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하시은과 이다해의 엇갈린 운명, ‘추노’

朱雀 2010. 2.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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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15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뭔가 뒤바뀐 듯한 두 여성 연기자의 입장이었다. 실감나는 뇌성마비 연기로 ‘제2의 문소리’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하시은은 <추노>에서 지극히 출연분량이 낮은 인물이다. 그녀는 지독한 뇌성마비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녀의 발음은 너무나 새기 때문에 자막이 아니면 알아듣기 힘들 정도다. 15회에서 그녀의 출연분량은 겨우 1-2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출연분량은 너무나 여운이 깊어서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14화에서 이선영(하시은)은 천지호(성동일)에게 협박을 받는다. 그러나 당연히 부인된 도리로서 그녀는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애초에 모르기도 하지만), 송태하에 대한 열등감과 장인 좌의정 이경식을 뛰어넘고자 하는 황철웅(이종혁)은 살인귀가 되어서 송태하의 뒤를 쫓는다.

점점 망가져가는 자신의 남편을 차마 볼 수 없었던 하시은은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등을 글로 남기려 하지만, 예의 말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장도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다.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편을 도와줄 수도 없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조차 없는 비운의 인물이다.

황철웅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가 갈리는 천지호마저 오히려 짐이 된다고 살려줄 만큼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인물이다. 그런 이선영을 연기하는 하시은의 연기력도 놀랍지만 워낙 인물자체의 설정이 파격적인지라, 현재 <추노>에 나오는 그 어떤 여성보다 하시은의 인지도는 가장 높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낮은 출연분량은 그런 시청자들의 칭찬을 더욱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극중 천지호역의 성동일과 더불어 이선영역의 하시은은 ‘민폐’라고 표현될 정도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해, 다른 캐릭터들에게 시청자들이 갈 관심마저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하시은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환호는 이다해가 연기하는 언년이와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애초에 기대도 안한 인물이 너무나 ‘미친 존재감’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시은은 출연분량등을 따져본다면 NO.3에도 이르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 비중을 가지고 이 정도의 인지도를 만들어낸 것은 말그대로 ‘민폐’에 가까운 그녀의 고도의 집중력과 엄청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그런 하시은의 연기력과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가장 피해(?)를 보는 인물이 다름아닌 이다해다! 이다해가 연기하는 언년이는 ‘민폐리스트’가 짜여질 만큼 시청자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그녀가 추노꾼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곱디고운 신부화장을 하는 것은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였다고 감독이 나서서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의 미움은 사라질줄 모르고 있다. 그녀의 캐릭터에 2010년의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다해로선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그녀로선 나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데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다해는 분명 양반신분을 산 이후 혜원이란 이름을 쓰고 있는데, 굳이 노비신분일 때의 ‘언년’이란 이름이 시청자들에게 붙은 이유는 대길(장혁)이 그를 애타게 부른 까닭도 있지만, 언년이에 대한 미움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대길: ...어찌하여 너는 주인인 나를 배신하였느냐?

혜원: 반상이란 누가 만든 것이고, 주종이란 어디서 시작된 것입니까?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라는 것이 진정 하늘의 뜻 아닙니까?



아무런 생각없이 송태하의 제주도행에 끼어들어 민폐만 끼치고, 심심하면 상의를 벗는 수동적인 캐릭터에 오늘날 시청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공격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15화에선 자신을 마침내 찾아온 대길에게 ‘반상의 구분이 어쩌고, 노비 어쩌고’ 하면서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화한 그녀의 일장연설은 너무나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너무나 추상적인 말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작가진의 입장에선 수동적인 캐릭터에서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한 언년이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나름 진지하고 비장하게 대사를 적어내려 갔겠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선 뭔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너무 변화된 언년이의 캐릭터를 설명하려 했다고 할까?

 


친지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극중 배역에 몰입한 하시은과 뭔가 시청자들과 어긋나버린 언년이를 연기하는 이다해에 대한 지지와 환호가 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덕분에 앞으로 이다해의 마이너스된 이미지는 계속 될 듯 싶다. 겨우 1-2분 출연하는 하시은과 드라마 내내 출연하는 주연 이다해의 상반된 입장은 꼭 출연분량과 비중이 연기자의 명성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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