이니까 별 다른 내용은 없다. 어떤 남자가 한 남자를 쫓아가고 문위에 ‘DJC’란 명패가 적혀있다.
남자가 손을 대는 순간 명패는 불타 없어지고, 급하게 들어간 남자는 마네킹이 있는 방안에서 ‘안돼’라면 절규한다. 이 동영상은 어찌 보면 세련되고, 어찌 보면 진부하다.
왜냐면 신비주의 마케팅은 이미 여러 번 우려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여전히 마케팅이 먹히는 건 여전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리라.
문과 관련된 친숙한 이런 이미지는 우선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네오 일행이 에이전트에 쫓길 때마다 오퍼레이터와 교신하며 없던 문이 생겨나며 다른 곳으로 휙휙 옮겨다니던 장면은 게임과 현실을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어린 시절 종종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 뒷문은 전혀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곳을 지나가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른 세상에 가는 것이라고. 장난감도 변변히 없고, 지금처럼 즐길 것도 없는 예전이었지만, 그 상상 하나로 충분히 하루 종일 즐거울 수 있었다.
이 영상은 그런 예전의 추억을 난데없이 떠올리게 했다.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고 하니, 이런 식의 다른 세계와 연결해주는 문학 작품이 두 개 떠오른다. 하나는 <나니아 연대기>이고, 다른 하나는 하루키의 문제적 신작 <1Q84>다.
<나니아 연대기>는 C.S 루이스가 지은 작품인데, <반지의 제왕>과 더불어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힌단다(도대체 이런 건 누가 정하는 거야?). <나니아 연대기> 주인공인 아이들은 옷장을 통해 신비로운 나니아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근데 재밌는 건 아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나니아로 들어가는 통로가 바로 ‘옷장’이란 사실이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하며 옷장에 숨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 탓일까? <나니아 연대기> 1편의 부제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다. 여기서 옷장은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화 역시 그런 소설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잘 영상화시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반지의 제왕>보다 아무래도 스케일도 작고 이야기 구조도 단순하다는 거지만. 그건 다른 문제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읽은 <1Q84>를 들고 싶다. 여기서 제목 <1Q84>는 1984년을 의미한다. 그런데 단순한 1984년이 아니라, 1984년과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붙인 명칭이다.
<1Q84>의 주인공인 아오마메는 킬러다! 그녀는 여성을 합법적으로 괴롭히는 사회적 강자인 남자들을 처단하는데, 하필 중요한 의뢰를 받고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막혀 답답한 처지에 이른다.
그때 아오마메는 야니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게 된다. 우리 같은 일반 대중은 도저히 알기 어려운 불우한 천재 작곡가의 음악을 듣는 순간, 아오마메는 자신이 탄 택시의 카스테레오가 대단히 좋은 것임을 알게 된다.
거기에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의 택시기사는 급한 그녀에게 아무도 모르는 비상통로를 알려준다. 수도고속도로를 건너가 화재용 비상계단을 이용해 그녀는 목적대상(킬러대상)이 있는 호텔까지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허나 아오마메는 자신이 온 세상이 이전과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정적인 단서는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이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수도고속도로의 장소를 찾은 그녀는 어디에서도 다시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게 된다.
문이 신비로운 것은 그 뒤에 감추어진 공간 때문이다. 문은 안과 밖을 나누는 기준이며, 문을 지나가면서 우린 다른 세계로 진입했음을 느끼게 된다. 꼭 신비로운 공간이 아니더라도, 우린 집문을 열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사무실의 문을 열면서는 긴장을 하고, 애인의 집문을 열면서는 설레게 된다.
두서없이 적었는데 문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DJC가 의미하는 것이 뭔지, 이 티저영상 끝에 뭐가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꼭 재밌고 멋진 것이었으면 좋겠다. 아님 공개되는 순간까지 상상력의 극한을 자극했으면 정신없이 살아가면서 그런 식의 상상을 하는 것도 재밌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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