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나는 <결혼 못하는 남자>의 지진희가 부럽다!

朱雀 2009. 7.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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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0대에 접어드니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말이 빗발친다. 도대체 언제 여자는 데려올거냐? 나도 이젠 손자를 안아보고 싶다는 둥. 부모님과 일가 친척은 물론이요, 주변의 사람들까지 아직 생각이 없는 결혼에 대해 묻는 게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렸다.

하여 나는 <결못남>의 지진희를 볼 때마다 부럽다. 그는 40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잘생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뿐인가? 건축가로선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일에 철저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수익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누구의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가끔 어머니를 비롯한 집안 식구들은 태클을 날리고, 하나밖에 없는 조카는 “왜 결혼을 못하느냐?”며 그의 약점을 콕콕 찔러대지만, 그는 태연자작하다.

사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일상에 구속이 생긴다. 수시로 전화를 해야하고 서로의 일정을 맞춰야 하고, 결혼하면 단순히 두 남녀가 사는 게 아니라, 가문이 엮이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한 일정들이 쌓인다. 시시때때로 양가 부모님의 생일을 비롯한 집안 대소사를 챙겨야 한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이런 것들은 피곤한 일들이다. 싱글로서 그런 의무에서 해방되어 있다는 것은 나름 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의 주변을 보자! 무려 여자가 한둘도 아니고 무려 네 명이나 포진해있다. 그가 점점 관심을 두는 의사 엄정화는 비슷한 나이 또래로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다. 거기에 돈도 잘 번다. 그뿐인가? 바로 옆집엔 27살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김소은이 살고 있다. 게다가 사무실엔 벌써 7년째 오직 그만을 바라보고 일해 온 동료 양정아가 있다. 그녀는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해결해주고 지진희의 건축사무소가 아무런 장애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거기에 더해 6화 마지막엔 섹시를 가진 이사돈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여복이 터진 상황이다.

모든 남자가 그렇지만 열 여자 마다할 사람은 없다. 결혼이란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 것을 서약한 행위다. 따라서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것조차도 안된다! 그러나 그는 싱글이다. 비록 40이나 먹은 중고 싱글이지만, 그래도 잘 생기고 돈 잘 벌고 매우 능력 있는 남자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이 맘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 매력적인 여성이 널려 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왜 결혼을 한단 말인가? 나 같아도 결혼하지 않겠다.

휴일이면 내 맘대로 늘어지게 자다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던지 DVD를 보던지 음악을 듣던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서 먹고 싶은 건 일류요리사 못지 않게 맛나게 해먹는다. 건축쪽에선 최고의 능력가라 누구든 만족시킨다. 그리고 아프면 의사 친구(?)가 봐주고, 사무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양정아가 해결해준다. 조수는 엄청난 업무량과 그의 괴팍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해준다. 요즘처럼 믿고 일을 맡길 사람이 없는 세상에 그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을 사무실에만 두 명을 가지고 있는 거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단 하나 성욕을 풀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외엔 딱히 여성의 필요성이 없다(철저한 독신주의 주인공 입장에서 말이다).

밥을 얻어먹을 일도 집안일을 할 사람도 같이 고민을 나눌 상대도 딱히 필요 없기 때문이다. <결못남>의 문제는 사실 여기에 있기도 하다. 이렇게 나름 완벽한 조건에 있는 지진희가 왜 결혼을 하게 될까? 아니 최소한 결혼에 관심을 가지게 될까? 이를 분명히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이유를 대야 한다.

한 가지 <결못남>에 아쉬운 점은 항상 남자들은 이런 로맨스 드라마에 ‘별로 아쉬울 것이 없게 등장하는가?’는 점이다. <결못남>의 엄정화는 골드미스임에도 불구하고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 ‘결혼’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모두 그런 여자가 있는 건 아니다. 독신을 고집하고 그런 자신의 생활을 사랑하는 여성도 많다.

반대로 결혼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여건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찌질한 남성도 많다. 찌질한 남성이 결혼을 하기 위해 애쓰고, 엄정화는 딱히 결혼에 생각이 없는 골드미스로 출연하고, 준재벌급 나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홀리고 뭐 이런 식의 진행이었다면 <결못남>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하고 혼자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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