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예능과 가요프로, 결방만이 능사일까?

朱雀 2010. 3.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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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해 공중파에선 몇몇 예능프로와 가요프로를 결방조치하고 있다. <달콤한 밤><놀러와><승승장구><강심장> 등이 결방되었고, <쇼 뮤직뱅크>를 비롯한 가요프로 역시 결방될 예정이다.

국가적으로 애도를 표할만큼 사안이 크고 중하므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 가까이 이런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의 견해론 천암함 침몰사고와 정규 편성 방송과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본다. 속보의 경우엔 여태까지 해왔듯이 급한 소식이 들어오면, 정규방송 사이에 얼마든지 알리면 된다.

만약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싶다면, 결방이 아니라 프로그램 시작전에 묵념을 하던지, 아니면 애도의 표시를 하면 된다고 본다. 국가적인 재난사태기 때문에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게 안된다’라는 생각이라면, 그 외의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프로는 어떻게 방송된단 말인가?

 

물론 방송사에도 사정이 있고 ‘최소한의 예’를 표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마 일부 예능과 가요 프로를 결방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는 볼권리를 무시하는 듯한 방송사의 행동도 납득이 어렵다.

시청자 중에는 아마 해당 프로의 애청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아마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필자가 이번 사태에서 느끼는 점은 ‘우리 사고 방식의 경직성’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 다른 사안을 놓고 따질만큼 의식도 경우도 여유도 없다고 보는 것일까? 다른 식으로 세련되게 애도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침몰함 사건에 대해 정말 애도를 표하고 싶다면, 차라리 특별 편성으로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는 특집을 만들던지, 왜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애도를 표한다면서 기존에 했던 다른 프로를 재탕하는 형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선 이 기회를 핑계삼아 재방송을 내보내 ‘제작비를 아끼려는 심산이 아닐까?’라는 베베 꼬인 생각이 날 지경이다. 위에서 밝혔지만 방송3사에서 일부 예능과 가요 프로를 결방시킨 것은 사회적인 지탄을 받을까봐 두려워한 탓일 것이다.

이는 뭔가 앞뒤가 바뀐 경우라고 여겨진다. 예전에 읽은 이야기중에 죽음을 맞이한 한 희극인이 자신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우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폭죽을 감춰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화장을 택했는데, 덕분에 화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난데없는 폭죽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안다! 이 사람의 경우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고, 천안함 사고의 경우엔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조차 규명이 되지 못해 유가족의 슬픔은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직한 이들의 넋은 분명히 위로를 받아야 하며, 또한 사고경위등이 낱낱이 조사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몫일 것이다. 공중파는 정말 애도를 표시하고 싶다면, ‘진실규명’에 앞장을 서고 유가족의 편에서 보도해야 한다.

지금처럼 몇몇 프로를 결방하는 정도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애도를 표할게 아니라 여겨진다. 현재 공중파에서 보여주는 행위는 마치 지난 지하철 테러사건이 예견되자, 지하철에서 갑자기 역사내 쓰레기통을 모두 치워버린 그때를 생각나게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소위 선진국에선 속이 비취는 투명 쓰레기통으로 교체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우리도 비닐 봉투를 두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단순히 편하게 ‘탁상공론’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속 깊은 지혜를 보여줬으면 한다. 정부와 시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그토록 언론사에서 떠들기 좋아하는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활용하는 그런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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